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4, 동녘)

  자기 인식, 자기 돌봄(배려)은 번아웃에 대항하는 심리치료의 영역으로 오해받기 쉽다. 그래서 어쩌면 예쁜 분홍색의 표지를 가진 이 책의 “자기 자신”이라는 단어가 합해 이 책이 자기 소모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할 만한 책이라는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미리 사과하건대, 이 책은 쉼, 오롯이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얕은 수의 방법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푸코의 ‘자기 테크닉’연구 과정에서 강의 된 원고와 녹취록 일부, 세미나 녹취를 적은 이 책은 2-3세기 경의 고대 철학과 초기 그리스도교의 남아 있는 철학, 신학적 유산 원전을 들어 우리가 행해야 할 보다 깊은 차원의 ‘자기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쉽지 않고 가볍지 않아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8월에 다소 무거운 책일지 모르지만 꼭 읽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달의 도서로 추천하고자 한다. 

 확실히, 기독교는(기독교는 푸코가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리스도교’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푸코가 숱하게 예를 드는 그리스도교는 소크라테스 – 플라톤 전후의 초기 그리스도교를 말한다.) 자기 돌봄(배려)에 유리하다. 푸코의 ‘자기 테크닉’이 본래 집중하고자 했던 ‘주체성’의 연구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결을 같이 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이 서양 문학의 성격과 문화의 결을 다졌다는 설도 그렇다. 고백이라는 행위는 푸코가 말하듯 자기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인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를 쉽게 말하자면 ‘고백’이 될 것이다. 

 고백, 성서적 용어로 회개라 좁은 의미로 지칭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어려움, 그 행위의 앞, 뒤로 이어진 다양한 ‘자기인식’에 대한 고대 그리스, 로마 시기의 철학적 사유의 흐름을 읽어주는 푸코의 강연은 곱씹을수록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재고되어야 할 가치이며 신앙훈련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볼 자유가 있다는 사실입니다.(228p)

 푸코는 동물과 인간의 비교를 통해 동물과 다르게 필요한 것(추위를 막아줄 털, 날카로운 이 등)이 부재한 것을 ‘결핍’과 그 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이성과 테크닉의 사용으로 이해한 이론을 전복시켜 인간은 저절로 환경에 적응되어 ‘돌보아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돌볼 자유’ ‘자기 돌봄(배려)의 지위를 지닌 존재로서 해석한다. 물론 ’은혜‘의 영역이 추가되어 더 해석될 여지를 남겨놓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고백이 기도의 형태와 유사하며 그것이 ’들풀도 입히는‘ 은혜에도 불구하고 ’구하라, 찾으라, 문 두드리라‘는 적극적인 자유의지의 표상으로 실존 자아를 형성하게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책 속의 다양한 자기 테크닉, 현대에 오인되고 오용되고 있는 다양한 자기 인식과 자기 돌봄의 테크닉 – 명상, 글쓰기, 타자와의 관계 인식, 자기 배려의 정치성, 파레시아, 시련과 점검-도 유익하지만 그에 앞서 ’영혼‘에 대한 인식이 인상 깊다. 
 
소크라테스 : 그러면 도대체 사람은 무엇인가? 
알키비아데스 ; 저로서는 답변을 못 하겠네요. 
(중략)
소크라테스 : 그러니까 말이야. 혼 말고 다른 무엇이 그것을 사용하겠나? (플라톤 『알키비아데스』/위의 책 190p)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를 주로 논하며 시작하는 푸코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의 ‘너’, 즉 ‘나’는 영혼을 일컫는 것임을 주목한다. 위의 대목을 읽으며 영혼을 ‘신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력, 능력’으로 정의되는 개념임을 상기시킨다. 

 즉, 영혼을 인식하는 것이 자기를 인식하는 것이며 ‘적절한 방식으로 돌보는’ 방식 또한 영혼을 돌보는 것이고 그것을 ‘너 자신을 알라’고 타인에게 독촉하며 ‘자신을 돌보(배려)기를 납득시킨 것이 소크라테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이 그리스도교가 가진 의식점검과 자기돌봄 실천의 강점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영혼의 순결은 자기 인식의 결과이고, 이 영혼의 순결은 텍스트와 성서를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일 뿐만 아니라 믿음의 힘의 조건이기도 합니다.(152p)
그리스도교의 수련은 진정한 삶에 실제적으로 도달하는 표면상의 죽음을 통해, 하나의 현실에서 또 다른 하나의 현실로, 죽음에서 삶으로 “이행하는 예식”입니다. (122P)
요컨대 모든 그리스도교인은 자신의 믿음을 현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모든 사람이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의무, 자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할 의무, 자기가 저질렀을 수 있는 잘못을 의식하고 있을 의무, 자신이 노출된 유혹을 식별한 의무 말입니다. 게다가 모든 사람에게는 그것을 신 앞에서 혹은 다른 사람 앞에서 폭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154-55p)

 파레시아로 나아가는 푸코의 이 책 후반의 세미나 내용 전체를 다 이해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교인, 크리스천의 신앙훈련이 가진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한 값을 할 것이다. 

 ’자아 성찰‘ 또는 ’자기‘를 해석하는 다양한 얕은 수에 흔들리기보다 참된 자기인식의 출발점이자 종착인 고백,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진리를 인식하는 과정에 필요한 조건들을 점검해보며 파레시아로 나아가기 이전에 자기 돌봄으로 나아가는 인간 본연의 자유를 만끽하는 방법을 촘촘하게 고려해보기를 바란다.

박창수 목사 (인천 성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