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진단 결과도 나왔겠다

죽을병은 아니란 걸 알았으니 다시 쏴다녀도 될 것 같아

동대문에 있는 헌 책방을 찾아갔다.

동대문운동장 지하철 출구룰 나오니

고등학생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야구시합이 있는 모양이다.

어지러운 거리에 화단을 꾸민 지방자치의 행정이 갸륵해서

눈길을 한번 던지다가 갸웃둥

복잡하고 좁은 길에 왜 이런 공간을 두어야 했을까?

일단은 보기 좋았다.

어린 시절,

동대문에서 장충동 등을 자주 오가던 곳이라서

익숙한 길이지만, 옛날의 흔적은 하나도 없다.

그리도 컸던 동대문(興仁之門)조차

높은 건물과 자동차 틈에 끼어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작아지고....

동대문쪽의 청계천은 세종로쪽보다 인기가 덜한지

왕래하는 사람은 적지만, 맑은 물은 여전히 조잘댄다.

평화시장 건물에 있는 헌책방은 여나므집인데다가 

새책을 펴놓은 것이 여느 책방과 다르지 않아

古書 속에서 보석을 찾으려던 내 기대는 허사가 되었다.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옛 시조나, 운문을 찾아

한가하게, 싫건 읽기나 하고 올까...?

이번에는 Fashion의 빌딩 앞을 지나다가

못이기는 척 안으로 들어갔다.

내게는 당치 않은 의상이지만 눈요기를 하고 나오는데

너무 피로하다. 두어 시간밖에 걷지 않았는데 좀 무리였던지

허리가 너무 아프다.

이제 겨우 멀쩡해진 몸을 다시 혹사시키면 안되는데...

복잡한 동대문운동장을 뚫고 이번에는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일전에 산 운동화가 너무 편해서 여분의 운동화를 사러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점심때가 훨씬 지났다.

시장은 바삐 움직이는 사람으로 활기를 띄고

생존경쟁의 현장이라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불 위에 끓고 있는 갈치조림조차 벌건 얼굴로 차례를 기다라는데

먹는 일도 전쟁이다.

좁은 골목에 줄을 섰다.

나 혼자라고 뒷전으로 밀리다가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먹는 점심은 

치사하지만 그래도 꿀맛이다.

내일은 도서관이나 갈까?

만약을 대비해서 들고 다니는 우산이 너무 무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