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다이크, 웅진지식하우스, 2009)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지구촌과 인류는 정말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하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다. 바로 아프리카다. 왜 그런가? 이미 아시아의 일원으로 익숙한 우리는 ‘그냥 아시아’가 아닌,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인도에 대해 말한다. 

또, ‘그냥 유럽’이 아닌,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를 생각하며, ‘그냥 미주’가 아닌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를, 하다못해 가장 작은 오세아니아 대륙조차 호주, 뉴질랜드를 분명히 언급한다. 단 하나의 예외는 아프리카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거의 알지 못하며, 혹시 안다 해도 그냥 퉁쳐서 ‘아프리카’라고 부른다. 

다른 대륙과는 달리 아프리카는 각 지역과 종족, 문화에 따라 굳이 기억할 한 특징이나 의미가 없는 미개인, 원시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라도(처음이라도) 아프리카를 읽고, 배워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새롭게 깨우친 주제에 따라 요약해 본다.

첫째, 아프리카는 세계와 인류의 뿌리다(챕터 1). 인류의 조상이 거기로부터 출발했고, 이어져 왔다. “대단히 발달된 언어 및 사유 능력을 가진 현재의 인류는 유전적으로만 보면 아프리카 인류임이 분명하다. … 아프리카를 떠나 중동으로 향한 작은 그룹의 사람들에게서 오늘날 인류의 유전질 대부분이 나온 것이다.”(42, 43쪽)

둘째, 다시 앞에 한 이야기에 덧붙여 말하자면 아프리카야말로 너무 넓고, 다양하고, 풍성해서 ‘그냥 아프리카’는 없다. “…아프리카는 … 아시아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 유럽보다 여섯 배나 큰 대륙이다. 사하라 사막 하나만 해도 미국과 거의 맞먹는 크기다. 실제로는 지리적 개념 말고는 아프리카라는 것은 없다. … 문화적으로 보면 아프리카에는 지상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8억 5,0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의 여자와 남자는 수천의 종족을 이루고, 약 1,000종의 공인된 언어를 말하며, 50개가 넘는 나라들이 살고 있다(유럽에는 7억 3,000만 인구가 50개 국가에서 70가지 언어를 말한다).”(17, 18쪽)

셋째, 아프리카 비극의 뿌리는 서구다(챕터 3). 아프리카를 말할 때 ‘가난한 대륙, 못난 백성들’을 구원할 천사의 손길은 항상 서구 유럽인이었다. 그러나 사실을 찾아보면 오히려 종족별로, 민족별로, 문화에 따라 잘 살아가던 그 대륙을 헤집어놓고, 수탈과 가난, 질병의 굴레로 빠뜨려놓고 이제와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유럽이다. 말 그대로 ‘병주고 약주고’다.

“15세기 중엽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맨 먼저 서부 아프리카 해안에 도착하였다. … 지구의 다른 지역에서도 유럽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착취자이자 압제자 노릇을 하였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다르게: 필자 주) 그 어느 곳에서도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붙잡혀서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끌려가 평생 그곳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도 없이 노예로 살아야 하는 일은 없었다.”(103쪽)

“노예는 개인으로 기록되지 않고 톤 단위로 제시되었다. … 줄잡아 적어도 2,000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아마도 5,000만 명이 더 옳을 것이다.-아주 비참한 상황에서 노예로 끌려갔다.”(117쪽) “오늘날 역사가들은 콩고에서 벨기에의 강압 통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약 1,000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135쪽)

넷째, 그러나 놀랍게도 아프리카 비극과 수탈의 역사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챕터 4). 1950~60년대 이후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은 서구 식민지로부터 해방, 독립되었다. 그러나 말이 해방이요, 독립이지 500년 넘는 세월 동안 서구가 제멋대로 그어놓은 경계, 뒤섞어 놓은 문화와 제도, 분열시켜 놓은 민심, 서구를 위해 제멋대로 만든 경제구조 등으로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들이 멋대로 그어놓은 국경선 안에는 보통 서로 다른 20개 이상의 민족들이, 이따금은 50개 이상의 민족들이 살고 있었다. …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럽 사람들에게 이 민족들의 특징이란 오로지 그들이 노동을 잘하는 사람이냐 못하는 사람이냐 하는 것으로만 남아 있었다.”(176쪽) “아프리카의 수많은 원료들은 뉴욕과 브뤼셀과 도쿄에서 정해지는 가격으로 수출된다. 그를 통해 세계 무역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공식적인 비율은 겨우 2퍼센트 정도이다. 이 얼마 안 되는 수입 중 약 40퍼센트가 곧바로 부채 상환과 이자 명목으로 도로 빠져나간다.”(276쪽)

그렇다고 가능성과 희망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능성과 희망을 응원하기 위해서도 먼저 아프리카를 조금 더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이 거의 그 첫 번째 걸음이 될 것이다.

구교형 목사 (성서한국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