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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땅을 밟다
정명성  |  jms3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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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6월 05일 (수) 23:48:40 [조회수 :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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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땅을 밟다

-게르게티 삼위일체 성당 가는 길-

 

 

5월 끝에도 눈이 쏟아져

만년설은 더 아래로 내려오고

산봉우리들을 감추는 운무는 신의 숨결인 듯

빙하곡을 타고 흐르는 지천은 신의 젖줄인 듯

 

연신 허리를 굽히고 접으며

외길은 코카서스산맥을 겸손히 오른다

태고부터 신들의 땅을 지켜온

깊숙한 산지기들의 마을을 들르면서

신전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은

제 제단을 찾는 소들과 뒤엉키고

양 떼에 번번이 길이 막힌다

 

어느 지경에서 녹음(綠陰)의 고도를 넘고

바위와 이끼만 사는 게르게티 고원(高原)을 지나서

바람과 구름의 세례를 받으며 오르고 올라

더 오를 곳이 없는 하늘 밑에서

팔백 년 풍상(風霜)을 맞은 신전 앞에 선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나는 신전에서 묻는다

이곳은 내가 올라온 정상(頂上)인지

여기는 하늘이 내려오는 성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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