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공동체

                             정명성

사람들은 우리에게 물어요
어디로 누굴 찾아가느냐고
가려는 곳에 닿을 수 있겠느냐고
당신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어떻게 답변할 수 있겠어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거든요
이 길의 시작과 종착지가 어디인지
여기의 좌표도 알지 못하는걸요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걸어요
지도도 없이 나침반도 없이
모든 순간에 머무르시는 분에게로
어디에나 계신 당신에게로 가고 있어요

한 가지만은 분명해요
우리는 당신을 찾지 못해도
당신은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

하여, 언제나
우리는 당신에게 닿아요
여기에서 출발하고 여기로 돌아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