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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3월 28일 (수) 00:00:00 [조회수 : 27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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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하순>
도변소의 귀에 바퀴벌레가 들어가 병원에 실려갔다. 귀에 들어간 바퀴벌레를 빼려면 어둠 속에서 불빛을 비추면 저절로 나오는 경우가 있기에 돌팔이의 실력을 발휘하여 일주일 전에 빼내 준적이 있었는데, 이번 녀석은 너무 깊이 박혔는지 나오지를 않아 오랜만에 세상의 병원에 나가 며칠 쉬는 것도 좋겠다 싶어 내가 포기를 하였던 것이다.
더워지는 날씨에도 지하의 배수관에는 더운 물이 지나가기에 팬츠만 입고 생활을 했는데, 며칠 전에 배수관 수리로 감방이 추웠기에 감기에 걸렸는지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올라 물을 삼킬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물이 나오지 않거나 전구가 터지는 경우에 내가 철문을 두드리면 간수가 빨리 오는 것은, 외국인이고 빵공장이 파업을 한 날에는 맡겨둔 나의 지갑에서 사제빵을 구입할 돈을 내는 회원이기 때문이다.
담당에게 부탁을 했더니 특별히 의사를 불러 주었는데 젊은 여의사라 기분이 좋았다. 나는 ‘편도선’이란 러시아어를 적은 종이를 보여 주면서 스스로 입을 벌려 목줄기를 만졌다. 가방을 뒤적이던 여의사는 통역을 하기 위해 따라온 우안드레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잠시 후에 안드레이는 나의 숟가락을 가져왔다. 아마 혀를 누르고 목 안의 염증상태를 보기 위한 가져오지 못한 설합자 대신 숟가락이 등장을 한 것 같았는데, 철저한 위생관념은 좋으나 어려운 시절에는 자신의 긴 손가락으로 나의 혀를 누러 대강 넘어가는 융통성은 없는 것 같았다.
“안드레이, 약을 왜 안주나?”
나는 여의사 얼굴만 감상하고 빈 손으로 방으로 돌아왔기에 안드레이에게 질문을 했으나 약이란 한국말을 알아 듣지를 못하는 눈치였기에, 나는 손바닥을 벌리고 작은 원을 표시하곤 입 속으로 털어놓고 물을 마시는 흉내를 하였다. 나는 항생제와 소화제를 기대하였으나 여의사의 처방은 소금물을 하루에 3번씩 마시고 당분간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루에 3번이 아니라 10번씩 소금물로 헹구어도 이미 염증이 생긴지라 고열이 계속되고 식은 땀까지 흐르기에 이틀 후에 다시 철문을 두드리고 하소연을 하였는데, 러시아 의사들은 고열과 설사에 대해선 상당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입원까지 시키기에 병원구경도 해 보나 싶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가?”
“조금 할 수가 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
“코리아. 유지노코리아.”
이번에는 건방지고 욕심이 많아 보이는 남자의사가 기본영어로 묻기에 혀를 좀 꼬부려 본토 발음으로 바로 대답을 하였더니, 기가 죽었는지 목의 염증검사도 하지 않고 싱긋이 웃으며 가방에서 약을 꺼내 준다.
“안티?(Anti)”
전에 블라디보스톡 세르게이 의사가 개인적으로 항생제를 많이 사갔는데 러시아 의약품 용어는 영어 대신 라틴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불쑥 나온 말인데, 의사는 나를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머리를 끄덕인다. 러시아인들은 미국에는 고개를 숙이지만 중국이나 북한은 한 수 아래로 보나 88올림픽을 통하여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한국촌이나 지구촌이나 약육강식의 법칙은 불변인 것 같았다.
한국의 구치소에서는 의사 구경은 못하지만 약에 지식이 있는 교도관이 의사를 대신하여 아픈 곳을 이야기하면 한 뭉치 약을 주는 편법을 사용하지만, 이곳에는 의사 구경은 쉬워도 약 구경은 힘든 현실 속에 구한 약이라 항생제 6알 중에 2알을 입에 털어넣고 누웠다. 다음날도 빵도 못 먹고 끙끙대며 앓고 있는데, 안드레이가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버터를 잔뜩 넣은 뜨거운 홍차를 입에 넣어 주면서 이것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다음날 점호시간에 몸이 날아갈 듯 했는데 어제 홍차 속에 마약을 넣었다는 사실은 후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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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고급 자격증을 가진 직업에서 대량 양산으로 고급이 중급으로 변하기에 기존 단체에서 심한 반발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남발로 저질 자격증을 만들기에 권위에 손상이 간다는 궁색한 변명이죠.
한때 의사들이 의료보험 수가에 대한 불만으로 부분적인 파업을 한 적도 있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더군요. 이유는 존경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한국인들이 모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계는 자본주의의 승리로 판명이 되었지만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경쟁만 유발시키기에 전부 성경적은 아닌 듯 싶습니다. 공부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기에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고액보장과 존경도 아울러 받아야 한다는 경제원칙. 무엇인가 하나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습니다. “제발 병들지 마세요. 돈 없는 사람이 아프면 죽음 뿐입니다.”
믿음 좋은 제 마누라의 비명이며 부탁입니다. 70년 공산주의란 방법론으로 국민소득이 2000불인 러시아지만 급하게 아프면 03 구급차가 달려 옵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한국 의사들은 미국에서 첨단 의학도 배우고 러시아에서 봉사 의학도 배우는 균형 잡힌 의학공부를 해야 할 듯 합니다.
이제 1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가지자 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달러를 들고 가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정신이며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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