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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3월 16일 (금) 00:00:00 [조회수 : 3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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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순>
서울 레스토랑 사장이 모스크바에서 돌아왔는데, 나의 진술에 노발대발하며 어떤 동포가 자신을 빙자한 것이라며 이야기 할 가치조차 없다는 태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판사 출신이며 그 당시 사할린에선 손에 꼽히는 사업가이었기에 정보국에서도 인정을 하였다. 이제 정보국의 초점은 내가 세관의 누구와 짜고 일을 벌였나 하는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했으나 결코 서둘지 않았다.
6월 5일에 계약금 만불이 오기로 하였기에 돈치기 구멍을 준비해 두었는데 10일이 되어도 소식이 없다. 돈치기란 은행을 통하지 않고 한국과 사할린의 개인들끼리 국경을 넘는 돈인데 - 러시아 돈의 흐름은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노출경제이기에 직원들 월급 외는 현찰로 찾는 것이 까다롭다 - 무역에서 노출되는 부분에 대한 세금을 피하고자, 사할린에서는 한국업자에게 밑으로 돈을 보내야 하고 한국에서도 선교비나 교회건축비 등 송금이 까다로운 부분이 있기에 밑으로 보내는 돈이 많았다. 그래서 서로가 날짜를 정확하게 지켜야 하였고 자꾸 실수를 하면 신용이 떨어져 이 구멍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중순>
6월 12일까지 공탁금 4000불을 걸고 외상으로 해 둔 변호사 선임비도 주어야 하는데 아직 돈이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계약금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로마도 고철을 부두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고 사할린 철강도 봉급을 주지 못해 나에게 심한 독촉을 하였다. 사업에서 자금이 떨어진 것은 전쟁터에서 사병이 총알이 떨어진 것과 같기에 실탄이 올 때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과 약속한 12일이 되어도 입금이 되지 않았기에 멀리 도망쳐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통역 노인에게 일주일만 연기를 해 달라고 사정을 했더니 성을 내며 3일의 시간을 준다. 국도 현사장은 고철을 구입하기로 한 쪽에서 6월 4일에 사할린에 물건을 보러 온 분에게 이미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 현사장도 정사장이 고철구매자인 줄 알았는데 실제 구매자가 따로 있음을 늦게 알았다며 6월 24일에 두 분이 사할린으로 간다는 통보를 하였다. 아무튼 국도 현사장과 나는 날씨도 풀렸고 관세가 없어진 기회에 비철을 빨리 작업을 하여 만회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그들이 복잡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부분에 대해서 재촉을 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하순>
6월 19일. 한국에서 돈치기를 통해 애타게 기다리던 만불이 왔기에 통역 노인에게 전화를 하여 그 동안 사정 이야기를 하였더니, 왜 진작 나타나지 않고 피하기만 하였냐고 짜증을 내면서 내일 변호사와 같이 정보국으로 가서 사정을 해 보자는 것이다.
다음날. 노한 얼굴의 변호사에게 사과를 하고 재판까지 책임을 져 달라며 2500불을 다 지불 하였더니 정보국에 전화를 하고는 앞장을 서는 것이다. 정보국에선 성이 난 조사과장이 인터폴에서 가계수표 3천만원 부도로 기소가 되었으며 레일문제는 사기로 고발까지 되어있다는 통보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데 약속까지 어긴다며, 공탁금을 걸고 재판을 받는 일은 상부와 의논을 해 보아야 한다며 것이다. 공탁금 4000불은 받지 않고 돌려 주기에 기분이 이상하여 통역과 변호사에게 점심을 대접하며 며칠 후에 한국에서 고철을 사러 오니 내가 없으면 낭패라며 신신당부 하였다.
6월 24일. 한국에서 고철을 구입할 손님 두 분이 오셔서 오후 1시에 사무실 앞의 삿포르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 30분 전에 정보국 사람들이 와서 덜렁 수갑을 채우는 것이다. 하도 당황하여 통역 노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국 국도에서는 자신들의 직원이 아니므로 책임을 지지 못한다는 통보가 왔기에 일단 구속하여 조사를 한다는 결정이 났다며 일주일 정도 생각을 하고 간단한 옷가지를 챙겨 가라고 하였다.
국도 현사장에게 섭섭한 생각이 들었으나 신용과 자금까지 압박을 받고있던 그 역시 한국 정보국과 경찰로부터 시달림을 받았을 터이고 문제를 일으킨 자는 나이기에 이해를 하여야 했다.
통역 노인이 한국에서 손님이 왔으니 잠시 호텔에 들리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정보국 직원들은 나를 집 앞의 샷포르 호텔로 데리고 갔다. 정사장은 두 번째 보나 실제 구매자인 오사장은 처음 보는 분이었는데 내가 수갑을 차고 호텔에 나타나니 놀란 표정이었다. 탄로 난 비철 밀수 사건은 이들도 미리 알고 있었으나 구속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게나지가 대신하여 고철작업을 할 것이며 박 왈로자가 북쪽으로 안내를 하여 고철과 비철을 구경 시켜 드릴 것이라며 안심을 시켰다. 빼쟈 아저씨를 북쪽에 보내려다 나를 한번 배신한 박 왈로자가 한국 말이 더 능통하고 어려운 형편이라 올레샤를 통해 두툼한 경비까지 주어 손님들을 북쪽으로 안내케 한 것이 후에 나에게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배신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정보국에서 세관을 연결한 중간책에 대한 조사를 다시 받은 후에 나는 지프를 타고 어디로 갔는데 2분 정도의 짧은 거리였으며 후문으로 차는 들어갔고 두 명의 요원에게 이끌려 차에서 내리려는데, 통역노인이 세관원과 교섭한 사람만 찾아내면 금방 해결이 된다며 잘 생각을 하라고 하였는데 그는 이미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러시아 특유의 둔탁한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가서 벨을 누르자 문에 달린 조그만 창문이 열리는데 이상한 악취가 뿜어 나온다. 정보요원들은 나를 유지노사할린 경찰서 감방에 인도한 후 악수를 청한다. 후에 안 일이지만 나는 정보국 감방에 수감되어야 하나 수리 중이었기에 임시로 위탁된 신세였다.
난 이들이 일주일 정도 가두어 두고 철저하게 배후를 조사할 것이라는 생각에 급하게 성경, 세면기구, 속옷과 담배만 챙긴 조그만 손가방 뿐이었다. 양편에 감방이 있을 것 같은 긴 복도 입구의 책상에 앉은 경관이 나의 소지품 검사를 하더니 시계, 라이터, 지갑, 허리띠는 보관을 한다며 품명서에 기록을 하더니 잠시 후에 2명의 남자가 들어왔는데 이들은 경찰이 아니라 길에서 증인으로 발탁되어 온 자들이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로 70년 동안 교회와 담을 쌓고 지냈지만 1000년 동안 동방교회와 더불어 산 민족이라 모든 것이 성경예습대로 살아가고 있었으며, 우리 조상들이 ‘소련인은 의심이 많다’는 말처럼 어찌나 기록하는 것이 많은지 종이에 적다가 세월이 다 가는 느낌이었다. 나의 지갑에는 1000불이 루불로 들어 있었는데 경관은 나와 2명의 증인들이 보는 앞에서 한 손은 돈을 쥐고 한 손은 한 장씩 책상 위에 놓는 그들 방식의 셈을 하고는 나에게 사인을 하라고 하였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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