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이지연 역, 인플루엔셜)

‘속물’이라는 단어가 있다. 과거에는 세속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얕잡아 속물이라고 일컬곤 하였다. 특별히 교회에서는 사도바울의 말씀에 따라 세속적으로 추구되는 가치들은 육신에 속한 것이라 여겨져 돈과 같은 물질들에 대해서 염려하고 근심하는 것은 믿음없는 것이었고, 그것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어느정도 꺼려졌다. 더욱이 예수님께서 부자가 하나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씀하셨기에, 부자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세상살이가 팍팍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오늘 날에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성공’, ‘투자’, ‘부자’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 책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매체에서도 ‘부자되는 법’, ‘성공하는 법’, ‘투자전략’과 같은 주제의 영상매체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잘먹고 잘사는 법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교회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까. 조금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재정적인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교회가 전달해왔던 메시지들은 설득력을 갖을 수 있을까. 기독교 복음과 돈은 결코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인가 아니면 서로 어느정도는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선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부자’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내릴까. 책의 저자인 모건 하우절에 따르면부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산 부자wealthy’와 ‘소비 부자rich’ 

소비 부자란 소유하고 있는 돈을 소비해 값비싼 물건을 구매하여 사람들에게 부자로 보이는 부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소비 부자가 1억원 상당의 자동차를 구매했다고 가정하였을 때, 사람들이 그가 돈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는 그가 소유한 자산 중 1억을 잃은 것이며, 그 자동차 가치는 시간이 지날 수록 감가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자산 부자는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부를 쓰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겉으로 봤을 때에 사람들은 그가 돈이 어느정도 있는지 가늠조차 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산 부자들은 소비가 아닌 저축과 투자를 택하여 그들의 부를 더욱 크게 불릴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 록 소비 부자와 자산 부자의 격차는 커질 것이다. 하우절은 이런 부류의 자산 부자를 진짜 부자라고 부른다. 

하우절에 따르면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돈이 있어야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1년 정도 일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A라는 사람과 바로 지금 일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할 수 없는 B라는 사람이 있을 때, A는 그가 원하는 일을, 그가 원할 때 시작하고 그만둘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B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자면, 부자가 되면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걸까? 이 질문에 대해 하우절의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그것은 꾸준히 오랫동안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것 그리고 삶의 형태를 검소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꾸준히’, ‘오랫동안’과 ‘검소하게’이다. 30-40년 동안 매달 꾸준히 그 길을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이야기가 저축과 투자에만 해당된다고 느끼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그 어떤 것이든 30-40년 혹은 평생토록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집중했을 때에 도달 할 수 있는 경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이들이게는 기술이 될 수도 있겠고, 어떤 이들에게는 예술 또는 학문이 될 수도 있다. 하우절은 투자의 세계에서 그것은 부자의 경지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기독교 신앙과 하우절 사이의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다. 성화라는 개념이 있다. 성화는 하나님께서 허락한 은혜에 의해 그리고 은혜를 통해 내 안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고, 자기를 부인하고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성화는 평생의 여정이다. 한 순간의 회심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꾸준한 기도와 말씀 묵상과 성례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며 정진하며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렇게 성화를 향해 갈 수록 우리는 거룩함, 완전함의 경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성화의 여정에서도 포인트는 ‘꾸준히’, ‘평생토록,’ ‘절제하며’이다. 
 
하우절은 부자를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하였는데, 그리스도인 또한 두 가지 부류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제자follower’와 ‘팬fan’

팬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그들의 삶이 변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자는 예수님에 의해 그들의 삶이 완전히 흔들려 그들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를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셨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이에 대해서는 하우절이 그의 책을 시작할 때 들었던 “로널드 제임스 리드”라는 사람의 예가 적절한 대답이 될 것 같다. 

로널드 리드는 미국 버몬트주의 어느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 다였으며, 주유소에서 25년간 자동차를 수리했고, 17년간 백화점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그는 38세에 1만 2,000달러인 방 두개가 있는 조그만한 집을 사서 그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으며, 50세에 아내를 잃고는 재혼은 하지 않았다. 그의 취미생활은 장작 패기였을 정도로 가난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 그가 죽기 전까지 그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는 소박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2014년 그가 92세의 나이로 죽고 난 후 그의 이름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가 죽을 때 남긴 자산이 800만달러를 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의 자산을 사용하지 않고 그의 의붓자식에게 200만 달러를 남기고 지역 병원과 도서관에 600만 달러 이상을 남긴다는 유서를 남겼을 뿐이었다. 대체 이 가난한 시골 잡역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수 많은 자산을 남길 수 있던 것일까. 

그는 복권에 당첨된 적도 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은 적도 없다. 그가 살아있을 때 한 것이라고는 그가 번 얼마 안되는 돈의 일부를 우량 주식에 수십년간 꾸준히 투자했을 뿐이었다. 처음엔 매우 더디게 그의 자산이 증식되었지만, 복리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의 자산은 눈굴러가듯 불어났다. 

예수님께서 부자에게 그의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셨을 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로널드 리드는 그의 수 많은 자산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지역 병원과 도서관에 기증을 하였다. 부자가 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생토록 꾸준히, 검소하고 절제하며 모은 재산을 이 땅의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권장할만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 따라 살며, 검소한 삶의 방식으로 저축하고 투자하며 평생 모은 재산들을 본인이 아닌 물질을 필요로하는 이들에게 흘려보낼 때 누가 그 로널드 리드의 돈의 축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부의 긍정적인 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민학기 목사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