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우종학, 새물결플러스, 2017)

  대학원생 시절 세미나 시간에 지도교수님은 ‘주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나에게 합리적 이어야 할 과학자가 어떻게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을 수 있느냐고 진심으로 궁금해하셨다. 과학과 신앙은 이처럼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거대 블랙홀과 은하 진화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인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그의 저서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에서 기독교 신앙과 과학은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앙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오해에 부딪치기도 한다며, 두 언어를 구별할 줄 알아야 엉뚱한 해석과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우교수는 과학의 시대에 교회가 직면한 세 가지 도전으로, (1) 기존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과학의 발견, (2) 과학이 신의 부재를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과학주의 무신론, (3) 성경을 과학 교과서처럼 읽는 근본주의/문자주의로 성경 읽기를 들고, 이 세 가지 도전을 하나하나 깊이 있게 다루며 독자를 과학과 신앙 간의 대화로 안내한다.

  이화여대 교목인 장윤재교수는 채플 시간에 기독교인은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면 요즘엔 손을 드는 신입생이 거의 없다고 하며, 기독교인임을 부끄러워하는, 기독교인이 격감하고 있는 세태를 우려한다. 이 부끄러움의 원인 중 하나는 교회 안의 반지성주의일 것이다. 

  주류 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최신 천체물리학과 진화생물학, 그리고 지질학 발견을 부인하며 진화가 반기독교적이라는 교회의 창조론 주장과, 학교 과학 수업의 진화론 주장이 서로 모순되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적지 않은 사람들은 교회의 가르침이 거짓되다고 판단하기 시작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과학주의 무신론자들의 과학적 해석과 철학적 해석이 섞인 (좀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신론의 증거’라는 주장을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는 많은 이들을 교회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존재 증명의 부재가 부재의 증명이 되지는 않으며, 우주 창조와 생명 진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신의 부재를 증명하지 못한다. 과학은 결코 무신론자들의 주장을 지지해주지 않는다. 우 교수는 우주 창조와 관련된 교회의 반지성주의와 과학적 무신론을 극복하는 일은 신앙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에 모두 익숙한 그리스도인 과학자의 몫이라고 이야기한다. 전문성을 가진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창조의 비밀들을 소개하고, 과학이 밝혀준 내용과 과학이 바로 무신론의 증거라는 철학적 주장을 분별해줄 때 한국교회의 지성적 토대는 단단해질 것이다.

  본 저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과학, 자연을 읽어내는 도구’에서는 성경처럼 자연도 하나님을 알려주시는 책이라는 기독교 전통에 따라, 자연이라는 책에서 읽어낸 과학의 결과들을 소개하고 과학의 한계와 중립성을 설명한다. ‘2부 성경과 과학’에서는 일순 성경과 과학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성경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창조주를 드러내는 성경과 창조의 역사를 드러내는 자연을 통합적으로 보되 각각의 목적에 맞게 읽을 것을 제안한다. ‘3부 과학주의 무신론의 도전’에서는 과학을 등에 업고 20세기 말에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무신론’ 중 과학의 결과를 무신론의 증거로 사용하는 ‘과학주의 무신론’의 주장을 살펴본다. 그리고, 과학주의 무신론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해석인 하나의 철학적 견해라는 점을 지적하며, 과학주의 무신론이 사용하고 있는 논증의 한계를 다룬다. 

  흥미로운 ‘4부 근본주의와 문자주의의 오류를 넘어’에서는 문자주의에 근거해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경향과 과학에 기대어 신앙을 증명하려는 태도가 발생시키는 다양한 문제를 살펴보고 문자주의의 오류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다룬다. 가장 짧은 ‘5부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서는 1, 2, 3, 4부를 간단히 요약하며, 과학이 새롭게 제시하는 우주와 생물의 역사를, 즉 과거와 달리 더 자세하게 밝혀진 하나님의 창조 역사를,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지식의 한계를 깨고 창조신학 안에서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점이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도전이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학교 앞 교회는, 당시 ‘젊은 지구 창조론’을 바탕으로 과학에 기대어 신앙을 증명하려는 ‘창조과학’ 활동에 열성적인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과학적 증거 없이 왜곡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질학적 정설을 공격하는 창조과학자들을 접하며 내 지도교수님은 기독교는 불합리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겼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창조)신앙은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인정하는 삶을 살겠다는 고백이라고 설명하겠지만, 그때는 ‘창조과학’ 활동에 비판적인 기독인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에 신앙을 문밖에 내려놓고, 연구실에서 나오면서 신앙을 다시 주워 걸친다’ 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나처럼 신앙과 과학을 양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과학 시대의 도전에 대한 교회의 진실한 응답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유진규 장로(반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