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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꾼 왕초가 회개하고 구두닦이로 변신한 이야기전 방송작가 천주교 신자 형이 쓴 글
이용섭  |  lys979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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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6월 15일 (금) 00:00:00 [조회수 : 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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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팔자가 말띠이기 때문에 나한테는 역마살이 끼었다 한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한자리에 안주하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고초가 많았다. 단 하나의 예외는 장안동에만 27년째 살고 있다는 것. 내 집을 마련해서 25년, 그간 헌집을 헐고 그 자리에 새집을 올린 것. 그리고 또 하나는 85년인가 답십리본당에서 영세를 하고 나서 계속해서 지금까지 답십리본당에 다니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동안 직장은 4번이나 옮겨다녔고, 때로는 실업자가 되어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588여인숙이나 서울역 앞 행려자 보호소에 잠도 자고. 때로는 차를 한강고수부지에 갖다놓고 차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었다(이건 우리 마누라도 모르는 얘긴데 비밀로 합시다). 마누라가 집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집에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딴 여자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레지오주회는 꼬박꼬박 나오고, 주일미사는 한번도 거른 일이 없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신통방통하고 가상스러운 일이긴 하다.

간혹 주회에 몰래 나오다가 저녁 7시 미사 끝내고 나오는 마누라와 성당 마당에서 딱 마주치면 마누라가 내 곁으로 슬쩍 다가와서 남이 못 듣게 "당신, 이제 집엔 영영 안 들어올 거에요? 도대체 왜 그래요?"하며 귀엣말로 속삭였다. "알았어, 곧 돈 만들어서 들어갈께" 나는 공연히 돈 핑계를 댄다. 그러면 마누라가 "내가 언제 당신한테 돈 구해오라 했어요? 구하지도 못하는 주제에...?"하며 헤어지고, 그러고 나서도 10여일 이상 떠돌아 다니다가 그게 싫어지면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러면서 살다보니 아는 사람이 많았다. 원래 천성이 사람 사귀길 좋아해서 별 사람을 다 알기는 하지만..... 지역신문사를 한 탓도 있겠지만 내가 글을 쓰다 보니 작가, 탈렌트, 교수,국회의원, 검사, 판사, 관공서 장급들 시,구의원에서부터 경찰서(수사반장집필) 안기부(113수사본부) 심지어 주먹패들,쓰리꾼, 전과자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광범위하다. 학교동창,직장 8개 옮기며 사귄 사람, 취재대상,고향, 등등 여러 인연으로 맺아져서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내친 김에 끝까지 가는 좋은 인연으로 맺어서 산다.

내가 집을 나가서 잘 데가 없다하면 588에 X식이, X식이 동생녀석들한테 "야, 이 형 집 나왔다"하면 숙소를 정해주고, 와이셔츠나 양복을 벗어 여관 종업원에게 주면 큰 돈 안들이고 아침이면 깨끗이 대려다 방에 갖다주는 세탁집 주인도 내 팬이었다. 그런 동생들 중에 동서울터미널 옆 동서울호텔 맞은편에서 구두를 닦던 동서울터미널 쓰리꾼 왕초 대머리는 내 밥이었다. 한때 놀면서 용돈 없으면 그리로 갔었다. "마. 이거 광 좀 내봐. 나 집 나온지 벌써 일주일이야. 쓰부럴"하면 구두만 공짜가 아니라 "형, 돈 없지?. 돈 좀 줘?"까지다. "쨔샤. 내가 곧 죽어도 언놈한테 돈 달란 적 있냐?"하면 녀석이 그래도 며칠 쓸 돈은 충분하게 주머니에 찔러 주었다.

대머리는 원래 터미널의 쓰리꾼 왕초였다. 그러던 녀석이 어느날 가슴이 몹씨 아파 병원에 갔더니 피검사,조직검사 하더니만 암이라고 하더란다. 그것도 폐암 3기, 죽음을 준비시키라고 저 마누라한테 의사가 그러더란다. 녀석이 기가 막혔던 모양이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남의 주머니 돈이 내 주머니 돈이거니 하고 돌아다니던 주제에 죽음이라니? 자식은 달랑 하나지만 아까운 나이에 저 쬐그만 아이 데리고 혼자 살아야 할 마누라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더란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야! 18. 이 세상에 한번 와서 나는 나쁜 짓만 하다가 제명도 못 채우고 뒈지나?" 하는 생각이 나서 정말로 억울 하기 짝이 없더란다.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해서 공부도 못해보고 어릴 때 고아원에서 국민학교 보내준게 학력의 전부이고 공장에 다니다가 싸움 심하게 해서 소년원 갔다가 그 다음엔 교도소로, 그러다 그 곳에서 사귄 일꾼(쓰리꾼)따라 다니다가 얼마 안가 오야지가 돼고.... 생각하면 할수록 잘못 산 제 인생이 처량하고 죽는다는 것이 억울하기만 하더란다.

그때부터는 일(쓰리)도 하기 싫고 똘마니들 야단치기도 싫고, 그런대로 술에 쩔어서 집에도 안들어가고 사는데 어느날. 동서울 터미널 옆의 공터(예전엔 그 곳에 공터가 많았다)에서 어떤 전도사가 채양을 치고 부흥회를 하는데 사람들이 몇천명 왕창 모였더란다. 일(쓰리)도 할겸, 구경도 할겸해서 이 녀석이 거기를 갔었는데 쿵짝쿵짝 음악소리에 박수따라 치면서 청중속에 파고 들어가 앉아서 말씀을 듣는데 뭔 소리에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난생 처음으로 아멘!하는 그 순간! 눈에 빛이 번쩍하더니 깜빡 정신을 잃고.... 녀석이 나중에 깨서 뭔가 확끈하는 감이 오는 빛을 등어리에 맞았다 싶어서 제몸을 자세히 보니 가슴 복판에 없었던 빨간 반점(나중엔 검은색으로 변한 걸 나도 확인했다)이 생겼고, 그리고 등뒤에는 그보다가 10배는 더 큰 둥근 반점이 생겼더란다.(그것도 둥들고 검은점이었다) 그리고는 그 녀석의 폐암이 낳았다는 것이었다.

대머리는 그후 쓰리꾼 왕초를 그만두고 제 일터였던 터미널 근처에 구두닦이로 변신해서 오늘날 동서울터미널 쓰리꾼 추방에 일등공신이 되었다.

나는 막내처남과 구의동에서 공(볼) 수출공장을 하면서 지방에서 고속버스편으로 올려보내는 공 튜브를 찾으려고 터미널에 다니다가 녀석의 변신 얘기를 들었고, 당시 동부지청장을 하던 내 X알친구 명재(나중에 검찰총장까지 했음)한테 "너네 구역에 있는 동서울터미널의 그 구두딱이녀석 잘 아냐?"고 했더니 저도 들었다고 해서 둘이서 함께 녀석을 불러다 논현동에 있는 '청해진'이라는 일류요리집에 데리고 가서 저녁 사주고 사귀기 시작해서 그녀석을 동생 삼아 살면서 지금도 가끔 만난다.

이 이야기를 갑자기 내가 왜 꺼내냐 하면 성령기도회를 하는 우리 마누라 때문이다. 이 사람은 도대체가 집에 붙어 있지를 않는다. 집에서도 맨날 기도만 하고, 반 기도, 구역기도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지구기도회, 철야기도회, 거기다 멀리 서강대까지 가서 한다나.... 여튼 기도하러 여기저기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전기 밥솥에 하는 밥은 주로 이틀치, 국은 보통 3일치, 아침에 먹었던 반찬이 저녁에, 다음날 아침에. 저녁에....여튼 다 먹어서 없어질 때까지 굳세게도 올라 온다.

요새는 내 건강이 별로여서 집에 일찍 들어오면 일주일에 하루쯤 집에 붙어 있을까?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아래층에 아들내외와 손자녀석이 있어서 재롱이며 뒤치닥거리에 재미를 붙이는가 했더니 따로 살림을 내보내고 요새는 단 둘이서 살다보니 그렇겠지만 이건 보통 너무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춤바람 난 것도 아니고 화투치러 나가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장거리에 내놓아 봤자 주워서 갈 사람도 없으니 에라!참자 하며 그냥 저냥 산다. 그런데 바로 그 성령기도회가 오랫만에 우리 본당에서 사순절 행사의 하나인 선교피정으로 열린다는 것이 아닌가! 놀랠 노자가 아닌가? ...........하지만 이거 너무 길잖어. 끊었다 해야겠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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