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삼위일체에 관하여>, 두미트루 스터닐로에 지음, 김인수 옮김, 비아, 2024)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삼위일체로 고백하지만 막상 삼위일체를 설명하라고 하면 어려움을 겪는다. 셋이 어떻게 하나이고, 하나가 어떻게 셋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삼위일체론에 대한 이해를 균형 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 최근 출간 되어 소개한다. 바로 두미트루 스터닐로에(Dumitru Stăniloae, 1903-1993)의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삼위일체에 관하여』이다. 

  스터닐로에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신학자일 것이다. 그는 루마니아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의 성직자로 교부 신학을 기초하여 오늘의 상황을 연결하는 위대한 정교회 신학자로 꼽힌다. 초대 교부를 바탕으로 정교회 신학을 해석함으로써 정교회뿐만 아니라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회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별히 정교회 신학이 아토스산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 전통에 머물고 있었던 것에 비해, 스터닐로에는 교부 사상을 바탕으로 신학을 형성하였다. 이런 그의 신학적 특징은 삼위일체론에 관한 저서인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에도 잘 나타난다. 총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 실존의 근거인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을 일관되게 다룬다.

  그래서 스터닐로에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을 중심으로 실존의 두 가지 차원을 밝히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하나는 영원한 존재가 실존하는 영원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저 영원한 존재가 무에서 창조한 시간의 차원이다.”(27쪽) 이 두 차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영원하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으로부터 시작해 유한하고 보이는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실존은 신비롭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창조하는 이성인 말씀으로 신비를 이해하고 갈망하게 한다. 그리고 무한을 향한 인간의 갈망은 무한이 없으면 불가능하며, 무한을 향한 우리의 갈증도 설명할 수 없다. 하나님은 무한한 선, 전능 그리고 완전한 앎이라는 생명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드러내신다. 사랑의 본질은 하나님 안에서 서로 교류하는 형식을 갖춘다. 세 가지 형식, 즉 하나님이 실존하는 방식인 세 위격으로 만물을 풍요롭게 하며 서로 교류한다.(46쪽) 

  특히 스터닐로에는 아타나시우스를 비롯하여 카파도키아 교부, 다마스쿠스의 요한 등 다양한 동방 교부들을 예로 들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계적 측면을 설명한다. 우리 인간이 참된 인격이 되기 위해서는 ‘나’(I)와 ‘너’(Thou)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연합할 수 있게 하는 제 삼자 ‘그’(Him)가 있어야 한다. 우리 인간의 관계적 인격성은 삼위일체 하나님에게서 유래한다. 성부와 성자의 “두 위격에, 그들만큼 그들을 사랑할 수 있고, 그들만큼 무한한 제삼자가 없다면, 그들을 하나로 묶을 있는 무언가가가 사라질 것이다.”(66쪽) 이 제 삼자는 바로 성령이시다. “성령은 성자를 향한 성부의 사랑과 성부를 향한 성자의 사랑을 나타내는 존재다.”(67쪽) 성령에 관한 이 같은 설명은 성령을 성부와 성자를 연결하는 사랑의 끈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와 일맥상통한다.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하는 방법은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Rowan Williams의 책, 제7-9장을 보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스터닐로에는 “서방 교회가 성부와 성자에게서 나오는 것을 성령이 하나의 원리에서 나오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평가하며 필리오케 논쟁(The Filioque Controversy: 니케아-콘스탄티노플리스 신경에 성령에 관해 ‘~로부터, 또한’이라는 서방 교회의 추가 문구사용으로 인해 동방 교회와 9세기초부터 11세기에 걸친 신학 논쟁)을 언급한다.(138쪽). 스터닐로에는 동방 신학자답게 성령을 성부와 성자의 두 기원에 둔다고 서방 교회를 비판하지만, 필리오케를 통해 서방 교회는 성령의 두 기원 보다는 성령이 하나님의 영이자 그리스도의 영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교리사를 알고 있다면, 독서하는 동안 스터닐로에와의 비판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끝으로 이 책의 주목할 점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단지 교리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찬미의 대상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스터닐로에는 다양한 기도문을 소개하는데, 교회가 어떻게 삼위일체 하나님을 찬양했는지 해설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이 점은 “동방 신학의 정체성과 시작은 교회의 기도와 예배에 있다”는 동방 신학자 엔드류 루스의 주장을 생각나게 한다.(Andrew Louth, 서문과 1장) 삼위일체 하나님을 사변적으로만 생각하여 이해가 안 되거나 문제가 많은 교리로 치부하기 보다는 이미 우리의 예배와 기도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방 교회에게 배울 수 있는 큰 유익이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동방 신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두미트루 스터닐로에의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를 권한다.
        
<참고도서> 
Andrew Louth. Introducing Eastern Orthodox Theology. Illinois: InterVarsity Press, 2013.
Rowan Williams. On Augustine. London· New York: Bloomsbury Publishing Plc., 2016.    
                    
송화섭 목사(꿈의교회 부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객원교수/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