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의 2023년 보고서는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G20 국가들 중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국가가 없으며,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금세기 말에는 지구 온도가 3°C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COP28에서 드러난 국제사회의 한계는 우리에게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합의 실패와 '손실과 피해' 기금의 부족한 모금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이다. 국제기구들의 대규모 공적 투자 요구는 '약탈적 전환'의 우려를 낳고 있으며, 유럽에서 일어난 농민 시위와 '그린래시' 현상은 불평등한 기후정책의 결과를 보여주는 예시다. 한국 정부 역시 일관성 없는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석유가스전 개발, 핵발전소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의 경제성장 중심 정책은 우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공항, 케이블카, 4대강 사업 등이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추진되는 현실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위협을 더하고 있다. 더불어 심화되는 경제 불평등 속에서 농민들은 기후재난과 자본주의적 농업 구조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생각과 마음들이 모여, 오는 9월 7일에 "907 기후정의행진"을 한다. 이 글은 이 날 걷는 이들이 먼저 낸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인데, 모두 907 기후정의행진을 하며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봐야 할 책임이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사전 ‘기후위기 기독교 대화마당’을 열고,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를 드린 후 함께 걸을 것이다.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아모스 5:24)하신 말씀처럼, 우리는 기후 정의를 위해 흐르는 강이 되어야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 특히 지금의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이웃들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예수님도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마태복음 25:40)라고 하셨다. 기후 위기에 맞서 대응하는 것이 바로 이 말씀을 실천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

조금만 둘러보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 기후와 재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가 기후 재난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대응책들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지자체의 침수 방지 대책은 부동산 가치 하락 우려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고, 노동자들의 안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제 우리 일상의 위험이 되어가고 있으며,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한 대규모 실직 위협은 또 다른 형태의 '기후 재난'이 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정부와 기업들에게 책임 있는 기후 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보자.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서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향해” 함께 목소리를 내어보자.

그리고 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주로 이윤 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발생되고 있는 문제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핵폐기물 처리 문제,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일자리 손실, 대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 독려와 지원 등은 더 깊은 숙고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우리 모두의 삶과 환경을 위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탈핵/탈화석연료와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윤 중심 에너지 정책에 맞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며 그 뜻을 이루어가보자.

물론 아직도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 위기 대응을 명목으로 오히려 대규모 생태계 파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 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 4대강, 그린벨트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들이 개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대로 새만금과 가덕도 신공항 반대 운동, 4대강 보 철거 요구, 설악산 케이블카 저지 운동 등 다양한 곳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이러한 생태계 보호 노력을 하나로 모아, 더 강력한 기후정의 운동으로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하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개발사업에 맞서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함께 목소리내보자.

그리스도인이 먼저 지금의 기후위기를 시대적으로 분별하며, 우리의 신앙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기후정의행진의 길에서 만나게 되기를 소망한다. 함께 기도하고 걸으며 내는 목소리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보존되고,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더 나은 미래를 보리라 기대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 구성원들과 손 맞맞고 내딛는 걸음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와 우리의 이웃을 돌보는 큰 강을 이루리라 믿는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