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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4월 06일 (금) 00:00:00 [조회수 : 3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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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이렇게 공기도 좋지 않은 곳에서 담배까지 태워요? 교회집사가 담배를 태운다고 이곳 성도들이 무엇이라 생각을 하는지 생각해 보셨어요?”
이틀 후에 면회를 온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아내가 나를 보자마자 눈을 부르트며 언성을 높인다. 평소 같으면 나는 고함을 질렀겠지만 지금의 나의 형편으로는 ‘당신 말이 옳소.’하며 참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일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겠어요.”
담배 10볼과 큰 도시락을 팽개치듯 책상 위에 던지며 구치소 면회실 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한번 더 오지….”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미리 준비한 눈물로 쓴 편지를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성이 난 이유는 모르지만 오늘보다 더 심한 말을 하더라도 한번 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싶은 나의 심정이었다.
힘없이 감방에 돌아와 동료들이 ‘오랜만에 마누라 만나 기분이 좋겠소’라는 부러움에 거짓 미소를 짓고는, 도시락 라면을 하나씩 선물하고 누워서 아내가 화가 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렇구나! 아내가 정보국에서 ‘살지도 않으면서 아파트 세를 줄 필요가 없다’며 이집사네 집으로 짐을 옮기겠다는 말을 하였던 것이다. 시간상으로 방학이 끝난 올레샤가 와 있을 수도 있고, 방 분위기로 보아 여자의 흔적이 있기에 같은 교회에 다니는 왈라나 이집사가 같은 여성의 입장으로 실토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평소에 개방적인 나의 성격이 화를 불러 온 것 같았다.
한국 구치소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면회가 되는데, 이를 잘못 알아들으면 면회자가 올 때마다 면회가 된다는 착각을 할 수가 있다. 면회자의 이름을 부르기에 오늘도 또 아내가 왔으리라 생각을 하고 면회실로 가 보았더니 아내가 아니라 서로 불장난 하다 6개월 전에 결혼을 한 여자였다.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내가 구속된 것을 알고 걱정이 되어 찾아왔다며 먹을 것과 ‘청소부가 된 성자’라는 책을 넣어주며 힘을 내라고 위로를 해 주었다. 방에 들어와서 새댁이 찾아왔다는 자랑을 했더니 무면허 치과의사가 큰 걱정을 하는 것이다. 내가 들어 오기 전에 무면허 치과의사는 사귀던 젊은 아가씨가 있었는데 면회를 왔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부터 매일 오던 마누라가 10일 동안 오지를 않아 걱정을 했는데, 숨겨둔 젊은 아가씨보다 늦게 온 마누라가 면회신청을 하였더니 이미 다른 사람이 면회를 하였기에 오늘은 할 수가 없음을 안 것이다. 면회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바람쟁이 남편의 꼬리를 잡은 것이다. 심지어 면회장에서는 본처와 애인 사이에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모습이 종종 있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고민이 되어 밤새도록 가슴을 졸였는데, 다음날 면회자가 왔다는 통보에 보신탕 집으로 끌려가는 개처럼 주기도문을 외우며 억지 발걸음을 옮겼다.
“미안해요, 어제는 학교에서 학부형들이 모이는 날이라 못 왔어요.”
보신탕 집에 끌려갔던 시커먼 개는 ‘대한독립만세! 예수님, 감사합니다. 역시 남자끼리 통하기에 기쁩니다.’라고 외치며 춤을 추며 감방으로 돌아온 추억이 떠 오른다.
내일이면 아내가 간다는 날이다. 올레샤 일로 설마 나를 한번 더 보지 않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간수가 나를 부르기를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그래 내일 비행기가 오후 2시니 아침에는 꼭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다음날 아침부터 기다려도 소식이 없고 오후 2시가 지나자 어둠 속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아마 면회신청이 거절되었을 것’이라 나 자신에게 위로를 한다. 지금쯤 비행기는 하늘을 날고 있을 터인데 아내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사랑은 절대 아니고 외국에서 그저 심심하여 젊은 이국여자와 같이 지낸 일이지만 아내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임에는 틀림이 없다. 새댁 일로 들켜 길에서 만난 아내로부터 슬리퍼로 뺨을 2대나 맞는 창피를 당했는데 차라리 때려주고 갔으면 나의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았다.
깊은 한숨을 쉬며 일기장에 오늘이 인생에서 제일 슬픈 날이라는 글을 남긴다. 아니 홀어머니 돌아가신 날이 제일 슬펐고 두 번째 슬픈 날인 것 같다. 그래도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라며 큰 소리를 쳐 보지만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다. 다만 기능이 다를 뿐이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는 러시아에서 생긴 일이라, 아내로부터 이번 일을 용서 받는데 오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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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동산의 선조처럼 발가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며 사는 부부도 가슴 속에는 숱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묻지 말자”며 새롭게 시작한 결혼도 바람기가 있는 남편을 둔 부인은 속이 새까맣게 탈 것 입니다.
요새는 점잖다는 먹사들도 성문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시대라 아담은 동물들과 연애하였고 하와는 뱀과 연애를 하였다는 기이한 해석도 나오는 세상입니다.
이제 나이가 드니 바람기는 사라졌고 예수님 때문에 이혼을 당하지 않아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얼마 전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20일 금식기도를 한 아내가 뿌린 눈물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래서 남은 시간 내가 무엇을 해야 아내가 기뻐할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을 해 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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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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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 오랜만입니다 |
| 저는 형수님 편을 들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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