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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3월 26일 (월) 00:00:00 [조회수 : 36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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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작년 7월 13일 대형사무실을 폐쇄하고 아파트 전세금으로 대강의 빚 잔치를 하고는 연탄 아궁이를 사용하는 산중턱의 한 칸짜리 월셋방에 가족들을 풀어 놓고 조국을 도망치듯 빠져 나온지도 일년이 되어가는구나. 가계수표는 부도나고 레일을 부탁한 업자가 사기로 고소를 할 입장이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할린으로 가기 위해서 김해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으나, 국민학교 4학년이나 12월 생이라 아직 어린 딸이 학교에서 오기를 가방을 든 채 집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린 것은 혹시나 긴 여행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변한 환경에 멍한 표정의 어린 딸에게 “엄마 몰래 과자 사 먹어라”며 돈을 쥐어주고는, 나는 딸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큰 길을 향해 달렸다. 조만간 출국정지를 당할 나는 가슴을 조이며 출국대를 지나자 바로 청주의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해결하고 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한 것이 마지막 대화가 되었으며, 오랜 세월을 조국을 그리는 신세가 될 줄이야!
1992년 봄. 최윤양의 끈질긴 유혹과 러시아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무역회사는 사할린에는 마피아들의 보복으로 가지 못하고 대신 캄챠카에 생선과 나무를 구매하러 4차례나 간 최윤양이 헛탕만 쳤고 러시아 무역 브로커들의 집합소가 되어 엄청난 경비가 지출되었기에, 1994년 8월. 내가 직접 부산지하철공사에 들어갈 나무 오더를 받아 사할린으로 간 것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본 것이다.
혼란기의 러시아 사할린은 한국인의 눈에 ‘돈이 날라 다니고 굴러 다닌다’는 말이 실감 났으나, 가능한 일이 작은 부분에서 일이 틀어져 버린다는 현실을 체험해야 했으며 통역을 해주는 동포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되었다. 보름은 한국, 보름은 사할린의 왕복생활에서 나무 완제품은 톱날의 시스템이 달라 얇은 판재를 켜기 위해서는 한국기계가 들어와야 했으며, 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현실에서 빵 공장은 밀가루까지 한국에서 공급이 되야 했으며, 일제시대 산판에 시설한 버려진 레일은 철도회사와 현지 관리자의 손발이 맞아야 성사가 되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일제시대 때 설치되어 쓸모가 없어진 산판의 레일은 실구매자가 T/T(현금)를 다른 회사로 보내는 불행의 시작으로 일이 엉켜 나는 사기꾼이란 오명을 쓰게 되었지만 경험도 없는 고철장사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되었고, 고생하며 기다린 보람이 있어 수출세가 없어진 이 시점은 눈을 감고도 돈을 벌 수가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나는 감옥에 갇혀있는 운명이 답답할 뿐이었다. 속이 터질 것 같아 답답할 때는 손가락으로 셈을 하며 주기도문 100번을 외우므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추운 나라 러시아는 여름방학이 3개월이고 겨울방학이 일개월인 것은 날씨가 좋은 계절은 공부보다 일광욕으로 건강을 돌보며 농사도 돕는다는 취지였는데 학교 난방비를 아끼려는 한국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나에게 사식을 보낸다고 방학 때 북쪽의 집에 가지 못하는 올레사였기에 변호사에게 책과 옷을 가져오기 위해 한번 특별면회를 부탁을 하였다.
지하 감옥의 큰 사무실에서 변호사와 통역의 입회 하에 올레샤를 만났는데 서로 필요에 의해 한 지붕 아래 산 사이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니 반가움이 더 하였고 여자라 흔한 눈물까지 흘리자, 변호사와 통역이 10분 동안 개인 시간을 가지라며 문을 열고 나간다. 아마 현지인이면 재미난 시간도 가질 것 같았다.
올레샤에게 궁금했던 밖의 소식을 물어보니 사무실 식구들은 출근도 하지 않고 흩어졌고, 게나지는 아직도 고철을 움직일 생각도 않는다며 그를 믿지 말라는 충고를 한다. 올레샤는 전형적인 러시아 시골 여자이며 공부 밖에 몰랐기에 사무실 동포 직원들도 칭찬을 할 정도였으며 6개월을 같이 지내본 나도 그녀의 착함과 정직함은 인정하였다. 나는 방바닥에 숨겨둔 보석금 4000불의 위치를 그려주고 천불로 내가 나올 때까지 집세와 생활비로 사용하고, 천불은 통역에게 드려 그의 아내가 사식을 담당케 하고, 나머지 이천불은 교회의 여집사님에게 보관을 시킨 후에 키퍼 개를 데리고 북쪽의 고향 집에 다녀오라고 하였다.
올레샤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영어로 쓴 편지와 한국 숟가락을 주며 싱긋이 웃었는데, 이는 자신도 국과 밥을 같이 먹는 버릇이 생겨 한국사람이 되어간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남녀가 같이 산다는 것은 개와 고양이가 같이 사는 것처럼 신기한 일이다.
책과 먹을 것을 잔뜩 들고 감방에 돌아오니 두 젊은 신입생이 들어 와 있었는데 감방장의 옆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아 마피아인 듯 했다. 안드레이가 소개를 해 주는데, 위토르라는 날카롭게 생긴 젊은이는 네월스크(이 마을 앞바다에 KAL기 추락) 마피아인데 2명을 총으로 죽인 전문 킬러며 순하게 생긴 제야 청년은 폭발물 전문가라고 하였다. 이 당시는 마피아에게 오천불만 주면 살인도 해 준다는 소문도 있었기에 막상 킬러와 같이 한 방에 지내려니 두려운 생각도 들었으나, 두 청년의 행동이나 말씨가 상냥했기에 안심이 되었다.
킬러 위토르는 자신도 할머니가 일본인이라며 일본 젓가락을 나에게 선물로 주며 다음에 네웰스크에서 물건을 구할 일이 있으면 자신의 이름을 대라며 집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적어 주기에, 전에 네웰스크에서 킹크랍을 사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종이장(신용장)으로 물건을 사려고 고생을 한 사람이 당신이냐며 크게 웃는다.
폭파범이 이 방에 온 후로 새벽마다 키피톡을 만드는 독한 연기가 사라지게 하는 대변화를 가져 왔다. 러시아인들은 추운 곳에서 살기에 더운 차이를 많이 마시기에 생활용품 중에서 물을 끓이는 ‘키피질릭’이라는 신기한 기구는 물 한잔부터 작은 욕조까지 대울 수 있었다. 키피질릭의 물 속에 담그는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달팽이처럼 생겼으며 반대편에 소켓에 꼽는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감방 안은 소켓이 없기에 사용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폭파범은 철문 위의 전등을 소켓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지녔기에 맥카이버라 불리게 되었으며, 너무 과열되어 지하실을 어둠으로 만드는 일이 종종 있었으나 이 또한 갇힌 자들에게는 작은 반란을 통한 즐거움이었다.
막심이란 젊은이는 내가 이 방에 오기 한 달 전부터 있던 자인데 여호와의 증인이라 군대 대신 2년 세월을 감옥살이를 자청을 한 자였다. 소심한 성격으로 말이 별로 없었으며 큰 땅 출신이라 사할린에 연고자가 없어 사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사할린의 여호와 증인들이 사식을 대어 주었기에 갑자기 졸부가 되었다.
치사한 감방장이 막심의 물건에서 바닥에 까는 큰 타올이나 좋은 필기도구를 뺐었으며 정신병자 카드를 지니고 있었던 무뢰한은 먹을 것까지 자신의 것처럼 취급하였기에 새로운 어려움이 생겼다. 그러나 하느님도 화가 나셨는지(?) 늙은 뽀빠이를 보냄으로 역전이 되는 느낌이었다.
짧은 머리에 해군 모자를 쓰고 몸에 착 달라붙는 가로 무늬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뽀빠이는 자신은 50세로 전과 10범임을 은근히 자랑 하였는데, 주름살만 없었으면 40세라 하여도 믿을 만큼 날씬한 근육질 체격의 소유자였다. 2~3일은 동료들에게 막심에게 대하는 부당함을 지적하였기에 말발이 섰으나 비둘기 신원조회 결과 지나가는 꼬마들 호주머니를 터는 치한이었기에 모두에게 개망신을 당했으나, 막심은 자신을 지지해 준 빈대 뽀빠이를 버리지 않았기에 새로운 감방 전도가 시작되었다.
이 당시 러시아는 회사마다 휴가를 주어 각자가 알아서 먹고 살 방법을 찾게 했으며 최강을 자랑하던 군대도 보급선이 끊어졌기에 소대장들은 부하들을 먹이기 위해 부하들을 트럭에 싣고 컨테이너에서 짐을 창고에 넣는 일을 거들어 주며 양식을 구할 정도였다. 그러나 돈이나 받아 자기 주머니에 채우는 소대장은 없었고 오직 먹을 것만 받는 소대장들인지라 군인정신은 강하게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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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은 세계 어느 곳이든지 수난을 당하는 모양입니다. 총 들기를 포기하고 감옥을 택한 막심 청년은 지금도 더 열심히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에도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한 여호와의 증인들이 많다는 소식인데 정말 대단한 증인(?)이라 생각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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