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김소영, 2021)

전업농은 아니지만 농사를 조금 짓는다.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있어 풀농사를 짓는다. 풀이 난다고 해서 원하는 작물을 기르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생산량이 줄고 밭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풀은 시골살이를 힘겹게 하곤 한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자란다. 풀이 시드는 늦가을이 오기까지 예초기를 메고 풀을 친다. 풀이 무섭게 자랄 때는 2주에 한번씩 쳐도 자라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잡초와 싸우기보다 이해고 공존할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전략가 잡초>의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를 전략가라고 명명하는데 그의 말을 틀리지 않다. 저자는 일본의 대포적인 식물학자이자 농학박사이며 가장 인기 있는 대중 과학 저술가 중 한 사람이다. 이 책은 쉽고 재미있으며 잡초를 통해 삶을 반추하게 한다.

잡초(雜草)는 사전적 의미처럼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원하지 않고 가꾸지 않아 통칭(雜)해서 풀(草)을 잡초라 하지만 저마다 이름과 특성이 제각각이다. 이렇게 보면 원하지 않는 풀을 잡초라고 명한다는 측면에서 감자밭에 들깨가 자라면 들깨는 잡초가 되는 셈이다.

잡초는 자르고 뽑아도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1㎥에 약 27,000개의 잡초씨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잡초는 같은 종류의 풀이라도 생명력이 길어 발아를 위해 휴면기가 길다. 다시 말해 올해 씨앗으로 있다가 내년, 아니 후년에도 자랄 수 있다. 

잡초는 강한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잡초는 약하기 때문에 한번 싹을 틔우면 빨리 자라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트린다. 그리고 발아의 조건을 숨죽이고 기다렸다 기회를 틈타 얼른 자라서 씨앗을 퍼트리는 전략을 쓴다. 잡초는 인간을 괴롭고 귀찮게하는 식물일까? 너무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랠프 왈도 에머슨의 말이다. 잡초라 불리던 귀리, 율무 등은 보리밭에 자라던 잡초였다. 잡초에 불과했던 귀리, 율무를 골라 기르니 귀한 양식이 되었다. 잡초를 퇴치하는 방법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신 에머슨의 말처럼 그 가치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가을농사가 한창인 지금 김장할 무, 배추, 쪽파 등을 밭에 심었다. 지금은 밭이 깨끗하지만 곧 잡초들이 자랄 것이다. 올라오는 잡초를 보며 ‘너의 가치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잡초를 스승 삼아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적 삶의 길을 묵묵히 걷고 싶다.

총회농촌선교센터(예장통합) 원장 이원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