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리회는 재정 유용으로 사회법에서 유죄를 받은 김홍도 목사는 치리하지 않았다. 정진권 목사는 재정을 유용하지도 않았는데, 교회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그런데 사실 감리회의 보수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감리회는 지난 2004년 총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와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채택하자는 안건으로 회의가 잠시 시끄러웠던 경험이 있다.

감리회 보수화, 어제오늘 일 아니다

결국 이 안건은 총회 석상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총회가 끝난 뒤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총회부실행위원회에서는 이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시국선언문이 채택되지 않자, 서울연회는 계속 선언문을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또 총회에 참석한 내빈이 인사하는 시간에는 '대한민국안보와경제살리기운동본부'(이하 안경본) 대표인 김한식 목사가 인사를 해 일부 회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당시 감리회 총회에 참석한 외부 인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당시 총무였던 백도웅 목사와 CBS 이정식 사장, 대한기독교서회의 정지강 목사 등 교계 연합기관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안경본은 교계 연합기관도 아닐 뿐더러, 김 목사 역시 감리회 소속도 아니다. 더구나 그는 김진호 당시 감독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보법 폐지 반대를 위한 서명을 부탁해 일부 목사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번 개정 사립학교법 재개정운동에도 감리회는 일부 보수 개신교계와 행동을 같이 했다.  물론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이광선 목사)처럼 삭발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운동에 함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줄곧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노선을 같이 했다.

일부 목사들, "심히 우려된다"

이번 정진권 목사의 사상 검증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사건은 감리회 내부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봐서도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다. 만약 정 목사가 이임을 하게 되면, 재정 유용이나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물러나는 꼴이 된다. 감리회 교단 법인 교리와장정은 목회자의 이동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감리회 내부에 진보적인 목사들은 바로 이 점을 걱정한다. 이들은 앞으로 사상 때문에 목회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교단 내 진보적인 목회자들은 정 목사가 친북 반미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 목사 자신도 젊었을 때 그 흔한 데모 한번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사진으로 본 분단 60년>도 일부 장로들의 주장대로 친북 반미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사진들도 이미 언론에 공개된 것들이고, 곁들여 쓴 문장 역시 그렇게 편향적이지 않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감리회의 한 목사는 "정진권 목사가 친북 반미면, 나는 김정일의 친구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 목사는 이념과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에는 형평성의 문제. 감리회는 재정 유용 등으로 사회법에서 유죄를 인정 받은 김홍도 목사(금란교회)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정 목사는 재정을 유용하지도 않았는데, 사상이 편향됐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정 목사의 인사이동은 3월 31일 결정된다. 이날 구역인사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