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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책방에서 찾지 못했던 시조집을 만나러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은 오늘
날씨도 무덥지만 불편한 교통편으로 고생좀 했다.
초행은 아니면서도
절차를 물어물어 밟아 열람실로 들어가
서사에게 조선조 시조를 보러왔다고 하니
안내해준 곳은 2층
두 칸에 꽂혀있는 책은 얼마 되지 않지만
큰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맙다 인사하고 책을 빼들었다.
<雜歌>란 낱말이 나를 흥분케 한다.
17~8세기에 발생 1920년대까지 성행했던 시가의 한 갈래지만
詩歌의 유형적 명칭은 아니고 보통 가곡에서 사용되었던 歌詞라 한다.
그래서 해석도 가지가지
이병기는 민속, 속요, 동요를 총칭하는 넓은 의미의 민요라고 했다.
현존하는 잡가집에는 시조를 비롯, 민요 가사 판소리 창가 등이 수록돼 있으니
난들 어찌 이해하랴. 그저 책장만 넘긴다.
면앙정 宋 純의 글이다
"학은 돌아오고 솔방울은 승복에 떵어지어
달 뜰 무렵 종소리에 사립문 닫노라
평상을 에워싼 물안개 아직 가라앉지 않고
산바람 스치는 곳엔 수많은 機緣이 간직된 듯"
우리에게 낯익은 김인후의 노래
"靑山도 절로절로 綠水도 절로절로
산 절로절로 수 절로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머리도 식힐 겸 복도로 나왔다.
몇 몇 문인의 사진과 저서가 진열돼 있으니
미모의 강신재 소설가가 여전히 아름답다.
커피 한잔을 빼 들고 여유를 갖는다.
누구의 글이었던지 기록하지 않았다.
" 바람아 불지 말아라 松風落葉이 떨어지누나 명사십리 해당화야 잎 진다
꽃 진다고 서러워 마라 冬三 석 달은 죽었다가 명춘 삼월이 돌아오면 잎은 돋아서
왕성하고 꽃은 피어서 만발하는데 우리 인생 죽어지면 萬樹長林에 雲霧로구나
만첩청산 썩 들어가서 잔디 잎으로 이불을 삼고 두견 접동으로 벗을 삼고
石枕 베고서 누웠으니 송풍은 거문고요 두견성은 노래로구나 살은 썩어 물이 되고
뼈는 썩어 황토가 되고 三魂七魄이 흩어질 때 어느 친구가 날 불쌍타 할까요
생각하며 마음이 좋지 않아서 못살리로구나 "
이번에는 <조선 사대부 가사의 미의식과 문학성> -최상은 지음을 폈다.
문학 전공하는 학자의 노고가 책갈피에 가득하여
존경하길 마지 않았다.
어느듯 한 시가 넘어 식당으로 갔더니
도서가 진열되고, 그림이 걸려있는 넓은 공간이 마음에 든다.
3,500원 짜리 커리라이스가 맛있었다.
끝으로 <가려뽑은 우리 시조>를 읽었다.
走馬看山格이지만
나름대로 행복하게 보낸 시간
더구나
생전에 저자를 본 나로서는 감개무량하기까지 했으니...
金魚水 시조시인에게 "별일 없느냐"는 내 안부전화에
"별일이 있다"고 대답한 며칠 후에 그 분은 운명하셨다.
독일제 만년필까지 선물하신 분이었는데...
공수래 공수거
金魚水
진세(塵世) 저 부귀(富貴)를 환(幻)인줄 여기소서
공명(功名) 가진 영화(榮華) 꿈인줄 깨달으소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란 말 부대 잊지 맙시다
성지(聖地) 저 낙원서 쫓겨난 어린 혼(魂)이
육도(六道) 험한 구렁 헤매기가 몇 만겁(萬劫)가
부처님 거룩한 품에 가 안기자 가안겨
국립중앙도서관은 공사가 한창이다.
Human, Nature, Digital이란 슬로건을 걸고
보다 선진화된 도서관을 건설할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이병기 선생의 글과 이은상 선생의 글을 음미한다.
짐은 매어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
어두운 새벽부터 시름 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 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뵈오려 안 뵈는 님 눈 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 되어지이다 -이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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