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볼 때 화려하고 자신감있어 보이는 나르시시스트의 내면은 늘 불안과 공포로 가득찬 카오스라고 할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기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외부로부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줄어들 때 불안이 발생한다. 

자신의 선한 이미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날마다 가면을 쓰고 연기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내면과 무의식에는 행여나 자신의 거짓된 실체가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기에 늘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그들의 내면은 날마다 피곤하고 괴롭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주변사람들에게 쏟아내기에 가까운 사람들은 더 고통스럽다. 

나르시시스트는 그런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어떻게든 타인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가시킨다. 자신의 불안감을 상대에게 토스하는 방식으로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해방되어 가짜 행복을 느끼려 한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로부터 부정적 감정을 전가받은 피해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점점 동화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르시시스트와 비슷한 불안하고 초조한 내면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들이 평소보다 더 큰 불안을 느낄 때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이들이 갑자기 과도한 불안감을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보자.

1. 뜬금없는 자기 자랑

나르시시스트가 큰 불안을 느낄때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는 느낌을 받을때나,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까봐 염려될 때이다.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은 중년의 나이라도 한참 어린 직원이나 자식에게 까지도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 무시당할까봐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질투 대상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비교하며 어필한다. 갑자기 대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자기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왜 그들은 뜬금없는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일까? 나르시시스트는 늘 사람을 대할 때 승자와 패자, 모르는 사람으로 급을 나눈다. 자기가 승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굽신대고, 자신보다 열등해 보이는 이들은 패자라고 여겨서 늘 무시한다.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열등해 보일 때 당연히 자신을 무시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어필함으로써 무시당할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뜬금없이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시트의 자기자랑의 특징은 대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자기 자랑을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관심도 없는 자신의 명품자랑, 배우자자랑, 자식자랑, 인맥허세, 자동차와 집평수 자랑, 자신의 실적과 능력자랑, 남편이 준 선물자랑, 자신의 경력, 인기 등 상황이나 분위기에 상관없이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 자랑질은 나르시시스트의 내면이 텅 비어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는 나르시시스트의 뜬금없이 반복되는 자랑질을 들어주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공감능력이 부족한 나르시시스트는 남의 시선 따위는 전혀 안중에 없다. 자기 자랑을 하더라도 때와 장소에 맞게 다른 사람을 존중해가며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2. 과도하게 트집잡고 비난하기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해결할 내적능력이 없는 나르시시스트들은 불안해질 때 다른 사람들을 지적하며 공격하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렇게 비난함으로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내면의 쓰레기를 타인에게 투척함으로 타인이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한다. 이런 비난과 트집잡기와 공격은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인 행동패턴이다.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시켜야만 잠깐이라도 자유를 누릴 수 있기에 자신의 부정적 감정의 쓰레기를 타인에게 던져버리는 것이다. 

만약 나르시시스트가 당신을 비난하려 든다면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당신이 칭찬받을 그 무언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르시시시트의 불안한 감정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소유, 능력)를 당신이 갖고 있거나,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것을 당신이 성취했다거나, 칭찬에 굶주린 자신 앞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당신을 칭찬했거나, 자신의 무능이 드러나는 상황이거나, 자신의 잘못이 만방에 알려져 망신스러워지는 상황에서, 그들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당신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말도 안되는 억지로 실컷 비난하고 화풀이하며 피해를 주고 나서는, 자기가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적반하장으로 자신이 상처받았고, 위로를 받아야 될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가해자로 몰아간다. 자신이 끝가지 우기면 자신이 우기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나르시시스트 특유의 마법적 사고도 여기에 작용한다. 자신이 부당하게 공격해놓고 오히려 자신이 공격받았다고 스스로 믿는다.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이 직장에서 실수를 저질렀을 때, 이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동료나 부하직원의 실수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이 여전히 완벽하다는 착각을 유지하려는 시도이다. 그런 그들의 행위는 마치 진통제와 같다.

3. 태연한 척하기

타인을 지적하고 비난하고 위협적으로 공격하는 것과는 달리 나르시시스트는 불안할 때 태연한 척을 하기도 한다. 불안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척, 괜찮은 척, 쿨한 척, 논리적이고 차분한 척 하는 태도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평생을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병적으로 심리적 방어벽을 높여왔던 나르시시스트들에겐 참 익숙한 방법이다. 겉에서 볼때는 감정을 잘 조절하는 침착한 사람처럼 보일수 있지만, 진짜 마음이 평온한 것은 아니다. 그의 내면은 몹시 소용돌이 치는 불안한 상태이지만 냉정한 척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3일 굶은 사람이 맛있는 음식 앞에서 배가 안 고픈 척 꾹 참고 앉아 있지만 태연한 척을 하는 것이다. 이때 침착해 보인다고 해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 폭발이 있을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가 계산하지 못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 내면의 열등감을 참지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날 뛸 수 있다. 

4. 감정적 고립과 성적중독

나르시시스트는 심각한 불안감을 느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거나 고립될 수 있다.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신을 방으로 가두거나 타인과의 대화를 피하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나르시시스트들이 다른 사람들의 비판이나 평가를 받지 않으려는 자기방어적인 행동이기도 하고,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문제나 상황에서 도피하려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고립은 자신이 외부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이다. 

나르시시스트는 현실을 제대로 맞닥뜨리기 힘들어질 때 현실로부터 도피하곤 한다. 그런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면 성적 도피로도 같이 발전하게 된다. 남자든 여자든 나르시시스트의 심리가 불안해질수록 다양한 방식의 성적행위에 중독되어 갈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애정결핍과 불안감을 성적 만족감으로 채우려는 행위이다. 이런 행동들은 애정결핍에 대한 보상으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도 같은 것이다. 

5. 과도한 감정폭발 

나르시시스트는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강해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매우 취약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높게 평가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이미지, 성공, 그리고 자신이 받는 존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이 타인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거나 누군가에게 비판을 받거나, 예상치 못한 거절을 당하거나,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이 생기면 심한 정신척 고통을 경험한다. 이러한 고통은 그들의 자아에 심각한 ‘상처’를 입히며, 이를 자기애적 상처(narcissistic injury)라고 부른다. 이렇게 내면의 수치심과 열등감이 폭발해서 광분하면 미친 말 같이 날뛰곤한다.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정신병자처럼 날뛰기 시작한다. 이는 자신이 느끼는 내면의 불안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작은 문제에도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주변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자신의 몸을 일부러 다치게 하거나 창문에 올라가서 자살쇼를 하기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불을 지르기도 한다. 어린 자녀의 멱살을 잡기도 하고, 배우자를 발로 밀쳐내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적 폭발은 자신의 불안감을 외부로 표출함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려는 시도이다. 

6. 과도한 자신감 과시

나르시시스트는 불안할 때 과도한 자신감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재판에서 당연히 이길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과도한 자신감 과시는 타인에게 자신을 강하게 보이려는 의도와 동시에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기 위한 시도이다. 

7. 과도한 통제

불안을 느끼는 나르시시스트는 상황을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시도이다.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모든 결정을 내리려 한다거나 가족 구성원의 일상 생활까지 세세히 간섭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통제욕구는 자신이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착각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8. 과도한 자기도취

불안한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에게 더욱 집착하며 과도한 자기 도취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자신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거울앞에서 자신을 칭찬하거나, 자신의 성공과 업적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자부심을 느끼려 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도취는 일시적으로나마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9. 타인과의 비교

나르시시스트는 불안할 때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댜. 이는 자신의 불안감을 타인의 부족함을 통해 해소하려는 시도이다. 예를 들어 친구나 동료의 단점을 찾아내고 이를 과장하여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으려 한다. 이러한 비교는 자신이 여전히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임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이다. 

10. 타인조종

나르시시스트는 불안할 때 타인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의 불안감을 타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과도한 의존을 요구하거나, 타인의 행동을 서서히 통제하려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종은 자신이 여전히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론

나르시시스트들의 불안을 이해하고 적절한 태도로 대처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메카니즘을 이해하면 그들의 공격이 불안하기 때문임을 미리 파악하고 쓸데없는 불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나의 가치와 경계를 지키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자꾸 선을 넘고 경계를 침범하며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나르시시스트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그들의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어 자신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위험을 보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