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처장관을 역임한 최형섭 박사는 자신의 묘비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 연구인이 되어야 한다.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최근들어 한국사회가 황우석 박사를 시발점으로 김병준 교육부 총리와 이필상 고대총장 등이 논문의 조작 및 표절, 중복게재로 인해 학계의
윤리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가장 양심적이어야 할 학자들이 가장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어버리고 사회에 정신적 상처를 안겨준 것이다.
황우석으로 인한 사건은 한국사회를 일대 정신적 공황으로 만들었다. 김병준, 이필상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관행이었다.
불행하게도 이런 비양심적인 일들이 신학교 교수들까지 드러난 것이다. 단지 감추어져 있을 뿐이었다.
이제까지는 가짜박사학위 및 설교표절 및 도용으로 목회자들만이 비난을 당해왔다. 그러나 신학교교수들의 도덕성도 심각하게 훼손되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장로회신학대학원의 한 교수도 논문중복과 표절에 자유로울 교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장신대학원의 문성모 총장 사건은 단지 이상한 일이 아닌 관행이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조만간에 크리티앙은 예장 통합
직영신학교인 D 신학대학의 한 교수의 논문 표절사건도 기사화 할 예정이다.
가장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며 영적 수준이 높아야 할 신학대교수들이 자신들이 중복게재를 하고 표절을 한다면 신학교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그들한테 배운 학생들은 분명히 설교도용을 하고 표절을 할 것이 뻔 한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따라서 신학대에는 개방형
이사제도가 필요하다.
건학이념을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학이념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 장로회 신학대학의 건학이념은 칼빈이 모토로 한 ‘학문과
경건’이다. 모두 다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한 신학대에서 논문 중복게재와 표절은 학교모토에 맞지를 않는다. 학교이념에 부합하지
않은 교수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그들은 신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저널에 논문하나 내지 못하는 것이 한국신학교 교수들의
실상이다. 그러면서 국내학술지에는 중복게재 투성이 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국제 수준의 연구윤리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대학은 각종 재정 지원사업에서도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육부
연구윤리확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태길)는 지난 1월 15일 오후 회의를 열어 기관별 실천항목을 담은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과 학회에 대해서는 제재 조치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권고문에 따르면 대학과 학술단체는 △국제 수준의 연구윤리 지침을 기관별·학문분야별 특성을 반영해 마련하고 △학부생 및 대학원생,
연구자를 대상으로 연구윤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에 대해서는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활동이 미흡한 기관에게 일정한 제재 조치를 가해 연구윤리
확립을 유도하도록 권고했다.
‘국내 연구윤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국내 4년제 대학과 대학원대학 218곳 가운데 15.6%인 34곳만이 연구윤리
관련 헌장(강령) 또는 규정, 지침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조사대상 280곳 가운데 22.5%인 63곳이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총장의 표절사건으로 문제가 되었던 고려대는 이미 교원윤리위원회(위원장 김병호 교수)가 주축이 돼 지난해 7월부터 자체적인 연구윤리규정을
세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 세부규정은 오는 6~7월쯤 완성될 전망이다.
따라서 각 신학대도 속히 연구윤리지침 착수작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장로회 신학대학교 노영상교수는 조만간에 장로회신학대학도
교수연구윤리지침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제 신학교도 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학교 교수들과 이사들도 변해야 한다. 신학교수들은 표절과
중복게재를 멀리하고 외국저널에 글을 실어 한국신학의 수준을 국제화하고, 교수하기 어렵다고 중간에 연구는 게을리하고 대형교회를 찾아 떠나는 일을
금해야 할 것이다.
애초부터 학문연구에 관심이 없으면 교수직을 얻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기득권 안주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대형교회 담임목사자리가 나오면
또 다른 기득권을 향유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이 연구업적이 미약하다. 그리고 교수들은 대형교회 협력목사도 하지말아야 한다. 학교에서도
월급을 받고, 대형교회에서도 또다시 사례를 받아 이중적으로 월급을 받는다. 서양에서는 이중사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편 개척교회목사들은 100만원사례를 받기도 힘들 정도이다. 교수라는 신분을 갖고 계속 기득권을 누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불법을 방지하기 위해서 신학대에는 개방형이사가 필요한 것이다.
개방형이사들은 논문중복게재와 표절을 일삼는 교수들, 대형교회 협력목사 타이틀을 걸어놓고 이중사례를 받는 것, 학문연구보다도 설교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수, 정부에서 인정하는 저널과 각 학회에서 요구하는 저널, 외국저널에의 글 기고의 유무 등에
대해 감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박사학위를 간판으로 여기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한 장의 박사학위증이 더이상의 기득권이 되어서는 안된다. 장신대학의 한 교수는
새벽 2시 이전에 책을 놓아번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제 연구를 게을리하는 교수들은 더이상의 기득권 유지를 어렵게 해야한다.칼빈에
의하면 연구는 하나님이 교수들에게 준 소명이다. 교수가 목사처럼 행동한다면 교수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를 교수답게 하기 위해서
신학대에 개방형이사가 필요한 것이다. 개방형이사는 경건과 신학이라는 건학이념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실히 해주기
때문이다.
크리티앙 황규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