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8/13(화)-8/18(주일), 스웨덴 예테보리(Göteborg)에서 열린 제22차 세계감리교대회(WMC)에 다녀왔다. 

시간이 지났지만 유럽교회와 관련하여 몇 가지 메모의 필요를 느껴 글을 남긴다.

▲ 세계감리교대회(World Methodist Conference) 개회예배

▲ 세계감리교대회(World Methodist Conference) 개회예배

▲ 세계감리교대회(World Methodist Conference) 개회예배

▲ 세계감리교대회(World Methodist Conference) 한국 대표단

▲ 세계감리교대회(World Methodist Conference) 개최장소, Gothia Towers

세계감리교협의회(World Methodist Council, WMC)는 세계 138개국, 80개 감리교회, 웨슬리안교회, 연합교회들의 협의체로 1881년 런던에서 창설된 이래 세계 각국의 회원국들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이번 협의회는 1961년 노르웨이 오슬로 이후 북유럽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된 WMC이다.     

‘이동 중인’(On the Move)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협의회는 어떤 개념을 표현하는 명사가 
아닌 지속적인 운동감이 느껴지는 부사구로 된 어휘를 주제로 채택함으로 말 그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도상(道上)에 있는 교회의 현존과 미래를 논의한 자리였다. 

6일간 열린 WMC는 세계 각국 8000만 감리교인을 대표하는 약 400여 명의 대의원들이 참여한 전반부(8/13-8/14)의 협의회(Council Meeting)와 개최국인 스웨덴 연합교회 교인들이 함께 참여한 후반부(8/15-8/18)의 대회(Conference),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난해 오슬로에 열린 유럽감리교협의회(EMC)에 이어 스칸디나비아교회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흘간 열린 컨퍼런스는 대회 주제 On the Move를 ‘이주’(Migration), ‘순례’(Pilgrimage), 
‘인도하는 빛’(Guiding Lights) 세 가지 소주제로 접근해 오늘의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사명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모색하였다.  

컨퍼런스는 첫째 날(8/15), 오늘 세계 현실에서 가장 피부에 와닿는 이슈인 이주민, 난민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출발하였다. 둘째 날(8/16)에는 그 해결을 위해 웨슬리안 전통의 감리교회는 물론 그리스도교 신앙 전통의 온 교회들이 협력해 에큐메니칼 순례 여정(Ecumenical 
Pilgrimage)을 전개해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길을 논의하였다. 결국(8/17) 후기기독교사회(Post-Modern Era)의 도전에 직면한 교회의 미래를 모색하며 더 나아가 시대적인 격변기에 
교회가 빛을 발하는 가이딩 라이트(Guiding Lights)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 WMC 협의회(Council Meeting)

▲ WMC 컨퍼런스(Conference) ‘이주민, 난민

▲ WMC 컨퍼런스(Conference) ‘에큐메니칼 순례’

▲ WMC 오전기도회

2. 이번 대회를 준비한 스웨덴연합교회(Uniting Church in Sweden)는 19세기 북유럽에서의 대각성운동(Erweckungsbewegung)의 영향으로 스웨덴에 형성된 개신교 3개 교단이 2011년에 연합한 에큐메니칼 교회(Equmeniakyrkan)이다.  

여느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11세기 초 기독교화된 스웨덴은 16세기 종교개혁의 수용 이후 루터교 일색의 국가교회인 스웨덴교회(Church of Sweden, Svenska kyrkan)를 형성하였다. 19세기 대각성운동의 조류와 함께 스웨덴에 전래된 자유교회들(Freikirchen)은 오랜 시간 개신교 일반 교파에 비우호적이었던 국가교회(Staatskirchentum, 1527-1999)의 정책으로 인해 스웨덴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존재해 왔으며, 신학적으로는 복음주의적 성향을 지녀 왔다.       
  
스웨덴연합교회(UCS)는 자유교회 중에서도 경건주의에서 파생된 칼비니즘 기반의 계약교회(Mission Covenant Church, 1878), 침례교회(1848), 감리교회(UMC, 1868)가 통합한 교회이다. 연합교회를 이루는 세 교단은 신학적으로 각각 칼비니스트와 뱁티스트, 웨슬리안 전통에 기반해 있고 회중제(Congregational polit)와 감독제(Episcopal polity)라는 상이한 교회 정체(政體)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교회(Equmeniakyrkan, 에큐메니칼 교회)를 이루어 내었다. 그럼으로서 현재 스웨덴 자유교회 교세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종교개혁 이후 18세기에 와서야 재허용된 가톨릭교회보다 앞서고 있다.             

국가교회 체제의 해체(2000) 후 스웨덴교회(CS)의 교세는 급격히 감소하여 이전에 전체 인구의 95%를 점유하던 교세는 현재 약 52% 정도(540만, 2023)로 축소되었으며, 그 뒤를 이어 이슬람의 교세가 스웨덴의 종교 지형에서 두 번째인 상황에서 복음주의적 성향의 3개 교단이 연합교회를 이룬 것은 선교적인 동기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북유럽의 오로라를 연상하게 하는 분위기에서 드려진 개회예배(8/14)에서 참여자들이 시종일관 스웨덴연합교회로부터 느낀 뜨거운 에너지와 강렬하고 간절한 영성은 그들의 역사적 경험과 현재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영적인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급격한 세속화와 교회의 약화라는 전반적인 유럽의 상황에서 상이한 신학적 배경을 지닌 개신교회들의 연합은 이탈리아의 웨슬리안 전통의 감리교회와 칼비니즘에 기반한 왈도교회의 연합(Unione delle Chiese metodiste e valdesi, 1975), 네덜란드의 화란개혁교회와 루터교회가 통합한 네덜란드 프로테스탄트교회(Protestantse Kerk in Nederland, 2004), 프랑스의 개혁교회와 루터교회가 병합한 프랑스 연합개신교회(Église protestante unie de France, 2013)의 사례가 있다.   
  
3. 개회예배(Opening Worship)를 시작하면서 WMC 총무 이반 아브라함즈감독(Bishop Ivan 
Abrahams)이 대회 호스트로 소개한 스웨덴 연합교회의 라세 스벤숀감독(Bishop Lasse 
Svensson)은 통합 이전에는 원래 감리교 교역자로 현재 유럽감리교협의회(EMC)에 실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함께 소개한 크리스천 알스테드감독(Bishop Christian Alsted)은 공동 호스트인 노르웨이와 덴마크연회를 관할하는 노르딕-발틱 감독구(Nordic-Baltic Episcopal Area, UMC)의 대표 자격으로 인사한 것이다.    

이번 WMC는 개최지역의 감리교회와 타 교단과 통합을 이룬 연합교회가 호스팅 하였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에큐메니칼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4. 개회예배 때 회원교회 대표들이 각국 교회의 상징물을 들고 입장하는 퍼레이드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내년 4월 UMC 탈퇴를 표방한 에두아르 허가이감독(Bishop Eduard Khegay)이 관할하는 유라시아 감독구(Eurasia Episcopal Area)에 속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4개 연회 대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들 4개 연회와 함께 노르딕-발틱 감독구의 에스토니아 지방의 UMC 탈퇴는 표면적으로는 전통주의의 고수를 이유로 표방하지만, 벌써 두 해를 넘긴 러시아-우크나이나 전쟁의 여파 또한 작용하였다고 여겨진다.   

2014년부터 있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이 2022년 전면전으로 확전될 때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우크라이나 지방을 관할하는 유라시아 감독구의 허가이감독이 마주하게 될 곤혹스러움이었다. 러시아 고려인 4세로 유럽감리교협의회에서 만날 때마다 한국어로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곤 하였는데, 전쟁의 발발로 그간 곤란한 점이 많았으리라 여겨진다. 

허가이감독은 향후 직면하게 될 위험과 고난을 감수하며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공개적으로 규탄하였지만, 전쟁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 지방은 러시아인 감독의 지휘를 받을 수 없다며 노르딕-발틱 감독구로 소속을 옮기를 원했고 해외지역총회는 이를 승인하였다.     

결과적으로 유럽에 있는 3개의 해외지역총회 중의 하나인 북유럽-유라시아 해외지역총회(Northern Europe and Eurasia Central Conference, UMC)는 분열되어 노르딕-발틱-우크라이나 감독구(Nordic-Baltic & Ukraine Episcopal Area)로 재편되었고 유라시아 감독구는 UMC를 탈퇴하게 되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분열시키고 파괴한다. 

5. 그런 의미에서 8월 15일 광복절 저녁에 열린 ‘한반도 평화의 밤’(Korea Peace Night)에서 드려진 기도들은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 현실적인 절박성을 지닌 간구였다.    

이 자리를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해 한국에서 청년들과 함께 온 박도웅목사님, 전남병목사님, 남기평목사님은 물론 오랜 시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애써온 정희수감독님(UMC), 박종천목사님(WMC), 태동화목사님(KMC)의 수고에 감사를 드린다.   

또한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현장을 지난 2년간 7번이나 방문해 교우들을 위로하고 교회를 보듬은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알스테드감독(Bishop Christian Alsted)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필리핀의 노마 돌라가집사(Deaconess Norma Dollaga)와 함께 이번에 세계감리교평화상(World Methodist Peace Award)을 수상하였다.  

돌라가집사는 필리핀의 두테르테가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2016)이 마약을 사용하는 가난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으로 변질되자 이에 대항해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옹호해온 평화운동가이다.    

두 분의 수상은 사역에 있어서의 용기(Courage), 창의성(Creativeity), 일관성(Consistence)이라는 세 가지 수여 기준(3C)을 충족하여 이루어졌다. 

▲ WMC 한국 평화의 밤(Korea Peace Night)

▲ WMC 한국 평화의 밤(Korea Peace Night)

▲ WMC 세계감리교평화상(World Methodist Peace Award) 수여

  
6. 세계감리교대회가 개최된 예테보리(Göteborg)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2세 아돌프(Gustav 
II Adolf, 1594-1632)에 의해 건립된 계획도시(Planstadt, 1619)이다. 
    
구스타브왕은 17세기 전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던 30년 전쟁(Dreißigjähriger Krieg, 1618-1648) 당시 개전 이후 계속해서 수세에 몰리던 개신교 진영의 원조를 위해 참전하여 브라이텐펠트전투(Schlacht bei Breitenfeld, 1631)에서 승리함으로 처음으로 개신교 진영에 희망을 안겨준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뤼첸(Lützen)에서 전사(1632) 하였다.  
 
독일개신교회(EKD)는 30년 전쟁에서 개신교 진영의 승기를 만회한 그의 공을 기려 취약한 해외교회들을 원조하는 선교기관(Diasporawerk)을 설립하면서 구스타브-아돌프-기구
(Gustav-Adolf-Werk, 1832)라고 명명할 정도로 그를 17세기 개신교의 존립과 지속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한다. 

그런데 17세기 도시가 건립될 때, 이 분야에 숙련된 네덜란드 기사들이 이주해와 많은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내륙에서 발트해로 나가는 길목인 예타강(Göta Älb) 하구에 세워진 예테보리는 도시 안에 네덜란드식 수로를 지닌 현재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30년 전쟁에서 개신교 보전의 공을 세운 구스타브왕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18세기에는 독일, 영국, 스코틀랜드로부터 프로테스탄트 이민자들이 예테보리에 유입된다. 

이미 그때부터 예테보리는 ‘움직이고 있는’(On the Move) 국제도시였던 것이다. 
 
대회 기간 중 점심시간에 두 차례 시간을 내어 뤼첸에서 전사한 구스타브왕을 기려 사후 이듬해에 그의 이름으로 봉헌된 감독교회 ‘구스타브 돔’(Gustavi domkyrka, 1633/1815)과 17/18세기 이후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현재까지도 독일어로 예배드리는 디아스포라 교회 ‘독일교회’(Deutsche Kirche / Christinae Tyska kyrka, 1623)를 답사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 감독교회 ‘구스타브 돔’(Gustavi domkyrka, 1633/1815)

▲ 감독교회 ‘구스타브 돔’(Gustavi domkyrka, 1633/1815) 외부

▲ - 감독교회 ‘구스타브 돔’(Gustavi domkyrka, 1633/1815) 내부

▲ 디아스포라교회 ‘독일교회’(Deutsche Kirche / Christinae Tyska kyrka, 1623)

▲ 디아스포라교회 ‘독일교회’(Deutsche Kirche / Christinae Tyska kyrka, 1623)

▲ 디아스포라교회 ‘독일교회’(Deutsche Kirche / Christinae Tyska kyrka, 1623)

7. 이번에 WMC 총무로 선임된 레이날도 페레이라 네토목사(Rev. Dr. Reynaldo Ferreira Leão Neto, MCB)는 취임사에서 자신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나고 자라 성인이 되어 영국에 27년 전에 온 이민자라고 하였다. 그의 인사말을 접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KMC 유럽지방이 독일선교지방으로 시작해 유럽선교의 기반을 놓은 첫해가 1987년이니 그가 영국에 이주해 온 햇수보다 10년 먼저 온 셈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주력해온 동족목회사역(Ethnic Ministry for Korean Diaspora in Europe) 외에 현지인 교회와 협력하며 현지 주류사회에 깊숙이 들어가 동화(Integration)하여 살아가는 일에는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WMC 기간에 운영된 유럽감리교협의회(EMC) 부스에서 그간의 ‘KMC 유럽지방의 유럽 현지교회와의 협력’ 영상이 상영된 것은 앞으로의 진전을 위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출발하는 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예테보리 공항에서 대회 장소까지 찾아가는 길이 막막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게이트 앞에서 발터 클라이버감독(Bishop Walter Kleiber)을 만나면서 길벗이 생겨 안도하였었다. 그리고 기내 옆줄 좌석에 포르투갈 시프레도감독(Bishop Teixeira Sifredo)의 모습이 눈에 띄며 그분도 같은 염려를 하였는지 안도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잠시 후 독일감리교회 클라우스 루오프목사(Rev. Klaus Ulrich Ruof)가 탑승하면서 기내에서 만난 네 사람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워하며 숙소까지 동행한 일이 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않은 격변의 시대에 우리는 선주민, 이주민 가릴 것 없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서로에게 길동무가 되어 상생(相生)해야 한다.  

▲ - 유럽감리교협의회(EMC) 부스

▲ - 낯선 길의 길동무들, 좌로부터 독일감리교회 클라우스 루오프목사, 포르투갈감리교회 시프레도감독, 전 독일감리교회 감독 발터 클라이버

▲ 임재훈 목사 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 유럽기독교문화예술연구원장 jejastgt@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