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이 위험하다>, 모로나가 유지 지음, 정나래 옮김, 산지니, 2024)

  두 주 전, 한국교회 청년 13명이 오키나와로 평화순례를 다녀왔다. 책 <먹는 물이 위험하다>는 평화순례를 준비하는 중 오키나와 현지 가이드로부터 미리 추천받은 책이다. 추천의 이유는 과불화화합물 오염사고의 주범인 주일미군기지 문제의 심각성을 현지에 방문할 우리에게 먼저 알리기 위해서였다. 역시 방문한 현장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키나와의 슬픔은 태평양전쟁에서 끝나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멀쩡한 바다에 흙을 쏟아부었으며, 10분이 멀다 하고 들려오는 미 전투기 굉음에, 태평양전쟁 전사자의 유해들은 조사 없이 파헤쳐지며 버려지고, 아이들이 먹는 우물에선 알 수 없는 거품이 솟아나왔다. (뒤늦게 그 거품의 정체가 과불화화합물임이 밝혀진 것이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기지에 의해 본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 좁은 변두리에 갇혀 살고 있다. 지금도 이편에서 저편으로 이동하려면 미군기지를 크게 돌아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모로나가 유지의 책 <먹는 물이 위험하다>는 일본의 물 오염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탐사 보도서로, 과불화화합물(PFAS)로 인한 오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책은 환경 문제를 넘어서, 미군기지의 존재가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일본 정부와 미군의 은폐 시도를 고발한다. 과불화화합물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PFAS는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으며 다양한 산업 제품에서 발견되고, 인체에 축적되어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뒤늦게 미군은 오염수를 하수도로 배출하는 이유로 "오염수 처리에 드는 비용 부담"을 들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러한 오염을 방치하고 있다. 고농도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더라도 공공의 안전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미군이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오염된 물로 인해 건강 문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는데, 주민들은 오염된 물을 마실 수 없어 물을 사서 마셔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으며 농작물 재배에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저자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안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저자가 전달하는 위기감에서 한국 독자들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20년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를 통해 칠곡, 의정부, 대구, 군산 등 국내 미군기지가 있는 다섯 곳에서도 과불화화합물로 인한 오염 실태가 드러났다. 미국과 한국 정부 기준치의 적게는 6배에서 최대 15배가 넘는 수치였다. 오키나와의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에 대하여 한국 내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것에 의아해하였다.

  “다양한 화학물질이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제는 누구든 화학물질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화학물질의 편리함을 누리면서 안전한 삶도 영위하려면 화학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가뜩이나 바람 가는 대로 흘려보내는 풍조가 만연한 세태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290) 기후재앙의 시대에 차츰 교회들도 탄소배출과 생태계 훼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현상에 집중하는 데에만 그칠 수는 없다. 강이 파괴되고 산이 잘리는 것,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식수가 위험해지는 것도 모두 환경문제인 동시에 인권의 문제이며, 평화의 문제, 통일의 문제다. “한 현장을 깊이 파 내려가다 보면 다양한 광맥을 발견한다. 시대와 사회의 병폐가 보인다.”(298)

노승혁 전도사 (색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