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치고>, 박주영, 출판사 모로, 2024)

‘최선을 다하라,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격언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목적어입니다. 목적어가 정당하지 않다면 이것보다 무서운 말도 없을 겁니다. 악마가 천사보다 훨씬 더 부지런할 수도 있고, 이단에 빠진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보다 더 열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악마의 부지런함이나, 이단의 열정을 좋은 시각에서 볼 수 없는 것은 그들이 가진 목적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도 목적어에 따라 달라집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원한을 갚고야 말겠다는 각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약이나 도박에 빠져 사는 생활,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든 다 좋은 목적어를 가지고 있을 때 삶을 아름답게 빛냅니다. 

더글러스 에덤스는 ‘빗방울은 홍수가 제 탓인 줄 모른다’고 했습니다. 노아 시대에 세계적인 홍수에 앞서 인간들의 죄의 홍수가 먼저 있었습니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 홍수가 됩니다. 사소한 악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사회적 악이 되고 암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 목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선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살리는 목적입니다. 

커피를 다 내리면 찌꺼기가 남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약 15그램의 원두가 사용되는데, 이 중에 99.8퍼센트인 14,97그램의 원두가 커피박이 되어 버려집니다. 단 0.2퍼센트만 커피가 됩니다. 어쩌면 성경 말씀처럼 남은 자가 0.2퍼센트밖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0.2퍼센트가 세상을 향기롭게 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사람들에게 버림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흘리신 예수님의 보혈이 온 세상을 구원하는 능력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사랑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세상이 따듯해 질 것입니다. 곁에 있는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비록 남들처럼 거창한 목표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잘 사는 삶입니다. 사랑은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언제나 함께 하는 것입니다. 

산을 그냥 흙덩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생명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듯,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기에 살덩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사람에게서 사랑을 제거한다면 그냥 살덩이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세상이 완전히 새롭게 바뀝니다. 하루 만에 달라진 세상을 보게 하는 힘은 사랑입니다. 무엇을 이룬다고 해도 사랑 없이 살아온 인생이라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미셀 오바마가 말했듯이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바꾸려면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가 이상적인 자세입니다. 목적어를 빠트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속에서 그리스도인만큼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주님이 부탁하신 사랑을 위하여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기철(응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