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안병영, 문학과지성사, 2013)

한반도가 어느 때보다 위험한 전화(戰火)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 전환의 꿈이 신기루처럼 지나간 후 북한은 보란 듯이 전략무기를 쏘아 올리고, 그에 대한 대응이라며 한국도 미국, 일본과 군사동맹에 가까운 위험한 군사훈련을 서슴지 않았다.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위험을 서로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만든 안전장치인 9.19 협정을 무효로 만들었고, 이제는 선전용 풍선, 적대 방송마저 거침없이 재개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통일이나 통합의 이야기는 너무 이상적인 꿈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지금의 위기 역시 남북이 한반도 안에서 공존하고, 공영할 길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10년 전 필자가 첫 번째 책 <뜻으로 본 통일한국>(구교형, IVP, 2014년)을 낼 때 유익하게 참고했던 안병영 교수의 책을 소개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이 언급되지 않는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를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더구나 안 교수가 제안하는 오스트리아는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관광명소나 클래식 강국으로서도 아니고, 더욱 생소한 영세중립국으로서였다. 

그런데 안 교수는 왜 하필 영세중립국으로서의 오스트리아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체제 모델로 제안했을까? 우선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여러 면에서 한국과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 이렇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들에 의해 분할 점령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공산화 위협을 받았다는 점, 세계 체제 속에서 약소국으로서의 경제적 생존전략을 고심해야 했다는 점, 그러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고뇌했던 통일, 경제발전, 정치적 민주화, 노사협력, 복지국가 건설, 정체성 확립 등 국가적 핵심 과제와 힘겨운 씨름을 해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15쪽)

19세기까지만 해도 독일과 함께 게르만족이 주류인 대(大)독일을 형성했고, 그런 태생적 연원 속에서 제1, 2차 세계대전을 독일 편에 섬으로써 오스트리아는 패전책임도 함께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전범으로서 모든 패전책임을 지고 바닥에서 전후 유럽의 모범으로 다시 태어난 독일과 같이 오스트리아도 거기서 다시 시작해 지금과 같은 건강한 모범국가로 재건하였다.

그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자본주의 서방과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 사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서서 균형을 잃는 순간 다시 원치 않는 국제분쟁에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세중립 선언은 패전국가로서 그저 이상적으로 외친다고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일관되게 양쪽 진영 모두에게 인정될 수 있는 분명한 역할을 호소하고, 설득하고, 실력으로 보여줌으로써 얻어낸 성과였다.

“오스트리아의 중립화 통일을 가능케 했던 주요 요인을 정리하면, … 우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 전 국민의 합일된 의지를 들 수 있다. 아울러 … 이를 바르게 이끈 탁월한 정치 엘리트들의 존재, 그리고 이념을 뛰어넘는 … 정치적 합의를 …. 두 번째 주요한 요인은 오스트리아와 서방측 3개 연합국 간의 고도의 감정이입의 감정이입과 제휴, 그리고 끈질긴 협상 자세이다.”(164, 165쪽 부분 발췌)

그러나 중립화가 성공한 후에도 오스트리아가 국제정세 속에서 견지할 역할과 유혹, 위험은 항상 존재했다. 특히 1990년대 동구권 몰락 이후에 다시 찾아온 서방측과의 나토 등 군사동맹에 대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군사적 동맹에 대한 더 근본적인 우려는 작은 나라가 원치 않게 대국들의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면 군사적 동맹의 연계가 느슨하면 할수록, 전쟁에서 버려질 위험이 크다. 이런 함정을 피할 수 있는 전략의 하나가 ‘중립’이다.”(177쪽)

이에 반해 군 경험도 없고, 정치 경험도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 내내 일본까지 끌어들인 한미일 군사동맹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반면 적대만 할 수 없는 북한은 물론 국익에 따라 협력해야 할 중국과 러시아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위험한 외교를 벌여왔다. 위험천만한 한반도와 동북아 위기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국가적 지혜를 얻기 위해서도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아주 적절한 시기다.

구교형 목사 (성서한국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