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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서 아시아로”
김봉구 목사(대전외노센터 소장, 전국외노협 공동대표, 대전살림교회)
이 내용은 6월 10일 '6월항쟁 20주년 기념주일’에 대전살림교회에서 설교한 내용의 일부이다.
6월항쟁의 성과와 한계
(계승과 혁신의 정신이 필요하다!)
6월항쟁 20주년을 맞이했다.
6월 민주화 항쟁은 우리 현대사에서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호헌을 철폐하고, 국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었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탄생시켰고,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루었고, 시민사회단체가 급속도로 확대됐고, 국가인권위원회, 민주기념사업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의 정부기관이 설립되었고, 돌 좀 던졌거나, 민주인사로 감옥에 갔다 왔던 자들이 청와대, 국회, 각종 정부기관의 요직에 발탁된 점만 보더라도 20년 사이에 강산이 두 번씩이나 바뀐게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들이 요구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를 이루지 못해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고, 교육문제 역시 공교육의 파탄으로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한미FTA 타결로 민심이 흉흉하고, 방송언론이 제 4권력으로 더 확고하게 군림하고 있고, 지역갈등은 여전하고, 남북한 문제 역시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기독교는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보수화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등 산적한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87년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를 가득 메운 군중들
민주세력의 과제와 성찰
(우리는 진정한 진보세력인가?)
우리에게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은 우리가 풀어 나가야 할 우리의 숙제이다.
이것은 1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아니면 200년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영국과 프랑스가 200년 전, 300년 전에 혁명을 이루었으나 그들조차도 아직까지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때, 민주주의의 끝은 과연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고, 또한 20년 안에 모든 것이 해결 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좀더 여유를 갖고 20년을 평가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전망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6월항쟁 20주년 기념행사들을 보며 행사를 위한 행사, 성찰이 없는 행사, 전망이 없는 행사, 의미가 적은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6월항쟁은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위대한 사건이요, 자랑할 만한 항쟁였음에도 불구하고 자화자찬하고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을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들여다 보면 내가 공을 세웠으니 당연히 그 몫을 내가 차지하겠다는 이기적인 발상들이 잠재되어 있고, 항쟁의 주역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함께 했던 국민들인데 운동권 지도부 몇사람들만의 위업으로 착각하고 있고, 그 20년 전의 영웅담을 늘어 놓으며 과거에 매몰되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내일의 전망을 세우는데 게을리하지 않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독재정권을 향해 돌을 던졌던 기독교가 이제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돌에 맞고 있는 이시대에, 민주화세력이 현재 국민들의 칭송을 듣거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과 경멸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혁세력은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과거의 향수에 묻혀 오늘을 살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죄악이요, 개혁세력도 아니요, 민주화세력도 아닌 보수수구골통세력인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신우일신 하면서 계속 도도하게 흘러가야 한다. 지난 5월 감사혁신포럼차 남미 이과수로 향했던 공기업 감사 20여명은 20년 전 누구 못지 않게 군사독재에 항거해 감옥까지 갔다 온, 그리고 참여정부를 세우는데 공을 세운 민주개혁 인사들이다. 그들의 항변을 들어보면 이런 외유는 전부터 있었던 관행이라고 말한다. 1인당 800만원씩 국민의 혈세로 감사혁신 세미나는 2시간 있고, 관광으로 가득찬 10일간의 외유를 가면서도 국민들 앞에 부끄러워 하거나 죄송한 마음이 없이 관행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누가 민주인사요, 개혁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자세는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공성이불거’라는 공을 세운 자는 그 자리에 군림해서는 안된다는 아주 상식적인 법칙도 지키지 않는 파렴치범인 것이다.
공기업 혁신세미나를 취소하고 귀국하고 있는 공기업 감사들
웅장한 이과수 폭포
6월 민주항쟁의 전망
(6월에서 아시아로!)
6월에서 통일로! 6월항쟁 기념사업회의 주제다. 민주화를 이루었으니 이제는 민족 숙원사업인 통일과업을 이루자는 데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살이 된 청년의 자세로는 부족해 보인다. 또한 너무 민족 내부적인 문제에 함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조국통일을 이루는 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다. 국보법이 있든 없든 아시아와 아무 상관이 없다. 또한 세계와도 별 상관이 없다. 내부문제는 내부문제일 뿐이다.
한국사회는 민주화도 이루었고, 경제성장도 이루었고, 시민사회세력도 커졌다.
아시안게임도 치뤘고, 올림픽도 치뤘고, 엑스포며 월드컵도 치룬 세계 경제 10대국인 선진국이요, 강대국이다. 이제 거기에 걸맞는 사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시선은 내부에서 외부로 향해져야 한다. 국보법 철폐해야 한다. 민족통일 이룩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역량을 거기에 투입할 필요가 없다. 한국사회의 20년의 민주주의 경험은 우리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민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로 향해야 한다. 태국, 네팔,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등등 우리의 소중한 민주화 경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너무도 많다.
유혈사태가 벌어진 우즈벡의 안디잔
아시아는 지금도 울고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도 독재정권에 의해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고, 정부는 부패해 있고, 국민들은 헐벗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지난 5월 필리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박종철, 이한열 군처럼 정치살해를 당한 후보들이 100여명이 넘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는 독재정권에 의해 아직도 가택연금 중이다.
네팔 국민들은 절대왕정과 싸우고 있고,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22년간 독재를 했으면서도 이제는 종신집권을 하겠다고 하고 있고, 2005년 5월 우즈벡 안디잔에서는 500여명의 민간인들이 카리모프 정권에 의해 무참하게 희생되었고, 카리모프는 90년부터 17년간 장기집권을 하고 이제는 권좌를 딸에게 넘기려 하고 있고, 지난해 9월 태국에서는 군사 구테타가 일어났고,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향해 철권통치로 맞서고 있다.
한국과 고용허가제 MOU를 체결한 아시아 10개 국가는 아직도 부패해 한국행 노동자들로부터 만달러(900만원)씩 급행료를 부당하게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에 1달러도 없이 생활하고 있는 극빈층이 하나둘이 아닌게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시아의 현실이다.
내가 먹고 살만해야 남도 도울 수 있다는 논리는 허구다! 이 논리로는 우리사회가 4만불 시대가 되어도 나눌 수 없다! 진정한 나눔은 풍부한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보리떡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라도 나누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주님은 우리에게 이미 가르쳐 주셨다. 우리의 6월 민주화항쟁의 역사는 소중한 것이다. 이 소중한 경험을 갈구하고 있는 아시아 민중들에게 우리의 민주화 경험을 이식하는 것에 관심해야 한다.
6월에서 통일로! 너무 좁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문제는 우리가 풀어가야 한다. 20살이 된 우리의 민주화는 이제 아시아로 향해야 한다. 우리의 민주화, 산업화, NGO를 우리의 것에서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럴때 진정 우리는 진보하는 것이요, 아시아 형제들과 상생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이땅에서 신음하고 있는 50만명의 이주노동자와 20만명의 이주여성들에게 우리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확인시켜 줘야 할 과제와 우리의 민주주의를 40억의 아시아 형제들에게로 이식하는 것을 전망하는 자세가 성년이 된 한국 민주화세력이 가져야 할 자세요, 전망일 것이다.
♡ 외국인노동자들의 든든한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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