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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힘: 아무것도 하지 않기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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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6월 03일 (월) 02:12:14 [조회수 :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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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친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로 인해 힘들었던 나는 친구의 죽음이 미칠 영향을 두려워하며 감정을 억누르기에 급급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담담해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슬픔을 극복하려고 노력할수록 우울과 불안의 깊이는 더욱 깊어져 갔다. 근 10개월 동안 무너진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걷기, 기도, 마음을 돌보는 책 읽기, 침묵의 영성 수련, 그룹 상담 참여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금연을 하려고 다짐하면 담배 생각이 더 나고, 중독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겠다 선언하면 그러한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겠다 마음먹으면 끊임없이 무엇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정신건강에 좋다는 앱을 깔고, 유명한 사람들의 강연에 집착하고,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려 하고,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를 수집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으로 약 411만 명이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았다. 이는 2015년 대비 72% 증가한 수치이다.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22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25.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OECD 평균인 10.6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정신건강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예방 및 조기 치료에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러한 환경에서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와 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정신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와 같은 강박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압박감이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생산성과 성공을 중시하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압박에 민감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웰빙”이라는 목표에서 중립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웰빙이라는 목표는 때로 불필요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낫다. 중립적인 자세로 나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유익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마음과 영혼에 휴식을 주는 과정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통해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진정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란, 삶에서 장기적으로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방식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한 불안과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던 30대 중반의 한 내담자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는데 먼저 그는,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과거나 미래로 도망치는 생각의 습관을 부단한 연습을 통해 현재 순간에 머무르게 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과정 후에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찾게 되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버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와도 그것이 자신을 지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균형을 잃기 쉽다. 하지만 휴식과 재충전은 생산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정신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특히 이 균형이 중요하다. 강박적인 행동을 줄이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것, 이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의 예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너무 많이 비판한다. 더 많은 것을 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된다고, 좋은 결과가 있어야만 성공이라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부족한 결과가 생기면 밤잠을 설치며 자책한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정신건강에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게 넉넉한 휴식을 허락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관대해지며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사랑의 표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인식은 내면의 평화를 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는 끊임없이 자책하고 아등바등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시간을 온전히 나 자신에게 허락해보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돌봄의 시작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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