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손컨설팅 컴퍼니 대표이사
손명원

“아버님이 말씀해 주신 독립 정신이 오늘의 저를 있게 했어요”

할아버지는 상해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이었고, 정동교회 4대 담임목사이기도 했던 손명도씨이다. 아버지는 초대 해군 참모총장을 지내고, 독일대사까지 지낸 손원일씨이다. 고모는 전 YMCA 이사장이다. 이렇게 손명원 대표이사의 집안 이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는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맥슨전자 대표이사를 지냈고 현재는 손컨설팅 컴퍼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강조했던 독립 정신이 인상 깊이 남았는데, 그 얘기와 함께 역경 당한 이야기 등도 함께 들어보았다.

글. 최윤희(계간 ‘치유’ 편집장) │ 사진. 김행옥

늘 바빴던 부모님

“우리 할아버님은 아버님과 삼촌한테 우리나라가 독립하면 기술자가 필요하니 너희들은 기술자가 되라고 하셨대요. 우리 아버님은 열일곱 살 때 상해로 가면서 기술자로 존경받는 사람이 의사니까 의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해가서 보니까 영국 해군이 중국에 와서 활기치고 다니는데 ‘참 멋있다’는 생각을 하셔서, 중국 중앙대학에서 항해학을 공부하셨대요. 그러고 중국 해군에 잠깐 들어갔다 독일에 있는 선박회사와 계약이 돼서 독일 선박회사에서 항해사로 일을 하게 되셨다고 해요. 항해사가 어려운 게 밤이 되면 별을 보고 배가는 길을 계속 찾아야 되잖아요. 배를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를 결정해 주는 게 항해사니까 중요한 거죠.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실 때 마음에 해군이 있으셨던 거예요. 그래서 한국으로 들어오신 8월 15일 그다음 날부터 해군창설을 위해 사람도 만나고 벽보도 붙이고 다니셨대요. 그래서 11월 11일 11시에 해방병단이라는 이름으로 해군이 창설됐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한국에 오시자마자 해군 만드는 데 전념하셔서 집안에 신경 쓰실 틈이 없었다. 그를 비롯한 형제들은 바쁜 일을 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게 마땅한 걸로 생각했다고 한다.

“‘왜 우리를 돌보지 않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어머님도 ‘해군의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해군 일에 관여를 많이 하셔서 어머님도 항상 바쁘셨어요. 그래서 우리를 돌볼 틈이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그냥 그런 줄 알고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우리는 부모가 어린아이를 기르고 사랑해 주고 그런 역할을 하는 거라는 걸 모르고 자랐어요.”

독립 정신을 강조한 아버지

부모님이 항상 바쁘셨기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았고,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하면 잘하는 것이었다.

“아버님이 1957년 독일대사로 임명돼서 갔는데,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모여서 아침, 점심, 저녁을 같이 먹고, 주말에는 아버님이 운전해서 온 가족이 드라이브를 했어요. 어머님은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시고. 이때 가족 같은 분위기를 독일 가서 처음으로 느꼈어요. 이때가 제가 열여섯 살 때였어요.”

이렇게 따뜻한 가족 분위기를 느낀 게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는 곧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야만 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 아버지는 일찍부터 자녀들에게 독립 정신을 강조하셨다고 한다.

“독일에 갔을 때 아버님이 열여섯 살인 나와 우리 형제들에게 ‘나는 너희들을 열여덟 살까지만 도와준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후로는 독립해서 살라고 하셨어요. 저녁 먹다가 들어서 우리 형제들은 얼떨결에 ‘네’ 했어요. 그런데 내 동생이 ‘형, 열여덟 살이면 대학교 1학년인데 어떻게 독립해서 살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아, 내가 그 생각은 미처 못했구나.’ 생각하고 그다음 날 아침에 아버님께 ‘열여덟 살부터 독립하라는 게 무슨 의미예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아버님이 ‘미국에서도 열여덟 살이면 다 집을 떠난다. 그러니까 학교 가는 것도 네가 정하고, 무슨 옷을 입을지도 네가 정하고, 학교 가서 뭘 공부할지도 다 네가 정해라. 모든 걸 다 네가 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독립해서 살라는 건 뭐 특별한 게 아니야. 남자는 다 그렇게 살아’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그의 아버지는 이런 얘기를 자녀들에게 들려주셨다.

“아버님이 열세 살 때 집에 가는데 지게꾼이 지게를 하루 종일 메고는 쌀을 한 봉투 사서 집에 가는 걸 보셨대요. 그 사람을 보면서 아버님은 어떻게 지게 하나로 가족을 먹여 살릴까라고 생각하셨대요. 그러면서 ‘참 멋있다’고 생각하셨고, ‘나는 자라서 내 가족을 무엇으로 먹여 살릴까?’ 그런 생각을 하셨대요. 나도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아버지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아버지한테 ‘저는 열여덟 살이 아니라 대학교를 졸업하는 스물두 살까지만 도와주시면 그다음부터는 독립해서 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그러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아버지가 독일 대사직을 그만두신다면서 보내신 건데 편지 말미에 이런 글이 적혀있었어요. ‘지금부터는 너희를 못 도우니 독립해서 살아라.’ 그렇지만 하나도 놀라지 않았어요. ‘올 게 왔구나’ 생각했어요.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돈을 벌어서 먹고사는 건 별로 문제가 아니었어요. 등록금만 아버지가 보내주시고 의식주는 내가 다 해결했으니까요.”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가톨릭대학교에 다니면서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의 아르바이트 경력은 정말 화려했다. 신축 주택 지붕 설치, 농장 청소 및 풀 깎기, 버스 차장, 접시 닦기, 수학 교수 조교, 건설 현장 막노동, 복숭아 농장 포장 작업, 과일 상자 기차에 싣기, 골프장에서 골프채 닦기, 호텔 벨보이, 수영장 라이프가드(인명구조요원), 백과사전 판매원, 장교 클럽의 자제 관리 등. 와~ 정말 많은 일을 했다. 라떼는 과외와 서빙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니... 정말 공부하랴 일하랴 많이 바빴겠다 싶었다.

독립 정신이 큰 도움이 되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3학년부터는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주급을 받으니까 먹고 사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그렇게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니까 대학교 졸업할 때는 벌써 일 경험이 2년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먹고사는 게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 면에서 아버님이 열여섯 살 때 독립 정신을 심어주신 게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됐어요. 독립한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 얼마든지 독립한 사람은 남을 도울 수 있더라고요. 독립하지 않으면 남을 도울 수가 없어요. 어떻게 도와주겠어요? 나도 먹고 살기 어려운데. 내가 먹고 사는 게 해결됐을 때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거잖아요. 수중에 돈도 있고 마음도 여유가 있으니까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거지. 이게 어떻게 보면 탁구 치는 것과 똑같아요. 탁구를 치면 볼이 저쪽으로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너무 세게 치면 나가고, 짧게 치면 네트에 걸리고, 우리 인생도 똑같아요. 탁구 치는 것처럼 너무 길어도 안 되고 짧아도 안 되고...적당한 게 뭐다 하는 걸 인생을 살면서 배우게 되는 거 같아요. 그렇게 배우고 나면 여유 있게 잘 살아갈 수 있어요.”

돌덩이처럼 딱딱한 빵과 코카콜라

그는 미국에 도착했을 때 학교에서 정해준 원룸아파트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독일에서 떠날 때 아버지가 마련해준 약간의 돈으로 써야 했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델리 또는 햄버거 가게에서 때웠다.

“그러다가 갑갑해서 뉴욕 다운타운에서 유명하다는 메이시 백화점에 갔는데, 연분홍색 라디오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것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서 라디오를 틀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엘비스 프레슬리, 폴 앵카, 팻 분 등의 노래를 들었어요. 그렇게 신나게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슬슬 배가 고파졌어요. 생활비가 일주일 뒤에나 도착해서 돈이 거의 없었어요.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아보니 빵 하나와 음료수 한 병 살 돈이 있었어요. 근처 가게에 가서 최대한 큰 빵 하나와 콜라 한 병을 사서 집으로 왔어요. 이것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했어요. 물론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고모 댁이 있었지만,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가지 않았어요. 내겐 아직 빵과 콜라, 그리고 무한정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틀쯤 지나자 남은 빵 조각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었어요. 그래서 콜라에 물을 타서 찍어 먹었어요. 그러니 좀 부드러워지더라고요. 그렇게 돈이 올 때까지 일주일을 버텼어요.”

바른 교육 바른 아이

이렇게 힘든 생활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부모로부터 돈을 받을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단다. 도리어 도와드리지 못하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때 배운 게 있어요.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간다.’ 이것의 의미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일어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럴 때 비로소 옆을 살필 힘이 생겨요. 주위를 돌아보고 나보다 어려운 이를 도울 수 있는 자비는 스스로 힘을 키워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에요. 독립은 결국 자기 능력을 길러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이에요.”

그의 말은 들으면서도 생각하게 했다. 다 옳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새삼 독립이란 뜻에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경영이 어렵지 않다?

“회사에 들어가서 CEO를 했지만, 방향 설정만 잘하면 내 목표가 달성이 돼요. 도리어 나한텐 도전이었어요. 어려움은 아니었어요. 어려운 건 뭐가 어렵냐 하면,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게 진짜 어려운 거예요. 그런데 전 그걸 다 했잖아요. 마음에 부담되는 어려움은 어렸을 때 다 해봤잖아요. 그러니까 조직에 들어가면 사람들도 있고, 목표도 있고, 월급도 나오고, 그건 어려움이 아니잖아요. 목표 달성을 하는 게 중요한 거지. CEO가 됐는데 회사가 망했다면 그건 진짜 문제죠. 그건 CEO가 자기 역할을 못한 거니까요. 회사에서 CEO를 시킨 건 이 사람이 능력이 돼서 시킨 거잖아요. 그러면 내가 여태까지 쌓은 경험을 다 합쳐서 목표 달성을 하면 되는 거예요. 거기에 어려움이라는 건 없어요. 그저 도전이 있을 뿐이지. 예를 들어서 한 회사가 800억 매출을 냈는데 적자가 났어요. 그런데 거길 나보고 사장으로 가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갔어요. 가서 내가 800억을 4년 만에 5천억으로 키웠어요. 어려운 게 있나요? 아무것도 없어요. 이게 어렵지 않은 건, 적자가 났다는 건, 영업을 안 했다는 거잖아요. 그럼 내가 영업을 뛰면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800억에서 1천억, 2천억, 3천억, 5천억으로 오르는 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신나요? 그러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신이 나잖아요. 그러니까 분위기가 좋아지고.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이 돼요. 리더가 잘못하면 적자가 나고, 리더가 잘하면 적자가 안 나는 거예요. 저는 제일 좋은 예가 이순신 장군이라고 생각해요. 그분을 생각해 보세요. 배 12척을 가지고 일본 배 130척과 싸우겠다고 했잖아요.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머리를 잘 써서 12척을 가지고 130척을 가라앉히잖아요. 그럼 12척에 탄 군인들은 기분이 어떻겠어요? 리더를 믿게 되잖아요. 이 리더는 벌써 다 생각을 해놓는 거예요. 파도가 어떻고, 물이 어떻게 흐르고, 배가 어디로 가면 어떻게 되고 이걸 다 아는 사람인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이 사람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 거예요. 그게 리더예요.”

기적을 쓰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독립도 쉽고 CEO도 쉽고 돈 벌기도 쉬워 보인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교육받은 독립 정신이 철저히 그의 것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기적 역사는 계속 쓰이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때 얘기예요. 10년 안에 무쏘, 코란도, 이스타나, 체어맨이 나왔어요. 10년 안에 자동차 4개를 개발한 거예요. 자동차 1대를 개발하려면 보통 4년이 걸려요. 그런데 4개를 개발했으니 대단한 거였죠. 전혀 없는 데서 시작했어요. 엔지니어가 150명, 설계하는 사람이 50명이 있었어요. 인원이 부족하니까 내가 직원을 천명으로 늘렸어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개발한 거지 만약 그때 그렇게 안 했으면 그렇게 안 됐을 거예요. 그렇게 인원을 늘리면 월급이 10배로 올라가요. 그런데 나는 자신이 있었어요. 이 설계가 없으면 자동차가 안 나온다. 자동차가 나오려면 설계가 있어야 한다. 설계가 나오면 시장을 점유하고 시장을 점유하면 회사가 커지고. 나는 ‘잘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800억에서 600억으로 가면 어떻게 하지?’, ‘적자 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 생각이 틀린 거예요. 이런 사람이 사장하면 안 돼요. 제가 미국에서 회사를 만들고 혼자 일했는데 미국에서 제일 큰 회사를 혼자 상대했어요. 그 사람들은 자기 엔지니어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하니까 맡긴 거죠. 나는 벌써 그 경험을 20년 동안 쌓았으니까 그게 가능했던 거예요. 그 경험을 가지고 하니까 경쟁이 되잖아요. 그걸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겁만 나는 거예요. ‘이거 어떻게 하지?’ 못해본 사람은 겁이 나서 시작도 못하는 거예요.”

그의 얘기를 들으면 모든 게 너무 쉬워 보인다. 그가 얘기했던 ‘해보지 않은 사람’, ‘이거 어떻게 하지?’가 나였다. 그러니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경험이 그에게 이런 자신감을 준 것처럼 두렵더라도 계속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나간다면 그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역경이 밀어닥치다

이렇게 무엇이든지 자신만만하게 인생의 역사를 써나가던 그에게도 역경의 시절이 한 번 있었다. 그가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쌍용자동차를 떠나고 8년 있다가 예금보험공사에서 우편물을 하나 받았어요. 그 안의 서류에는 ‘내가 쌍용자동차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업무와 관련된 비리가 있어 보이므로 이를 밝히기 위해 2개월간 10명의 수사관을 평택 공장에 파견해 조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어요. 다른 후임 사장과 중역들도 비슷한 내용의 우편물을 받았어요. 다른 그룹의 회장, 사장, 간부들도 그와 같은 통지를 받았고요. 정권이 바뀌고 대기업 총수들이 수사의 표적이 되던 무렵이었어요.”

그 당시 쌍용자동차는 그룹 차원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해 은행에서 대출받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어렵게 마련한 자금을 관련기관에 뇌물로 바친다든지 정치자금으로 쓴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과거 사장이었던 그를 아무리 조사해도 어떤 비리나 잘못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많은 일을 추진했기 때문에 어떤 불법적인 행위가 아예 개입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어요. 회사를 떠난 지 8년이나 지난 일을 들추어서 현재의 법에 비추어 심판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였어요. 늘 고생하는 아내에게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듣게 한다는 게 마음 아팠고,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어요. 선잠이 들었다가 한밤중에 눈을 뜨면 초조와 불안으로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이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찾아내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으로 불편한 날들을 보냈어요.”

마침내 검찰에서 조사 장소와 시간을 통보해 왔고, 그는 시간에 맞춰 검찰에 출두했다. 조사실 바로 옆방에서 검사와 쌍용자동차 임원 사이에 묻고 답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는데, 마치 죄인을 데려다 놓고 심문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검사는 사실 관계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고, 그는 아는 그대로 대답했지만 억울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회사를 성장시키려고 정신없이 몰두한 일밖에 없는데 내가 왜 이런 조사를 받아야 하나?’ 바늘방석 같은 하루하루였어요. 얼마 뒤 알게 된 내용은 ‘손명원 사장이 7천억 원에 가까운 쌍용자동차 관련 은행 대출 서류에 개인 인감도장을 찍었고, 그중 3천억 원은 정리되었으나, 아직 4천억은 정리되지 않았다. 따라서 만일 어떤 잘못이 발견되면 4천억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회사를 떠난 지 8년이 지난 시기라 이런 산술을 정말 믿기 어려웠지만, 법률적 책임은 피할 수 없었어요.”

조사는 2개월 동안 이어졌고,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제 예정되었던 2개월의 조사 시간이 이틀 남았을 때 그를 위해 기도해 주던 친척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건 이후 일이 잘 풀리도록 매일 새벽기도를 나갔는데 감기에 걸려 내일은 못 가겠으니 대신 나가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사자인 그조차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는데, 남이 나를 위해 매일같이 기도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새벽기도가 마치고 교회 안의 불이 다 꺼졌는데,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네가 너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든 소유물은 나의 것이지?’, ‘너의 건강도 나의 것이지?’, ‘하지만 내가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어. 그것은 네가 지금까지 쌓아온 인간관계야. 그것은 온전히 너의 것이야!’”

이것을 증명하는 일이 일어났다. 검찰이 그에게 그러더란다.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일하던 재무 담당이 검찰에게 그러더란다. “이 사람 죽어라고 일했는데 왜 죄인을 만들려고 합니까?”, “당신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당신 열심히 일했는데 왜 그런 사람을 이렇게 만들려고 그럽니까?” 그런 얘기를 했다면서 검찰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한 거란다. 그렇게 해서 그가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하게 생각했던 돈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됐다.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그는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티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이 있어요. 2장에 ‘시작할 때 끝을 생각하고 시작하라’는 말이 있어요. 젊은 친구들한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그게 정말 진실이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뉴욕에 있어요. 그럼 난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비행기를 타고 가야죠. 그런데 난 돈이 없어요. 지금이 1월이에요. 그런데 나는 그 여자를 크리스마스 전에 꼭 만나고 싶어요. 그러면 그전까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서 비행기 표를 사야 해요. ‘시작할 때 끝을 생각하고 시작하라’는 말은 네가 목표에 도달하고 싶으면 계획을 세우라는 거예요. 거길 어떻게 갈 건지 세밀하게 생각해야 해요. 그걸 목표로 정하고, 내가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건지 세밀하게 짜야 해요. 짰을 때 그 목표가 달성되는 거예요. 짜지 않으면 목표가 달성 안 돼요. 그러니까 부탁하고 싶은 건, 당신도 생각하는 게 있으면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게 뭔지 세밀히 파고 들어가 보라는 거예요. 오늘 생각 안 나면 내일 생각해 보고, 한 달 후에도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어느 시점에 가서 ‘내가 정말 이렇게 살고 싶다’가 정해졌을 때 그걸 어떻게 달성할 건지 행동하라는 거예요,”

여든이 넘은 그와 얘기하면서 참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국 생활을 하고, 아버지에게서 독립 정신에 대한 가정교육을 철저히 받고, 오랜 기간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가서 실패한 적이 없는 성공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쳐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도전을 받았다. ‘못한다,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한다, 된다’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서 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은 내가 계획하고 목표하는 것만큼 목표점으로 향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https://blog.naver.com/yunhichoi1/223440108465

이 기사는 계간 ‘치유’ 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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