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책
나는. 무엇일까.
이관택  |  라오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4년 06월 14일 (금) 01:13:45
최종편집 : 2024년 06월 14일 (금) 01:15:07 [조회수 : 292]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나는 동물>, 홍은전, 봄날의책, 2023)

1. 라오스에 와서 살면서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명제가 하나 있다면 ‘언어가 존재를 규정한다’ 는 것이다. 온전한 언어를 획득하지 못한 존재의 삶이 온전치 못하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역시 외국어는 어렵다.) 온전한 언어란 자연스러운 ‘말하기-듣기’의 과정이다.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할 때가 많지만, 이 당연한 것이 때론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때도 있다. 사실 동물들에게도 나름의 언어가 있을 텐데, 결국 힘을 가진 이들과 온전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존재가 동물로 규정되는 것 아닐까. 

2. 불의함을 호소하면서 머리띠를 둘러맨 사람들의 첫 번째 요구를 가만히 들어보면 대부분 ‘제발 자신의 목소리 들어달라’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온전한 언어를 통한 ‘소통’이 너무나 절
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말할 수 있어도, 듣는 사람이 없는 공허한 울림은 온전한 목
소리가 될 수 없다. ‘사회적 소수자’라 불리는 존재가 언어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듣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쳐도 그 소리에 대한 응답이 없을 때,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애인 활동가들이 자신의 몸으로 지하철을 막아서고, 어눌해 보이는 말투로 소리를 내지르는 것 또한 결국 온전한 ‘목소리’를 갖기 위한 몸짓이 아닌가. 하지만 힘없는 이들이 온전한 언어를 갖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발화하는 과정은 너무나 어렵
다. 그렇기 때문에 혹자는 ‘몫소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목소리는 결국 ‘목숨’과 같다
는 것이다. 누구나 온전한 삶을 열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전한 언어가 절실하다. 과연 연일 논란이 되었던 장애인(전장연)의 지하철 출근 투쟁의 외침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가 얼마나 될까. 

3.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겨나는 타지의 생활 
속에서 비록 활자지만 ‘나는 동물’이라는 선언을 마주하며 충격을 받았다. 먼저 ‘동물(인간과 전혀 다른 존재 – 극명한 차이)’이라는 부정적인 내 사고체계 안의 편견을 결국 ‘동물(인간과 같은 테투리 – 동일성)’이라는 한없이 긍정적 표현으로 바꿔주었다는 점에서, 또 지금의 불완전하고, 불의하며 폭력적인 현실 세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전위적인 삶의 태도를 선동(전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동물’이라는 선언은 많은 도전이 되었다. 아마도 8년째 동물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실존이 ‘나도 동물’이라는 구호에 쉽사리 동감할 수 있는 발판이었을 것 같다.(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결국 존재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 따라 눈에 보이는 풍경도, 체감하며 성찰할 수 있는 실존도 달라지는가 보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진실을 본 존재는 반드시 선을 넘는다. 그리고 선을 넘은 존재들만이 볼 수 있는 어떤 세계가 있다. (중략) 나는 이 세계를 다르게 감각하는 법을 배운다.(51p)” 진실을 보았기 때문에 선을 넘었을 수도 있고, 선 밖으로 발을 딛는 용기를 냈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보았을 수도 있다. 뭐가 되었든 확실한 건, 우리가 동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서 같은 세계를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4.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끊임없이 봉착했다. 굉장히 신앙적이고, 존재론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질문 앞에서 과연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라는 소망 섞인 상상을 해보게 된다. 

라오스에서 평화를 고민하는 이관택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1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