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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인류는 한 가족
손원영  |  sohnw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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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6월 01일 (토) 23:24:12 [조회수 :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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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를 강조하는 가족주의 문화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온 한국인에게 성경은 어딘지 낯설고 심지어 오해를 품고 있는 경전처럼 보일 때가 많다. 실제로 성경을 읽다 보면, 혈연적 가족, 특히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반하는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볼 때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은 최고의 불효인데, 예수는 어머니보다 먼저 죽었으니 큰 불효를 저지른 것처럼 보인다. 또 예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어머니를 향해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대신에 ‘여자여’(Dear Woman; 요19:26, 개역개정 및 NIV)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 그것 역시 부모를 부르는 호칭으로써 부적절한 것처럼 보인다. 이 모두는 한국인의 가족윤리를 거스르는 내용들이다.

사실 유교적 가족주의에 익숙한 한국인의 눈에서 볼 때, 이상한 장면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마태복음 10장에 보면, 예수는 가족 간의 화목이나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분쟁을 주러 이 땅에 온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것은 평화의 왕으로 불리는 예수의 이미지와 정면으로 위반된다. “너희는 내가 땅 위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나는 아들이 제 아버지를, 딸이 제 어머니를, 며느리가 제 시어머니를 거슬러서 갈라서게 하러 왔다. 사람의 원수가 제 집안 식구일 것이다. 나보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적합하지 않고, 나보다 아들이나 딸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마10:34-37)

뿐만 아니라 한국적 가족주의에 반하는 또 다른 결정적인 장면은 예수의 모친을 비롯한 여러 형제들이 예수를 찾아온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즉 어떤 사람이 예수께 전하기를 “선생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선생님과 말을 하겠다고 바깥에 서 있습니다.”(마12:47)라고 전하자, 예수께서는 그 말을 전한 사람에게 매우 듣기 불편한 말씀을 하셨다. “누가 나의 어머니이며, 누가 나의 형제들이냐?[...]그리고 제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마12:48-50)

이상의 말씀에서 우리는 한국적 가족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가족주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소위 ‘우주적인 가족주의’로서, 편협한 혈연 중심적 가족주의를 넘어서 온 인류를 한 가족으로 보는 새로운 가족주의의 패러다임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녀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사랑을 베풀어주신 부모의 은혜를 잊어서도 안 되겠지만, 동시에 혈연적인 가족주의의 틀 안에서만 갇혀있을 수도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기독교가 예수의 가족들이 보여준 것처럼 혈연적인 가족주의에만 갇혀있었다면, 기독교는 결코 세계인을 위한 보편종교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기독교의 위대한 점이다. 즉 예수의 가르침은 우리를 육체적으로 낳고 길러주신 우리의 부모만이 부모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 준 모든 분들이 사실은 참 부모라고 암시한다. 특히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참 부모와 형제자매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이 말씀에 근거하여 우리의 시야를 더욱 넓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혈연적인 가족의 범위에 한정할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 우리의 모든 이웃을 마치 나의 가족처럼 존중하고 사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 교회란 온 인류가 한 가족임을 깨달은 자들의 공동체이다.

이처럼 예수로부터 시작된 온 인류의 한 가족 사상은 자연스럽게 사도 바울에게로 이어졌다. 그래서 바울도 에베소서 2장에서 온 인류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임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그분은 오셔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분에게 평화를 전하셨으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평화를 전하셨습니다. 이방 사람과 유대 사람 양쪽 모두, 그리스도를 통하여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여러분은 외국 사람이나 나그네가 아니요, 성도들과 함께 시민이며 하나님의 가족입니다.”(엡2:17-19) 그렇다. 온 인류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한 가족이다. 이것을 믿고 실천하는 공동체를 일컬어 우리는 교회라고 부른다. 이런 점에서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렸을 때 슬퍼하는 어머니를 보고 그 곁에 있는 제자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는 장면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보라 네 어머니라.”(요19:27) 예수의 부탁을 받은 제자는 그 후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자신의 친어머니처럼 평생 모시게 되었다.

이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들은 한 가족이다. 이 정신을 갖고 있는 한 기독교는 영원히 생명이 있는 종교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정신을 잃는 순간 기독교는 짠맛을 잃어버린 소금처럼 길에 버려져 사람들의 발에 무참히 밟히게 될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면서 가족의 참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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