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구 목사가 쉽게 쓴 십자가 이야기> 송병구, 신앙과지성사, 2015)

"민족과 전통, 문화와 문양 그리고 역사와 현실까지 고유함과 융합의 과정을 두루두루 거치며 신앙 고백으로서 십자가로 존재한다." (본문에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특히 십자가의 모양은 이곳이 교회인지 성당인지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 예수님의 상이 있는 가톨릭의 십자고상과 우상숭배의 위험을 배제하고자 십자가만 남겨둔 개신교. 그러나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십자가는 각 지역에서 민족은 자신들의 신앙을 담아 표현해 왔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십자가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분을 넘어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살피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얼굴을 가진 십자가는 그 지역에 뿌리내린 교회 공동체의 신앙 고백이기 때문이다. 

송병구 목사는 독일에서 사역을 할 때부터 십자가를 모아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십자가 심벌에 눈길을 보내며 디자인과 문장, 색상, 메시지를 살폈고 그 안에서 담긴 십자자가 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목사님은 자신의 체험을 전해주고자 세계의 십자가 전시회를 몇 번 열었고 지금은 자신이 사역하는 교회에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종교 간의 차이를 강조하며 서로 배척하기보다 각자의 십자가 안에 담긴 신앙 고백을 느끼며 자신만의 숫자가 영성을 찾아가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십자가는 다양한 영성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 영성은 하나의 지향을 가진다. 곧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 분의 희생 그리고 부활을 통한 희망으로의 초대 이다. 생생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몸부림은 무엇을 희망하고 있는지를 이끌어준다. 그런 점에서 십자가는 상징을 넘어선 가장 구체적인 자기표현이 된다. 끊임없이 마주하는 자기 십자가는 삶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분과 동행하며 그 분을 닮아가는 기도의 순간이 된다.

"십자가는 전통적 이미지와 현대적 이미지, 고전적 문양과 감각적 디자인으로 서로 구별되지만 결국 하나의 지향을 갖고 있다. 또 형태와 색상, 심벌과 소재에서 저마다 고유한 문화를 드러내지만 결국 무지개의 색이요 색동의 얼굴이다." (본문에서)

평소 성물에 관심이 많다. 신앙 표현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신앙을 만나 나의 신앙이 풍부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각 지역 전통에 따른 문양과 모양과 색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고유의 십자가를 형성하도록 도와준다. 우상 숭배냐 아니냐의 차원을 넘어 각자의 믿음을 어떻게 담느냐에 대한 차원이다.

그런 점에서 목사님의 노력은 대단하다. 잘 모르는 이들에게 새로움을 전해주고 다양성을 통해 고유의 영성을 찾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목에 도움이 되는 영역에서 성물을 모아 왔는데 이 작업은 꾸준히 지속해야겠다. 그럴 때 더 풍부한 미사 전례를 꾸밀 수 있다.

목사님의 십자가 십자가 전시된 곳을 시간이 될 때 찾아가 볼 생각이다. 고촌 아트홀과 도림 예빛 교회. 그리고 또 다른 십자가 수집(이건 작가들의 작품 모음)을 하신 서종면에 있는 THE CROSS.

이시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