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에 실린 이승규기자의 기사입니다.

	▲ 노회나 총회는 목사의 성추문이 사실로 밝혀져도, 제대로 치리하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2003년 담임목사의 불륜 사건으로 혼란을 겪었던 모 교회의 모습. 교인들이 진실을 감추려는 당회의 반발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걸어놓은 모습이다. 현재 이 교회는 새로운 담임목사를 맞아, 새출발을 했지만 당시에는 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사례 1.

대구에 있는 호산나교회(예장합동·정명식 목사)는 최근 담임목사와 관련된 성추문 때문에 혼란스럽다. 정 목사는 2006년 12월, 호산나교회에 가끔 출석하던 김 아무개 씨와 모텔에서 옷을 벗은 채로 함께 있는 사진이 찍혔다. 그의 나체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정 목사와 김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정 목사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돈을 달라고 요구한 사람들은 협박 및 공갈로 법정에서 심판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정 목사를 모텔로 유인한 김 씨와 남자들은 공범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방법원은 돈을 갈취한 남성들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모텔로 유인한 김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 불쌍한 목사가 꽃뱀한테 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 목사에 대한 소문이 교인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여성 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교인들은 정 목사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다. 담임목사는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라며,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교인들은 '책임'의 의미를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목사는 그러지 않았다. 교인들은 노회에 지난 3월 말 탄원을 냈으나, 뚜렷한 소식은 없다,

사례 2.

서울 목동에 있는 'ㅍ'교회(예장통합). 이 교회 역시 지난 2003년 담임목사의 불륜 의혹으로 곤혹을 치뤘다. 'ㅍ'교회의 김 아무개 목사는 여성 교인과 모텔에 들어갔다 파파라치에게 걸려 돈을 달라는 협박을 받았다. 이 범인 역시 검거는 됐지만, 교인들이 사실을 알아버렸다. 교인들은 즉시 노회에 고소했고, 노회 재판국은 목사를 기소했다. 그러나 총회 재판국이 이를 뒤집었다. 총회 재판국은 증거불충분으로 김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교인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증거가 충분한데, 왜 무죄냐는 것이다. 이들은 예장통합 총회가 열리는 교회까지 찾아갔다. 노회도 총회 재판국을 압박했다. 결국 총회는 재판국원 전원 교체라는 전례가 없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다시 다룰 특별재판국도 설치했다. 총회 재판국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이 교회는 2년여 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나뉘어, 결국 교회는 둘로 쪼개졌다.

교회 내 성추문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동안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것만 해도 10여 건이 훨씬 넘는다. 목사의 성추문 사실을 알게 된 교인들이 받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 가서 제대로 하소연할 수도 없다. 하소연할 데도 없다. 노회나 총회를 찾아가면, 정확한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한다. 하지만 그 증거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목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성추문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목사는 공인이고, 존경을 받아야 하는 성직자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 대한 해명과 벌은 더욱 강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목사를 비롯한 교회 공동체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성추문과 관련해, 당사자에게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런 일들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 사건을 해결하고 함께 고민할 기구도 없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운영하는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는 교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각 교단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듣고 있음에도 성추문이 드러났을 때 해결 방법을 담고 있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다만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목사)만이 목사의 성추문과 관련해 처벌 조항을 갖고 있다. 감리회는 목사가 △부적당한 결혼을 하였을 때 △첩을 두거나 간음하였을 때 처벌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조항도 고작 6개월에서 2년 이하의 정직이 전부다.

윤리위원회 하나 없는 한국교회

	▲ 각 교단의 헌법. 이렇게 많은 헌법이 있지만, 목사의 성추문이 벌어졌을 때 해결 방법이나 치리 등을 담은 헌법은 없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성직위원회가 목사의 성추문과 관련된 사항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단 내에 이런 것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조직이 정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 점에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나마 감리회는 낫다. 다른 교단에서는 아예 이런 조직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의 성추문이 터졌을 때 교인들은 당장 어떻게 할지 모른다.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할 곳도 없다. 노회나 총회도 믿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외국의 사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미주한인예수장로교회 뉴욕서노회는 지난 4월 2일 여성 교인과 불륜 관계를 맺은 이영희 목사(뉴욕장로교회)에 대해 '3년간 목사직 정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 3년이 지난 뒤에도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목회를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목사에게 치유 프로그램을 통한 상담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이 목사는 치료를 받는 과정을 노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후임 목사도 정했다.

교인들은 어디로…

한국교회의 관점에서는 이영희 목사의 사례가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보일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교회는 목사의 성추문이 터졌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것은 목사나 교인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목사는 목사대로 교인은 교인대로 우왕좌왕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이런 사건이 터지면, 교회는 극심한 혼란으로 빠져들고, 결국 둘로 쪼개지게 된다.

박성자 소장(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2006년 12월 8일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주최한 '교회 내 성폭력 얼마나 알고 있는가'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해 "성적 비행의 방지책으로 목회자 자신도 성적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자신을 늘 성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교단들이 교회 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목회자를 보호하기에 급급하고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경우조차 징계보다는 회복에만 치중하는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