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회치고 비교적 법체계가 발전했던 로마법이 남긴 유산을 볼 때도, 법은 개별시민이나 사회 구성원의 권리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역할 또는 사회전체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것은 아시아의 법체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의 법체계는 선량한 지도자와 행정부의 지도아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이익을 도모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권리는 없다.

 

아시아인들이 유럽과 북미에서 주장하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보장으로서의 법제도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시아인들은 로마제국처럼 법을 지배자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도구로 이용하여 서로를 식민지화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로마법은 법제도의 활성화를 가져오고 법문화를 발전시킨 것이 사실이지만 로마법은 로마시민개개인의 인권을 위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전체의 유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아시아의 법체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은 힘 있는 지배자들의 의도를 실현화시키는데 도구적 법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약자들이나 민중들의 권리나 정의, 평화가 아니라 지배자들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악용되는 것이다. 이는 독재국가나 공산국가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독재정권에서도 이미 드러났던 것들이다. 그러나 근대 이후 서구의 법의 목적은 국민들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주장하기 위해 존재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가장 평등하고 자유스러우며 민주주의가 토대가 되고 있는 한국 장로교단에 교인개개인의 권리가 존중되지를 않고 목회자나 당회의 권리만 중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회법은 성서에 기초한 것으로 약자들의 정의와 평화, 일반신도들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도록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권력을 가진 당회나 목회자가 자신들의 지배와 욕망, 기득권을 위해서 법을 수단화시켜 악용화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카리스마적인 목회자는 당회와 제직회, 공동의회를 무력화내지는 마비시키고, 독선을 행함으로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와 권익수호만을 위하여 법을 이용한다. 교회를 몰래 폐업신고하고 몰래 매각하며, 탐욕을 바벨탑처럼 높게 쌓아올리고 있다.   

 

교회법의 원래 목적인 교인들의 권리와 보호, 약자 보호, 정당성, 정의와 질서, 원칙, 기준이라는 원래의 위치가 상실되고 교권을 가진 지배자들의 도구로 전락하여 그들 행위의 정당성과 합법성만을 추구하게 된다. 교권 앞에서 교인개개인의 권리는 간데 온데 없다. 교회만을 위해서 일개교인의 권리는 찾아볼 수 없고 희생되어야 한다. 목회자한테 말대꾸하거나 대들면 저주받는다고 무당소리로 겁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한 술 더 떠서 일탈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불신자나 이단, 부도덕한 사람등으로 낙인 찍어 출교를 시키거나 스스로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게끔 이탈세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는 교회가 중세의 교권주의의 수렁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당회는 교회법에 입각하여 교인들의 생각과 뜻을 대의하여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교회질서를 구축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왕당파식으로 되어 무조건 목회자만 지지하여 맹종체제로 전락하거나, 또한 교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과두정치체제로 전락하여 독단적 의회주의자가 되어 목회자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향유하고자 한다. 

 

목회자는 목회자대로 왕의 위치로 승격화 되어 ‘짐이 곧 교회’라는 얼토당토치 않은 슬로건을 갖고 교회행정과 재정, 정치, 인사를 자신의 수하에 넣고 좌지우지 한다. 윤리. 비윤리라는 도덕적 범주에 상관없이 자신의 말에 복종하고 맹종하면 성경적이고 아니면 비성경적이 된다. 이는 교권의 독재성이다. 교회의 권한이 일인 목회자나 당회에만 집중된다면 개인의 권리가 상실된 로마사회나 전근대적인 아시아의 법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교회의 권한이 교인에게 있을 때만이 교인의 권리가 중요시 되는 것이다. 한국교인들은 이제 교인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목사와 당회로부터 권리를 되찾아 와야 하는 것이다. 목회자나 당회 역시 교인들에게 권리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최근 소망교회는 부목사까지 공동의회 투표를 통해서 결정한다고 한다. 이는 권리를 하나씩 교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대구제일교회는 그간의 관례를 깨고 목사청빙위원회의 절반은 당회원 절반은 일반신도들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이제 성장이 아니라 성숙되어야 한다. 그것은 교인들의 권리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교회 교인들은 만인제사장이 아니라 축복을 담보로 맹종만 하는 만인 노예로서 살아왔다. 한국교회의 성숙은 택한 족속이요 왕같은 만인제사장들의 권리를 중시 여기는데 있다. 이제 당회와 목회자는 교인들에게 권리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 목사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를, 교인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를 추구할 때 건강한 교회가 되지 않을까?       

 

 

 

 

크리티앙 황규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