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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축복, 오병이어, 식사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
박창수  |  인천 성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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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6월 10일 (월) 02:08:19 [조회수 :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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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축복, 오병이어, 식사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

(<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저, 함미라 옮김, 샘터)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복스럽게 먹’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전 세계적으로 한글 그대로 쓰이
는 단어 중 하나인 ‘먹방’이 그 대를 잇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느니,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느니, 한국이 식(食)생활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굉장히 많다.

나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양껏 많이 먹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음식, 사랑하는 사람이 차려준 음식, 함께 기쁘게 음식을 나누는 행위들을 참 좋아한다. 음식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서로 좋아하는 음식과 각자 알고 있는 맛집 정보들을 교환하면 금세 분위기가 좋아진다. 소셜 미디어를 보면 잘 차린 밥상이나 외식 사진들로 식탁의 기억을 담아 두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종종 사진을 찍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들여다 보지 않게 되기
도 한다. 

정말 특별한 음식은 사진으로 담아두기보다는 이야기로 기억한다. 독일 영화감독, 도리스 되리가 쓴 저서 <미각의 번역-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이 바로 그런 이야기 책이다. 요리나 특정 재료에 얽힌 이야기, 생각을 간단하게 풀어낸 에세이집인 이 책은 레시피니 비평. 음식의 역사같은 정보는 제하고 작가에게 중요한 음식에 대한 단상과 추억을 그림과 함께 쉽게 풀어낸 책이다. 

“... 나를 불쾌하게 하는 건 음식과 음식을 먹고 마시는 과정에 대한 경시이다. 그런 이들은 무엇을 퍼먹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뭔가 다른 것에 몰두하는 동안에도 음식은 언제나 성실히 그 맛을 낸다. (중략) 자기 앞에 놓은 그릇 위에 음식이 담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물, 식물의 수고와 협력, 희생이 있었는지 식사 때마다 들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라도 나는 믿는다. 그래서 이제 나는 정말로 식탁에서 팔을 떼고 내 안에 있는 아주 약간의 우아함을 찾아 꺼내어 놓고, 음식
을 가득 채운 접시를 앞에 두고 절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 296,300P)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도리스 되리는 자신의 유년시절의 유별났던 음식들, 살아가다 갑자기 번뜩였던 요리재료들에 대해서 세심하고 따뜻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 이유는 책의 거의 마지막 챕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난데없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아주 약간의 우아함’이라는 제목으로 식사예절을 지적하는 내용은 사람에 대한 예의라기보다는 음식에 대한 예의를 말한다. 나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한 그릇의 요리에 들어간 정성들, 동물과 식물, 물과 흙, 자연의 희생과 협력들에 대한 경의다. 

크리스천들은 작가가 말하는 ‘예의’, ‘우아함’을 식사 기도를 통해 한다. 요즈음엔 식사 기도를 대충 간단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와 성도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각도’, 각자 기도하고 자기 밥그릇을 쥐기 바쁘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크리스천, 비크리스천들이 섞여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식사기도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멘.’ 하고 심플하고 담백하게 1초 만에 끝내버리는 것도 감지덕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식사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기도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성경 속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기적을 찾아볼 수 있다. 광야에서 물과 만나를 주신 것, 사르밧 과부의 마르지 않는 기름과 떡, 결혼식 잔치의 포도주,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 특히 오병이어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4복음서 모두에 등장해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라는 식사 축복 기도의 모습이 적혀있다. 어떤 구체적인 기도를 했는지는 생략되어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감사와 축복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한 끼의 식탁은 그저 끼니가 아니다. 설사 배달 음식이라 하더라도 요리한 사람, 요리재료를 재배한 사람, 재료를 부엌으로 배달한 사람, 음식을 담은 그릇을 만든 사람 등 감사할만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모른다. 고기와 채소, 물과 불 등 창조된 만물이 한 그릇에 담겨 최상의 맛과 영양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바로 부엌이다. 얼마나 기적적인 일이 거듭되는가. 불품없는 감자 한 알이 감자퓌레가 되고 뇨키가 되고 감자수프, 포테이토 수플레로 변신하는가 하면, 밀알은 빵과 파스타가 되고 (중략) ”이건 전에 뭐였어?“ 아마도 우
리가 보다 더 자주 물었어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책 43-44P)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요리하는지가 인간을 규정한다. 먹는 행위는 포만감을 주고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중략) 우리가 직접 요리하는 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책 46-47P)

저자는 건강상의 여러 이유로 시작해 선택적인 식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생물에 대한, 동물에 대한 미안함과 지나친 인간의 탐욕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식사 감사기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문화가 되고 세상에 대한 이해가 된다. 

직접 재료가 재배되는 지역에 가서 제철의 특산물을 먹을 때 유독 맛있는 것은 무의식적인 자연에 대한 경의일 것이다. 이제는 재료인 동물이나 식물이 창조되었을 때의 경탄과 들풀도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따라 자라난 재료들이 변화하고 성장해서 우리 식탁의 문화로 오게된 것과 함께 식탁을 나누는 사람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세심하게 감사하면서 먹어보자. 오병이어처럼 쌀밥 한 그릇과 배추김치에 무수한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축복이 마음까지 충만하게 만들어 줄 지도 모를 일이다.

박창수 목사 (인천 성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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