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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3월 09일 (금) 00:00:00 [조회수 : 3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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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순>
“띵똥! 띵똥! 띵똥!”
세인트 버나드 종자인 키퍼가 손님이 왔다고 소파에서 잠을 자고있는 나의 얼굴을 핥는다. 5월1일 오전 8시 10분. 직원들의 출근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았고 이틀 간을 야근까지 했는데 걱정이 되는지 누군가 일찍 온 모양이다.
“올레샤! 올레샤!”
옆 방에서 후배와 자고있는 러시아 여대생을 불렀으나 아침에 수업이 없는 날에는 늦잠을 자기에 기척도 없어 내가 일어나야 했다.
“또 탐?(누구세요?)”
그냥 문을 열어주고 싶으나 러시아 사할린에서는 꼭 상대를 확인을 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당부에 형식적으로 물어 보았는데, 계속 러시아 말을 하기에 문구멍으로 살짝 보니 많은 남자들이 와 있었다. 게다가 정장의 차림을 한 사람들과 장총을 든 군인들도 보였기에, 나는 어제 밤의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체념 상태로 문을 열어 주었다. 신분증을 보여 주는데 러시아 글을 모르는 내가 알 수가 있는 것은 빨간색이란 사실 뿐이었다.
“파스포트, 비자.”
여권과 비자란 말은 영어와 러시아어가 비슷하기에 금방 알아차렸으나, 나의 여권은 분실을 한 것이 아니라 일주일 전에 돈놀이를 하는 곳에서 월 10%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여권을 맡기고 만불을 빌렸기에, 어깨를 들썩이며 손짓으로 없다고 하며 대신 여권과 비자를 복사 해둔 종이를 내 밀었다. 질문이 계속되기에 사범대학 영독학과 2학년이며 영어에 능통한 나의 통역이자 러시아 마누라 노릇까지 하는 자고 있는 올레샤를 깨웠다.
“무슨 비즈니스를 하는가?”
작년부터 어떤 물품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면 돈이 되는지에 대한 나의 판단을 떠나 한국 구매자의 요청대로 물건을 구해 주어야 하는 현실이었기에 무슨 업종인가는 나 자신에게 되물어 보고 싶은 말이었다.
“고철, 비철, 나무, 생선, 킹크랍(King clab)….”
“오늘 새벽 코르샤코프 항구에서 어선에 비철을 싣고 한국으로 가려던 배의 물건 주인이 당신인가?”
“맞다. 내가 한국으로 보내려고 출발을 시켰다.”
더 조사 할 것이 있으니 같이 동행을 하자기에 순순히 응할 수 밖에 없었다. 밖에는 지프가 3대 서 있었는데 맨 앞차에 내가 타고 두 번째 차에는 올레샤와 후배가 탔는데, 조금 가더니 내가 탄 지프는 어느 아파트에서 중풍으로 몸이 약간 불편한 동포 노인을 태우곤 겨울눈이 녹기 시작하여 물바다인 도로를 5분 정도 달리더니 낮선 건물의 뒤쪽으로 차가 들어 섰다.
건물의 뒷마당에 내려 작은 문을 열고 3층까지 올라가는데 노인이 몸이 불편하기에 음침한 분위기 속을 천천히 걸었는데, 이곳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러시아 사할린 정보국(KGB)이었다. 복도의 음침한 분위기와는 달리 잘 정돈된 사무실에는 정장을 한 점잖게 생긴 35세 정도로 보이는 러시아인이 혼자 앉아 있었다.
“내가 통역을 할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지정해도 됩니다. 이 사람은 조사 과장인데 묻는 말에 거짓말을 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을 하면 일이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나이가 65세 정도 된 듯한 중풍에 걸려 한쪽 다리와 손이 불편한 노인이 또렷한 한국말로 통역을 한다. 7~8년 전에 보건증 사건으로 부산시경 특수팀에게 연행되어 공포 분위기 속에 조사를 받던 일이 생각 났는데, 이번에는 외국이고 게다가 공산권이었던 러시아 악명 높은 정보국(KGB)이기에 더 떨리는 것 같았다.
“어느 회사에서 초청을 했나요?”
“한국의 관광회사에서 비자를 받았기에 회사는 잘 모르나 사할린이 아니고 큰 땅의 회사일 것입니다.”
그 당시 러시아 비자는 관광회사에 돈만 주면 금방 나오는 비자였기에 한국사정을 잘 아는듯한 통역 노인이 설명을 하자 조사관도 인정을 하는 눈치였다.
“서류를 만들어 정식으로 보내지 왜 세관원들과 짜고 물건을 몰래 보내려 했나요?”
밀반출을 결심하면서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마음만 먹었지 만약에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이 질문은 내가 대답하기 상당히 힘들었다.
“서류도 만들고 절차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마돈나가 만든 서류는 많은 절차를 생략하였으며 가짜입니다. 누가 이 서류를 만들었지요? 정확하게 대답을 해야 합니다.”
외국과의 계약서, 물건 구매처, 세금계산서, 은행확인서, 관세필증 등의 여러가지 서류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후에야 마지막으로 세관을 통과함은 알고 있었지만, 바로 게나지가 세관원과 짜고 했다는 말은 할 수가 없기에 즉흥적인 대답으로 둘러댈 수 밖에 없었다.
“마돈나 회사는 비철을 한번도 수출한 경험이 없어, 제가 자주 다니는 서울 레스토랑 주인인 듯한 동포 분이 저의 이야기를 듣고 도와 주겠다기에 그 분에게 수출업무를 모두 맡겼습니다.”
그 당시 사할린에는 한국인이 자금을 대고 동포가 건물을 제공하는 동업으로 일층에 가라오케, 2층에 최고급 식당을 차렸는데, 질이 좋지 못한 동포였기에 동업자와 재판까지 열었고 한국인의 속을 태워 심장병으로 죽게 한 서울 레스토랑 사장을 지목하였던 것이다. 허나 총책임자 동포와는 잘 알고 있었으나 사장은 이름만 알뿐 한번도 인사를 한 적이 없었다.
“이름은?”
“알렉세이라던가? 성은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조사관은 그에 대한 인상과 만난 횟수 등을 꼼꼼하게 질문을 하며 나의 엉터리 대답을 컴퓨터에 또박또박 입력을 하였다.
“배에 무슨 물건을 실었나요?”
“알루미늄과 약간의 브론즈를 실었습니다.”
“그 외 다른 물건은?”
“없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정상적인 물건이면 낮에 싣지 밤에 왜 실어요? 게다가 러시아에선 4월 1일부로 수출세까지 없어졌는데 몰래 물건을 보내려고 한 것은 비철을 핑계로 핵이나 무기를 가지고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죠?”
조사관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하는 답변을 하기에 바쁜 나는 무기 운운하는 황당한 소리보다 수출세가 없어졌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비철에 수출세가 없어지다니… 저는 통역과 4월 초순까지 세관 변호사실에 다녀왔는데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세관 변호사실이란 세관 내의 사무실에 수수료를 내고 면담을 신청하면 세관 직원들이 상세히 수출입에 대한 업무를 설명해 주는 곳인데, 작년부터 나무와 킹크랍 문제로 출입을 많이 한 곳이나 견해가 달라 자기들끼리 다투는 경우도 보았다.
“사할린에는 공문이 4월 20일에 도착하여 이날 사인을 했기에 이날부터 시행이 되었고 그 사이에 수출을 한 관세는 도로 돌려 줍니다. 이제부터 더 솔직히 이야기 하세요.”
아무리 땅덩어리가 크고 의심이 많은 나라지만 모스크바에서 각 주마다 거치면서 세관장이 사인을 한 날부터 해당지역에 효력을 발생하는 규칙에 나는 눈 앞이 캄캄해 지며 일어나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허나 대낮에 대문을 활짝 열어둔 것도 모르고 달 밤에 몰래 담을 넘어가려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북쪽 군부대의 미사일 발사대는 어떻게 구입했나요?”
“저는 군대물건은 모르며 단지 산 속에 폐기 처분된 알루미늄 전선만 구입을 했습니다.”
“좋아요. 북쪽에서도 조사를 하고 있으며 배에 실은 물건은 모스크바에서 특수 조사팀이 와서 조사를 하면 판명이 날 것 입니다.”
북쪽에서 내려오다 고장 난 2대의 트럭 중에 한 대에는 우크라이나인 게오르기가 전에 나에게 구경 시켜 준 공군부대의 알루미늄으로 만든 소형 미사일 발사대가 실려 있었다고 하니, 핵무기도 실려있을 것이란 조사관의 추측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세 시간에 걸쳐 조사를 하고는 계속 조사를 해야 하니 이 도시를 떠나지 말며 통역에게서 연락을 받으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며 친절하게 집까지 태워주는 것이다. 한국처럼 경찰서 지하감옥에 10일 동안 가두면서 검사기소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란 나의 생각과는 정반대였기에 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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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해보는 건축이란 분야에 뛰어 들었기에 너무나 정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호랑이 소굴인 미국 타운 근처로 이사를 했기에 일반 전화는 없고 핸드폰으로만 연락이 되기에 인터넷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10년 전의 악몽의 순간을 되새겨 보면서 주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기억하는 기회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마가의 다락방 성령세례의 순간을 잘 알고 있지만 이들이 긴 세월을 간구하였다는 사실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극적인 순간도 작은 시작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소망을 가지고 믿음으로 꾸준히 사랑이란 노력을 계속해야 할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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