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色_한나의 들꽃이야기>, 류은경, 하루의산책, 2024)

6월 1일 한나(恨裸) 류은경 님의 출판기념과 가야금 연주회가 있었다. 아내의 회갑을 기념해 남편 송병구 목사(色童교회)와 두 아들이 열어준 파티였다. <花色_한나의 들꽃이야기>는 류은경 님이 사계절을 열 바퀴쯤 돌면서 찍은 꽃 사진과 들꽃 사랑의 이야기다. 겨울•봄•여름•가을 우리 산하에 핀 모든 꽃을 사랑하며 지어준 이름, 花色이다. 책의 제목에서 그대의 빛깔과 향기를 체감했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류은경은 아니 가본 데가 없이 10여 년을 산과 들의 꽃과 열애했다. 경기도 화야산, 천마산, 안산, 안양, 광주, 가평, 화악산, 강원도 철원, 춘천, 영월, 평창, 홍천, 정선, 태백, 양양, 속초, 청태산, 함백산, 광덕산, 대덕산, 석병산, 가리왕산, 설악산, 선자령, 충남 서산, 아산, 태안, 당진, 벌곡, 논산, 충북 청주, 전라도 부안, 고흥, 진도, 상주, 완주, 나주, 경북 김천, 봉화, 포항, 경주, 경남 울산, 양산, 거제, 진주, 제주 한라산.

책을 펼치니 아름답고 선명한 자연의 색채를 발하는 꽃들과 꽃들에 향한 그리움과 어렵게 찾아가는 여정과 사랑 이야기가 끊임없이 바람처럼 파도처럼 몰려온다, 봄꽃과 여름꽃이 각각 22장과 23장으로 많지만, 가을꽃과 겨울꽃도 무려 16장과 11장이나 된다. 겨울꽃이 이리도 많다는 것이 놀랍다.

처음 보는 꽃 이름이 7할은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김춘수) 했으니 촉촉한 가슴을 가지고 그 이름들을 불러보자. 봄에는 노루귀, 바람꽃, 깽깽이풀 등 22종류, 여름에는 범꼬리, 금강애기나리, 금강초롱 등 23종류, 가을에는 해란초, 야고, 포천구절초, 쑥부쟁이 등 16종류, 겨울에는 겨우살이, 노박덩굴, 동백, 복수초 등 11종류, 모두 72 종류, 이 땅에서 맑고 고요하게 피고지는 들꽃들이다. 꽃들 중에는 멸종1급과 2급 꽃들도 많다.

류은경은 밖으로 알려진 꽃과 이름뿐 아니라 가슴으로 만나고 숨빛, 눈빛, 몸빛으로 만나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노루귀는 숨털사이로 부는 바람이고, 탱자나무는 가시보다 따가운 향, 범꼬리는 바람보다 큰울음, 참바위취는 지상으로 내려온 별, 복수초는 태양을 담는 세상에서 제일 큰 잔 등이다.

식물도 느끼고 생각하고(루스 이리가레, <식물의 사유>) 대화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식물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에게 와서 스스로 얘기하도록 마음을 열고 감각 능력을 키워 듣고 느끼라고 조언한다. 생명에 대한 느낌, 무엇보다 생명의 각 부분을 빠짐없이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조언들은 멸종 위기 1급 꽃인 ‘광릉요강꽃’을 찾고 찾아 마침내 만나는 대목에서 나약한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속 깊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길이 없고 험하다는 것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분명하다. 들떠 있기는 만나러 가자 맘 먹은 때부터라 말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니 그때는 현실이 아니었으니 그저 그리움이었다고 해야겠다.” 류은경은 계곡의 물소리와 갈라진 나무,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과 냄새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면서 마침내 꽃과 대면한다. 그리도 만나보고 싶은 꽃이었지만 막상 눈앞에 나타난 그 꽃을 보니 냉큼 다가가지 못한다. 그녀는 “시간을 잊은 채... 시간이 멈춘 채....!!” 그렇게 한동안 그 옆에 가까이 머물렀다. 꽃빛과 눈빛의 교감, 교류, 내통, 그녀의 혼을 사로잡은 광릉요강꽃, 류은경과 이 꽃이 서로 대등한 존재가 되니 삼라만상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하나님의 예술작품임이 밝히 드러난 것이다.

두 분의 사랑, 들꽃처럼 아름답고 영원하소서!

심광섭 목사(은퇴, 색동교회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