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김정운, 21세기 북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이 저서에서는 정의한다. ‘에디톨로지(edit+ology)’는 ‘편집학’이라는 뜻의 저자 김정운 교수가 만든 조어이다. 그러나 단순히 섞는게 아니고, 그럴듯한 짜깁기도 아니다. ‘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설명이다. 즉, 즐거운 창조의 구체적 방법론이 바로 ‘에디톨로지’인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는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가 핵심 주제이다. 마우스라는 도구의 발명이 인간 의식에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2부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 는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편집과 인간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뤘다.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의 내용을 살펴보고, 시간을 다루는 역사학에 밀려 있는 공간학 혹은 공간 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했다.

 3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는 심리학의 본질에 관한 부분으로,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인간, 즉 개인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편집되었는가? 에 관한 내용이다.

《아웃라이어》, 블링크》 등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은 ‘편집이야말로 스티브 잡스식 창조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21세기 가장 창조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스티브 잡스의 탁월한 능력 역시 따지고 보면 ‘편집 능력’ 인것이다. 이제 아는 것이 힘인 시대는 지났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낼 줄 알아야 한다. 이저서에서 저자 김정운이 제시하는 ‘에디톨로지’는 바로 그렇게 편집된 세상을 읽고, 즐거운 창조를 할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 시대에서 남의 이론을 많이 검색하고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편집할 수 있는 카드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이다. '실력이 있다'는 것은 편집할 수 있는 자료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카드로 축적된, 편집 가능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 database라고 한다. 이같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가 오늘날에는 너무 쉬워졌다. 예전에는 일일이 책을 읽으며 옮겨 적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검색하고 'Ctrl+C Ctrl+V'하면 된다. 이제 실력은 '잘 찾아내는 것 Know-where'에 있다. '검색'이 곧 실력이라는 뜻이다.

  검색과 발견을 통한 지식의 에디톨로지가 곧 미래의 지식 권력을 결정한다. 계층적 지식과 네트워크적 지식의 '편집 가능성 editability'이 지식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이 구글을 이기기 어렵다는 예언은 바로 편집 가능성 때문이다. 단지 스티브 잡스가 죽어서가 아니라 잡스가 고집한 애플 생태계의 폐쇄적인 구조로는 데이터의 축적과 편집 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얘기를 우리는 어릴적부터 많이 들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시대이다. 아는 것들을 자신의 생각과 의도에 맞게 잘 편집하고 구성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저서를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편집”하는 “에디톨로지 사고” 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도서관 신성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