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교수 임용 거부 사건에 대한 감사모의 입장  2007.05.18 09:12

감신, 시대유감

어디까지 가고자 하는가?

 여기에 하나의 사태가 있다. 그리고 그 사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들이 있다. 그 목소리들은 갈기갈기 찢겨 흩어져버리고 만다. 제각각의 소리를 낼 뿐 소통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정성”에 대한 이해 없이 상대를 간단히 판단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여, 어째서 오늘 우리들의 교정에서 비방과 회의, 방관과 술책이 우리들 신앙의 순수를 신앙의 이름으로 더럽히도록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방치했는지에 대해서, 그 표면 속을 뚫고 들어가 생각해보고자 한다.

▲ 현재(2007.5.19) 이필완목사 1인 침묵농성 5일째

혹자들은 이 문제를 두 개의 교수들 라인의 권력투쟁으로 보려고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이 문제를 개인적인 원한관계에 무게를 두고 보려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임용과정의 합리성 문제로 보려고 한다. 그뿐일까? 교수직을 놓고 벌이는 밥그릇싸움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교수의 자질문제로 돌리기도 한다. 이 말들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렇더라도 납득이 쉽지 않은 지점이 바로 “1인 침묵시위”다. 저 초로의 목사는 왜 저러고 있는 것일까? 권력투쟁 중인가? 원한이 있는가? 합리적 절차에 목숨을 거는 합리주의 신봉자인가? 아니면, 모 교수의 임용이 자신의 생활고에 보탬을 주기 때문에? 김준우 교수의 자질에 대한 평가가 자신에게는 중요한 것이라서? 어떤 대답도 시원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감사모는 이 사태의 본질을 “신학적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법 시도”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신학적 성향, 또는 노선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김준우 교수는 임용 탈락한 것이 아니라 임용 거부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저 초로의 목사가 보여주고 있는 숭고한 “진정성”을 본다. 그는 그 무엇도 아니고 “자유”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유”의 문제를 좀 더 생각해야만 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반드시 그 용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를 밝힐 때 드러나는 것이다. 단순히 집단과 집단 간의 투쟁 속에서, 집단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구조에서 평면적으로 놓고 볼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 대등한 집단과 집단, 대등한 개인과 개인, 집단의 개인에 대한 단순한 폭력으로 사태를 정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자유”의 문제를 두 가지 방향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신학함의 자유”에 대한 문제다. 서구의 모 신학자가 이미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이단시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단이 아니라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이단시비가 일어나는 이유는, 그것이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잉태하지 않는 바에야 이미 해당 신앙의 범주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김준우 교수의 신학을 문제가 있는 신학으로 보고 그것을 정죄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신학함의 “자유”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한다. 애초에 (참된)신앙이 전제가 되지 않고 신학을 하는 신학자가 바로 이 감신동산에 있고, 그는 다름 아닌 김준우 교수라는 말인가? 한쪽의 신학을 전제로 신앙을 규정한 후 그 신학과 다른 신학은 신앙이 아니라고 내모는 것은 현대판 마녀사냥이며 예수의 복음에 대한 직접적인 배반이다. 복음은 본질적으로 자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총장과 일부 인사위원들 신앙의 “진정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의 진정성이 다른 이들을 향한 배타적 폭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김준우 교수 신앙의 “진정성” 또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선택할 수 있는 자의 자유”에 대한 문제다. 이것은 권력을 행사할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자세의 문제며, 우리 학교가 신학교인 한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며, 나아가서 윤리적인 문제인 한 기독교윤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다. 우리는 이 자유를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자유”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자유야말로 예수께서 십자가를 통해 가르쳐주시는 것이며 요한복음 8장에서 말하고 있는 자유의 핵심이라고 본다(요한복음 8, 12~16참조). 이 자유를 지지하고자 할 때, 총장과 인사위원회는 바로 이 자유를 누리지 않았다. 저들은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할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그 결과 학교구성원들로부터 판단할 권리를 양도받은 자들로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유를 다해 신학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우리는 저들이 자신들과 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김준우 교수를 미워하고 비난한다면 그것까지도 인정하겠다. 그러나 정작 비판받아 마땅한 것은, 자신들이 합법적으로 양도받은 권력을 이용해서 신학함의 자유를 짓밟으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필완 목사의 사활을 건 시위 속에서 바로 이들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을 본다. 더하여, 이필완 목사의 시위에 전적인 지지를 표하며 총장과 인사위원회에 다음을 요구하는 바이다.

1. 2006년 8월에 있었던 영어 교수 임용에서 김준우 교수가 탈락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하는 학교 측의 입장을 제시하라. 여기에는 왜 당시 인사위원이 6인인 채로 심사를 강행하였는지, 왜 당시 인사위원회는 임면권자인 총장에게 임면 제청 ․ 동의권한을 위임해야 했으며, 그것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굳이 신학영어를 없애고 영어만을 고집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과목 전환의 과정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해명이 첨부되어야 한다.

2. 2007년 5월에 있었던 기독교윤리학 분야 비정년계열 교수 임용에 관한 인사위원회의 자료를 공개하라.

3. 김준우 교수의 신학적 성향, 즉 “역사적 예수” 논의에 대한 총장 측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

4. 더불어서 기독교윤리학 분야 비정년계열 교수임용과 김준우 교수 사태와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하라.

 2007년 5월 18일
감리교 사랑 모임 http://cyworld.nate.com/common/main.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