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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콩. 콩심기 작전!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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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6월 11일 (화) 00:23:50 [조회수 :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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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다. 한창 뻐꾸기가 청아한 소리를 내고 있다. 이 산에서 뻐꾹 저 산에서 뻐꾹! 들리는 소리마다 지금은 콩을 심을 때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랫마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콩을 심은 상태였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그 농부의 발자취를 따라 가려 했는데 역시나 한발 늦었다. 그는 저만치 앞서 있고, 나는 여전히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11년 차에 들어선 올해,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무 기대없이 그저 흙이 좋아 시작했던 2013년 봄의 마음으로 내 마음을 돌이키려고 애썼다. 이러나저러나 잘 안되는 농사일에 더 이상 속을 끓이지 않기로 마음을 굳건히 먹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첫 농사 시작 때보다 덜 설렘의 자세일 수 있다. 솔직히 오십을 넘기면서 농사가 고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중순에 들어서는 올해 더욱 그렇다. 매년 수확기를 보내고 봄을 맞으면 무너진 몸과 마음을 다시 세워 농사를 시작했던 것이 작년까지였다.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 먼저 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리고 올봄 처음으로 농사에 자신감을 잃었고 그만 짓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력질주하고 몸을 혹사하면서 농사를 짓는 일에 더 이상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말 별반 기대없이 땅을 마주하고 있다. 

5월 초 어린이날 즈음에 심어야 할 참깨를 심지 못했다. 그때 비가 많이 와서 밭을 갈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트랙터를 빌릴 수 있는 상황이 5월 중순이라 어쩔 수 없이 뒤늦게 밭을 갈고 두둑을 만들었다. 그 주에 비가 온다고 해서 부지런히 비닐 멀칭을 했다. 별반 기대없이 하기로 했지만 비 예보로 다시 없던 힘까지 내어 집 뒤 사래 긴 밭을 쉬지않고 멀칭을 했다. 초인적인 힘이 솟아오른 것이다. 600평 중에 300평을 하루에 그것도 혼자서 비닐을 씌웠으니 정말 초인적이지 않은가. 콩은 비가 오기 전 부리나케 심기로 했다. 그러나 하늘은 내 뜻을 비껴갔다. 공교롭게 그날 모내기가 앞당겨졌다. 원래는 5월 말일에 하기로 예약을 해놨는데, 모를 심어줄 이앙기 주인이 일이 생겨서 거의 일주일이나 앞당기자 한 것이다. 

머리를 굴렸다. 주일날 예배를 드리고 나서 모를 가지러 와서 모내기를 한 뒤 비가 오기 한 두 시간 전에 콩을 심자. 잊힐까 지워질까 일정을 머릿속에 꼼꼼히 그려넣었다. 그런데 웬걸? 모를 실어다 주기로 했던 트럭이 출발하자마자 교회 앞 도랑에서 펑크가 나 버렸다. 하는 수없이 내 차와 목사님 차로 모를 가지러 갔다. 모를 가지고 와서 이앙기 주인을 찾았는데 연락이 없다. 거의 한 시간 이상 논에서 기다렸다. 속을 끓이고 있는 중에 예상치 않게 비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쏟아진 물은 논에 가득히 찼다. 과연 모내기를 할 수 있을까? 콩은 제대로 심을 수 있을까? 급하고 초조해지는 내 마음이 느껴졌다. 

한참 만에 이앙기가 왔다. 성질도 못 내고 빗속에서 모내기를 마쳤다. 아, 조금만 일찍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나 버린 것이 아닌가.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 법! 마음을 가다듬고 밭으로 향했다. 비는 더 거셌다. 고랑 사이로 물이 넘쳐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 이랑은 풀을 디디며 겨우 콩을 심었다. 두 번째 이랑을 심으려고 고랑 사이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발이 푹 빠졌다. 거센 빗줄기는 한 시간 만에 표면을 충분히 적시고 땅속으로 스며든 것이다.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발이 묶였다. 콩을 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밭에 심기어질 판이었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상황이 안되어 철수했다. 

결국 콩은 비가 그치고 나서 땅이 마른 며칠 뒤에야 심을 수 있었고 나머지 300평도 두어 번에 나눠 멀칭을 하고 콩을 심었다. 5월 23일 시작하여 5월 31일까지 이래저래 콩을 심었으니 9일 만에 콩심기 작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콩심기 작전은 성공했으나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나니 그때부터 밀려오는 산산이 부서지는 내 몸이여! 앞으로 풀과의 전쟁도 준비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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