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그늘에 서서> 히틀러 치하 독일 신학자들의 설교, 디트리히 본회퍼, 칼 바르트, 헬무트 골비처, 게르하르트 에벨링, 루돌프 불트만 저, 딘 G. 스타라우드 편집. 진규선 옮김, 감은사, 2022)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과 붕대를 칭칭 감고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선수가 있습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 선수입니다. 하지만 세계 1위라는 자리와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기쁨을 누리기도 모자랄 텐데 가슴 속에 담아둔 말을 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결승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낭만 있게 끝내겠다”고 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난 다음의 인터뷰에서는 “목표를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까지의 원동력은 분노였다”, “내 발언에 힘이 있을 때 말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아직 이 일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과 함께 옳지 않은 일을 당하거나 보았을 때 입을 다물고 있기보다는 해야 할 말을 당당하게 한 안세영 선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안세영 선수의 기사를 읽다가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에 손이 갔습니다. 어둡고 가슴 아픈 시대인 히틀러 치하 때에 제3국에서 독일 신학자들이 히틀러에 저항했던 설교들을 모아 놓은 『역사의 그늘에 서서』 히틀러 치하 독일 신학자들의 설교입니다. 교회 공동체와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까지도 검열한 나치의 차별, 혐오, 억압, 그리고 폭력에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독일 신학자들의 설교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당시 독일의 많은 교회는 히틀러 치하에서 자신들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종교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진리입니다. 그 진리는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그 사랑을 받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겁니다. 비록 시대와 상황이 변한다 해도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이나,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차별 없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임을 알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칼 바르트, 헬무트 골비처, 게르하르트 에벨링, 루돌프 불트만은 히틀러의 압박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전했습니다.

 본회퍼는 「기드온」에서 ‘교회 안에 있다는 것은 오직 주님이신 하나님과만 함께 하겠다는 용기를 갖는 것으로 하나님만을 예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드온처럼 세상의 힘이 아닌, 즉 히틀러가 아닌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라고 전합니다. 

 바르트는 「유대인 예수에 관한 설교」 에서 성경은 주님이 인내와 위로와 소망을 주시는 말씀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입양하시고, 받으시고, 취하셨다고 합니다. 그 예수님은 하나님의 약속대로 아브라함의 후손, 즉 유대인으로 이 땅에 오셨다고 전합니다. 따라서 히틀러의 유대인 차별은 옳지 않다고 전합니다.

 골비처는 「‘깨진 유리의 밤’에 관한 설교」에서 세례 요한의 ‘회개하라’는 선포와 세례를 통해 기쁘게 하늘나라와 주님을 맞이하고,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삶을 살아가라고 전합니다.

 에벨링은 「장애인 학살 프로그램의 희생자를 위한 설교」에서 예수님도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처럼 작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겨졌던 것처럼 어린이들, 아무런 권리가 없는 사람들, 아픈 사람들,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예수님과 가족이어서 예수님은 작은 사람들 편에 서 계신다고 합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그들을 업신여기는 일을 참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불트만은 「큰 잔치 비유에 관한 설교」에서 하나님의 부름에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잠깐 누리고 말 세상에 마음을 두고 있어서 곧 잔치가 있을 것이라는 부름에 답은 했지만, 정작 잔치가 벌어진다고 오라는 부름에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상의 유혹과 주님의 부름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얻어 이 땅에서 맡겨진,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가라고 전합니다. 

 히틀러의 치하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모든 것들을 빼앗기고, 목숨까지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지만, 용기를 가지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독일의 다섯 신학자들의 설교, 그리고 부당함에 맞선 안세영 선수의 모습을 보며 저도 다시 용기를 내보게 됩니다. 스스로 만족하거나 사람들의 귀에 듣기에 좋은 말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의 사랑과 은혜와 돌봄을 선포하는 목사로 살아갈 용기를 내보게 됩니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