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와 함께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상임대표 진광수 목사)가 7월 13일(토) 경북 구미시의 한국옵티컬하이테크(이하 옵티컬)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방문하여 현장 기도회를 열었다. 오후 1시 30분경 도착한 구미시 외국인투자지역 내의 옵티컬 공장 부지는 넓었지만 텅 비어 있었고 형형색색의 글귀를 담은 투쟁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꼈다.

옵티컬의 구미 공장은 2003년에 일본 니토덴코 그룹이 자본 200억 원을 출자, 지분 100%를 소유하였다. 니토덴코는 한국의 구미와 평택에 LED 필름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중국 등 해외에도 공장이 있다. 구미의 공장은 50년 무상 임대와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설립된 공장으로 직원이 200명 이상이 일하는 사업장이었다. 그런데 2022년 10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하였다. 공교롭게도 민주노총 출신의 새로운 노조 지회장이 선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사측은 노조를 강력하게 견제하며 이런저런 협박을 했다는 것 같다. 대문조차 없는 공장 건물의 내부는 온통 그을리고 녹슬고 무너져서 화재의 참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건물 최상단 Korea Optical Hightech라는 글자 위에는 옥상 벽면에 Nitto라는 간판이 있었다. 그 뒤로 뭔가 검은 천막 같은 것이 살짝 보였다. 곧 두 명의 여성이 옥상 난간 위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들었다.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였다. 올해 1월의 가장 추웠던 날 고공농성에 돌입한 두 여성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꽂히는 7월 중순의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주 25일로 200일을 맞는다고 한다.

▲ 불에 탄 공장의 외부 전경     ▲ 바람에 나부끼는 현수막들     ▲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두 여성 노동자의 천막이 간판 사이로 살짝 보인다.     ▲ 불탄 공장의 섬뜩한 내부     ▲ 주인인 노동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공장

약속한 2시가 되어 이은재 전도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의 사회로 기도회를 시작했다. 약속교회 조주용 목사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며 연대의 기도를 하였다. 그는 일상의 감사를 생각하며 왔는데 도저히 이 자리에서 그 감사를 드릴 수가 없다며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였다.

옥상의 두 여성 노동자가 메가폰으로 현장의 증언을 하며 노조를 탄압하고 고용승계 요구를 가압류와 손배소로 위협하는 사측을 성토하였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저 멀리 보이는 여성 노동자들과 마주 서서 '동지가'를 힘차게 불렀다.

이어 전남병 목사(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가 요한복음 5장 2~9절의 말씀으로 ‘너희가 만든 상자는 필요 없다’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였다. 전 목사는 행동 심리학자 스키너의 실험을 예화로 들며 쥐를 길들이는 것과 같이 노동자를 대하는 자본가들의 시도에 단호히 대항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타인의 도움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베드자다의 38년 된 중풍 병자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자리를 걷어가지고 걸어갔던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 일어설 것을 예수님이 명하신다는 말씀이다.

하늘 뜻 펴기를 마치고 홍보연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가 성찬의전례를 집례하였다. 성찬 나눔에 앞서 홍 목사는 옥상의 두 여성 노동자도 성만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떡과 잔을 도르래가 달린 상자를 이용해 올려보냈다. 그렇게 약 스무 명의 기도회 참석자들이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하나가 되었다. 진광수 목사의 축도로 기도회를 마쳤다.

▲ 현장 기도회 모습     ▲ 기도하는 약속교회 조주용 목사     ▲ 하늘 뜻 펴기하는 고난함께의 전남병 목사     ▲ 현장 기도회 모습     ▲ 현장 기도회 모습     ▲ 성찬 빵과 포도주를 상자에 매달아 고공 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올리는 중     ▲ 성만찬 모습     ▲ 현장 기도회 모습     ▲ 진광수 목사의 축도

기도회를 마친 후 노조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평택의 공장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회사는 구조조정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애플사의 수주를 받은 니토덴코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직원을 증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물량을 중국과 평택의 공장에 넘기고 구미 공장은 청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가 식사하러 간 사이에 발생한 의문의 전기 화재였다.

화재가 발생해서 공장을 가동할 수 없었지만, 노동자들은 평소 인적, 물적 교류가 많았던 평택공장으로의 배치를 기대했다. 그러나 사측은 구미의 직원들을 내팽개치고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화재 한 달 후에는 공장을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니 위로금을 받고 퇴사하라는 것이었다. 210명 중 열일곱 명을 제외한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났다.

니토덴코는 토지 무상 임대 외에도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았다. 그동안 7조 7천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6조 3천억 원의 배당금을 일본 본사에 송금했다. 화재보험금도 1,300억 원을 받았다. 자재를 일본에서 비싼 값으로 수입하면서 또 면세의 이득을 챙겼다. 공장부지를 임대만 해도 수백억의 수익이 발생한다. 공장을 재건하기에는 그동안의 이익이나 보험금이 넉넉했지만,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청산을 강행하고 있다.

연차도 없고 주말에도 특근을 부탁하면 기꺼이 응할 정도로 회사를 사랑했던 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친근한 얼굴로 특근을 부탁하던 사이 좋았던 대표이사가 화재 이후 회사 청산인이 되어 다시 등장해 노동자들을 협박하였다. 설명을 하거나 양해를 구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공장 점거를 빌미로 한 하루 950만 원의 손배소송, 부동산 가압류, 강제 경매, 청약통장 등 압류로 압박했다. 회사의 담장을 부순 것도 그치란다. 사실 일본 본사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단다. 일본 본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 원하는 한국인 직원들이 더 악랄하게 노동자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일본 강점기에 일본인 앞잡이들이 조선인을 약탈하고 탄압한 것 같다고 한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상호와 대표자, 소재지     ▲ 내팽개쳐진 회사 목간판     ▲ 간담회 모습     ▲ 간담회장에 걸린 결의 한마디     ▲ 투쟁기금을 전달하는 진광수 대표     ▲ 노동자는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장기간의 투쟁에 지친 노동자들이 노조를 탈퇴하였다. 민주노총에서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으며 11명이 버티다가 7월에 중단되자 4명이 노조를 탈퇴하고 사측을 찾았다. 회사는 농성 기간만큼 제하고 위로금을 지급했다. 또 반성문을 써서 일본어로 번역해서 제출하라고 했단다. 그리고 몇 번의 퇴짜와 재작성 요구, 사측은 노동자에게 모욕감과 패배감을 주려고 작정하였다. 그럼에도 아직 일곱 명이, 그중 두 명은 고공농성을 하고 버티며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900명이 일하는 평택공장에 이들 일곱 명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인가? 아마도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더욱 악랄하게 탄압하고 거부하는 것이리라.

고공농성 200일이 되는 날에는 구미 공장 부지와 서울 강남 니토덴코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국회의원 몇 명과 함께 일본으로 넘어가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정한 공급 가이드 라인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왜 외국인투자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이 있지 외국인 투자 기업의 행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외투업체는 이익이 없으면 바로 자본을 이전하고 나가버린다. 소위 ‘먹튀’다. 지금까지 이런 외국인 투자 기업의 행태에 책임을 묻는 정부는 없었다. 그리고 고통은 오롯이 노동자에게 전가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안 된다. 그래서 지회장은 외투기업 먹튀 방지법, 일명 니토덴코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는 지속적인 건강 진료를 받고 있어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한다. 다행이다. 또 얼마 전부터 불교와 천주교가 연대 기도회를 열어주었다고 한다. 불교는 매주 평택 공장을 방문하여 연대하고 있단다. 개신교도 얼마 전 예수살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이 찾아와 기도회를 하였다. 종교 단체의 연대가 없어서 서운했었는데 지금은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또 외국인 투자 기업, 손배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뒤엉킨 사업장이라 관련된 여러 단체와 조직들이 연대해 주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힘든 건 역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지금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자녀들이 자라가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는 이 시간을 과연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겠는가.

간담회를 마칠 즈음에 한 노조원이 말한다. “우원식 의원이 작년에 외국인 투자자가 먹튀를 할 경우에는 그동안 받은 혜택을 환수해야 하고 고용승계 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국회의장이 되었으니 그 법을 만들면 된다. 만들게 해야 한다.”

우리가 핸드폰을 사거나 인터넷 회선을 설치하면서 보통 2~3년 약정을 한다. 약정 기간 내에 해지하게 되면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이게 겁나서 통화 품질이 마음에 안 들고 속도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도 그냥 참고 쓴다. 이것은 한국에서 상식이다. 그런데 그 상식이 외국인 투자기업에는 통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 기업은 혜택도 삼키고 노동자 해고도 제멋대로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 기도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곧 열릴 니토덴코 본사 앞에서의 집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구미 옵티컬 공장을 나섰다. 노동자들의 바람대로 평택에서 다시 신명 나게 일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 옥상 위의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     ▲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 앞의 일시정지 대기장 표시, 한국옵티컬하이테크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