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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3월 06일 (화) 00:00:00 [조회수 : 3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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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이 믿을 만 하나?”
“세상에 믿을 사람 있더나?”
고등학교 시절, 정부의 쥐 잡기 운동의 방편으로 쥐꼬리를 가져와야 하는 숙제에 반항하여 오징어 꼬리에 연탄을 바르는 꾀 대신 생쥐의 목에 줄을 묶어 등교하는 다소 엉뚱한 착상력을 가진 조사장의 대답이었다.
상대를 너무 믿으면 배신을 당하고 상대를 너무 믿지 않으면 자신에게 배신을 당하는 요지경 인생이지만, 난 최윤양의 말을 믿음으로 슬픔의 틈새로 향하는 첫 걸음을 내 딛게 된 것이다.
1996년 4월 <중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법인 밀반출을 하여 비철을 보내겠다는 결정을 하였기에 치밀한 작전을 세워야 했다. 사할린에서 같은 한국교회에 다니던 미용사로 일하다 퇴직을 한 왈라 아줌마를 내 세워 만든 ‘마돈나’회사는 2명의 경리, 통역겸 운전수인 빼쟈 아저씨(왈라 형부), 서류작성을 돕는 만철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돈나 회사와는 상관없이 한국말에 능숙한 30대 초반의 마피아 게나지 동포가 배당금 조건으로 나를 도왔다. 내가 러시아 말을 전연 하지 못하기에 회사가 동포로 구성될 수 밖에 없었다.
부산의 수산업자 김사장이 보낸 L/C로 마돈나 직원들이 수소문하여 네웰스크(앞 바다에 KAL이 추락한 곳)의 냉동창고에 있는 킹크랍(king clab)을 손에 쥐었다가 한국에서 온 신용장으로 대출을 장담하던 러시아인이 은행장 친구가 갑자기 사표를 내면서 대출을 받지 못해 현찰을 손에 쥔 일본 상인에게 킹크랍이 넘어 갔으며, 게나지 동포가 추진한 아이들 새끼 손가락 크기만한 구리전선 100톤은 북쪽 오하(지진이 난 곳)에서 출발을 하였기에 한국에서 온 국도 현사장 일행은 샴페인까지 터뜨렸으나 도중에 사고가 생겨 다음 기회로 연기되었기에 사기가 죽어 있었다. 그러나 마돈나 직원들은 작년 여름부터 작업하여 북쪽에 모아둔 알루미늄 전선 200t의 수출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 당시 러시아는 갑작스러운 체제 전환으로 모든 업무가 마비 상태였기에 사회적 혼란으로 공장들이 대부분 망하여 고철은 발에 채일 정도며 비철도 아주 흔했다. 그러나 자유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 나라는 수출에 많은 관세를 부가해 알루미늄은 관세가 ton 당 500불이었기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단지 혼란한 틈을 타 세관과 짜고 물량을 절반으로 신고해 이윤을 보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기에 나 자신 한국 구매자들에 대한 신용도 떨어지고 경비도 많이 발생하였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법’은 게나지의 유혹처럼 한꺼번에 작은 배에 200톤을 싣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밀반출을 하려면 물건을 싣고 갈 배, 외국으로 떠나는 배를 조사하는 세관원, 공해상에서 국경수비대에 보일 서류 만 준비하면 까다로운 서류나 엄청난 관세를 피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밀반출을 결심함으로 신이 난 게나지가 열심히 뛰어 다니며 하나씩 해결이 되었기에 북쪽의 우크라이나 출신 게오르기에게 알루미늄 전선을 보내라 연락을 하였더니, 북쪽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눈을 파 헤쳐도 절반 정도 보낼 수가 있다는 연락이 옴으로 물량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사할린에는 구 소련시절부터 학교, 공장, 회사 등에 일정한 양의 비철과 고철을 배당하여 모두들 길에서 주워 국가회사에 바쳤기에 아직도 이 회사들이 개인회사로 존재하여 수거업자들부터 돈을 주고 구매를 하여 큰 땅으로 보내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 중에 비철을 취급하는 와나지란 회사에 나와 게나지는 모자란 100t을 교섭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방문을 하였다. 처음 방문을 하였을 때는 외국과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문전박대를 당했으나 게나지의 ‘재미난 일’이란 말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 주었는데, 장사꾼들에게 재미난 일이란 기존거래처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고 생필품이 귀한 현실에 인기 있는 한국물건을 원가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러시아인들은 단도직입적인 본론보다 서로 인간적인 면을 보인 후에 서서히 본론에 들어가는 스타일인데, 이는 몸을 파는 러시아 여성조차 한국식으로 바로 벗고 시작을 하면 뺨을 맞기에 서로 술과 음식을 먹으며 교제하는 서론이 본론보다 더 길어야 했다. 게다가 현찰을 바로 주고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100톤의 알루미늄을 20%의 계약금만 주고 80%의 대금은 한국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서 비철을 싣고 간 배로 실어 준다는 조건이기에 매일 찾아가서 분위기를 잡아야 했다.
와나지 비철회사의 사장은 50대 후반의 담배를 많이 피우는 여성이었는데 사업에 상당히 노련한 느낌을 주었고 40대 후반의 통통한 여자가 부사장이었으며 나머지 4명의 사무실 직원들도 다 여자였기에, 게나지는 여자들이 같이 살자고 하면 여사장은 나보고 책임지고 부사장은 빼쟈 아저씨가 책임을 지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사실 러시아는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남성보다 많았기에 이들의 비위를 잘 맞춰주어야 했다.
와나지 회사는 뒷조사로 한국의 국도금속, 내가 북쪽에서 비철을 구해두었다는 사실, 게나지 인척이 세관의 높은 사람임을 확인을 하고선 외상거래에 응했는데 그들이 원하는 한국 물건을 제시하면 다음날 바로 국도금속에서 가격을 팩스로 보내주었다. 국도는 한국 상품 장사가 아니라 비철 사업을 위해 원가로 견적을 보냈기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하순>
22일 와나지와 계약을 한 날이 마침 여사장 55세 생일이라 게나지 부부와 나는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러시아인은 생일을 크게 축하하기에 나는 먹을 것을 가득 샀으며 선물로는 게나지의 아내(러시아인)의 제안대로 여사장이 좋아하는 말볼 담배 5보루와 25 송이의 붉은 장미였다.
“25세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나는 게나지가 배워준 러시아어로 더듬거리며 말하며 장미 꽃다발을 내 밀었더니 꽃에는 환장을 하는 러시아 여자답게 뽀뽀를 연신 해 주었으며, 60세 가량의 80kg 거구의 여사장 안사돈은 나에게 뽀뽀를 너무 진하게 하며 눈초리가 수상하기에, 계약도 하였으니 연신 부어주는 보드카를 마시고 뻗어버리는 방법을 택할 도리 밖에 없었다.
D-day는 게나지가 접촉한 세관원들이 근무하는 5월1일 새벽 2시에 배가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기에 4월 29일과 30일에 짐을 싣기로 했다. 사할린에는 부동항(不凍港)으로 코르사코프 항구와 홈스크 항구가 있는데 코르샤코프 항구는 전에는 군용부대였고 사할린 동포에게는 전쟁에 패한 일본인들이 자기 민족만 배에 싣고 갔기에 망향의 항구였다. 홈스크는 전에는 민간전용 부대였으나 사할린 섬의 주도인 유지노사할린과의 교통이 불편하였기에 모든 면에 편리한 코르샤코프 항구에서 출발하기로 하였다. 이 부두는 남쪽부두와 북쪽부두가 있었으며 그 사이에는 작은 어선들이 정박하는 항만시설로 연결되어 있었다.
29일 새벽에 코르샤코프에서 300Km 떨어진 북쪽 뽀로나이스커에선 5대의 대형트럭이 출발을 했고, 저녁 9시부터 와나지 회사에서 40Km 거리의 코르샤코프 항구로 덤프트럭이 움직여 왕복 3만불을 주고 계약한 어선에 큰 크레인으로 짐을 싣기 시작을 했다. 우리가 예약한 러시아 배는 냉장창고를 가진 어선인데 냉장창고 수리를 위해 5월 5일부터 5일간 부산에서 수리를 하는 계획이 잡힌 배라 세관이나 국경수비대의 형식적인 눈을 속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배 밑바닥에는 30톤 정도의 명태와 가재미가 실렸는데, 이것은 선원들이 한국에서 팔고 올 때 물건을 사 올 용도였기에 미리 한국에서 판로까지 알아주는 편의도 제공을 해 주었다.
중간 연결부두에는 부두전용 크레인과 집게 크레인이 없었기에 배에 실을 비철은 알루미늄 전선으로 일일이 묶어야 크레인(일제 카토)이 들 수가 있었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나 새벽 5시까지 겨우 100톤을 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물건을 싣는 동안 관용 짚차가 한대 계속 서 있었기에 기분 나쁜 느낌을 받았으나 빼쟈가 정보국 친구에게 손을 써 두었으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다음날.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작업을 마쳐야 하므로 카토도 2대로 늘리고 와나지에서도 4톤씩 실어 나르는 덤프 트럭도 더 늘려 속도를 내었다. 새벽 1시, 북쪽에서 오다 길에서 고장 난 2대의 트럭 외는 다 실렸기에 175톤의 물량으로 배의 뚜껑을 닫고 게나지 차로 일분도 걸리지 않은 유지노(남쪽) 부두 정문으로 가니, 근처의 호텔에서 한국에 가려고 대기하고 있던 빼쟈 아저씨와 와나지 부사장이 나와 있었다. 잠시 후 승용차가 오더니 처음 보는 러시안인이 게나지에게 서류를 건네 주었다. 게나지는 싱긋이 웃으면서 나에게 이미 다 작성된 2장의 서류를 보여 주며 한 곳에 세관 검사원이 도장을 찍어주면 된다고 하기에 정말로 돈이면 만사가 해결되는 세상 같았다.
한국으로 갈 일행들이 부두 정문을 통과하여 배에 오르고 10분 후에 배에 실린 물건을 조사할 세관원과 사람들의 신원을 조사할 국경수비대가 올라호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게나지와 나는 일부러 통과하지 않은 정문 앞에서 차를 돌렸다. 게나지와 짠 세관원은 갑판에 올라 밑창에 알루미늄이 차 있어도 빈 배라 서류에 기입할 일을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사무실 겸 집으로 사용하는 아파트를 향해 어둠 속의 40km를 질주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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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완
(211.49.90.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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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칠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
샬롬!
너무 오랜만입니다. 몇번 보낸 이메일도 돌아오고 서울의 가족과도 통화가 되질않아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여전히 건재하심을감사드립니다. 공동편집자인 송양현전도사로 부터 이승칠님의 기사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큰 기쁨에 웹출판 전, 우선 댓글로나마 인사드립니다. 참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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