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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진광수  |  바나바평화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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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6월 03일 (월) 23:10:05
최종편집 : 2024년 06월 03일 (월) 23:12:22 [조회수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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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창비, 2020)

우리 세대의 젊은 영혼들은 시와 소설에 열광했다. 리얼리즘 문학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평론 역시 그 열기를 부추겼다. 김남주, 박노해의 시 한두 구절은 기본으로 외우고 다녔다. 당시 쏟아져 나오던 사회과학 출판물이 젊은이들의 머리를 사로잡았다면 문학은 그들의 가슴을 불 붙게 했다. 지금도 생각난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시차를 두고 서점에 깔리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구입하곤 했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또 한 편의 소설로 읽는 근현대사를 마주했다. 우리 시대 뛰어난 입담가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가 바로 그 작품이다.

황석영은 <철도원 삼대> 구상은 매우 오랜 전부터라고 밝히고 있다.

“내가 오래전부터 언급해왔듯이 <철도원 삼대>에 대한 구상은 1989년 방북 때 평양에서 만난 어느 노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의 말’)

방북 당시 그가 만난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은 전국노동조합평의회 소속 철도 기관수로 해방 공간 시절 작가와 마찬가지로 서울 영등포에 살았다. 그 아버지는 영등포 철도공작창에 다녔고 아들은 전쟁기에 “단기속성 과정을 마치고 기관수가 되어 낙동강 전선의 군수물자 수송을 위하여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 철도원 삼대의 이야기가 이번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철도원 삼대>는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무려 원고지 2천매가 넘는 압도적 분량임에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실감나는 캐릭터로 장편소설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황석영은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사료와 옛이야기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우리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

황석영은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 근현대문학에서 “단편소설에 비해 훨씬 질과 양이 떨어지는 장편소설 부분과 그중에서도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드물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 묵직한 장편소설은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한 노작가의 기념비적인 결과물이다. 관련해 문학평론가 한기욱은 “염상섭의 <삼대>가 구한말에서 자본주의의 등장까지를 펼쳐 보였다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역사, 현재의 노동운동까지를 다룬바, 이 두 작품을 함께 읽는 데서 한국문학의 근현대가 완성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비워진 부분에 채워 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 (‘작가의 말’)
                                                                                     
소설 마지막 장면은 증손주 이진오가 회사 쪽과 협상을 거쳐 410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오지만, 복직을 약속했던 회사는 그와 동료들의 뒤통수를 친다. 결국 이진오와 동료들은 소주잔을 나누어 마시며 또 다른 고공농성을 다짐한다. 마치 작가의 중편 <객지>의 결말에 나오는 동혁의 독백,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를 떠오르게 한다. 동혁의 1970년대나 이진오의 2010년대는 물론 이진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증조부가 살았던 식민 시대 이래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처지에는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환기하는 장면이다.

진광수 목사 (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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