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책
텐트메이커 : 이중직 목회자의 신학
백성창  |  이천창전교회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4년 05월 25일 (토) 00:12:44
최종편집 : 2024년 05월 25일 (토) 00:14:16 [조회수 : 564]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텐트메이커>, 최주광, 뜰힘, 2023)

   생계는 숙명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감당해야 할 짐이다. 그리스도인은 물론이고 목회자도 그것에 예외일 수는 없다.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이어서 변해가는 시대에 발맞춰야 하는 목회자와 교회에게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에 대한 책임과 그 안에서 치열하게 일어나는 사랑의 분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중직에 관한 논의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럼에도 교회성장의 하향곡선과 함께 세상 밖으로 드러난 목회자의 생계문제는 그리 간단히 풀리지 않았다. 전통 목회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비난과 염려, 교회가 만난 현실을 부정하려는 태도, 소명과 사명의 혼돈, 현실 생활에 대한 압박 등이 뒤섞여 교회 안팎으로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내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생계의 현장에 내몰린 목회자가 더욱 많아지면서 이중직에 대한 관심과 논의들이 쏟아졌다. 지금은 일부 교단에서 법으로 목회자의 이중직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재정립이 되어가는 과도기를 지나는 듯 보인다. 

   <텐트메이커>는 어느 이중직 목회자가 경험한 삶의 시행착오 속에서 길어 올린 자전적 에세이다. 텐트메이커라는 이름에서 사도 바울이 걸어온 길에 주목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목사와 목수 사이에서 삶의 균형을 지켜가고자 애쓰며 이중직 목회의 신학을 세워가는 중에 같은 처지에 놓인 목회자와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건네는 무거운 고백이 담겨있다. 예배가운과 작업복이 함께 걸린 책표지가 이중직 목회자의 고단한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저자가 만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목회자의 자녀로 태어났으나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어두운 청소년기를 보내기도 했고, 어렵게 목회의 길에 들어섰으나 제도권 교회와의 목회방향에 대한 이해충돌로 스스로 사역을 던지고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생존의 문턱에서 목수로 일하기 시작하며 동시에 작은 교회공동체를 섬겨야 하는 소위 이중직 목사로 살게 되었다. 그의 글 곳곳엔 흔한 넋두리 혹은 하소연 대신 “교회는 무엇이고 복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그만의 치열한 고민과 숙고, 성찰의 시간 속에서 담금질한 메시지들이 행간마다 녹아있다. 마치 일터에서 묻은 얼룩진 손으로 성경을 한 장씩 넘겨가듯 낯선 생존의 현장에서 체득한 갈등과 번민어린 고백들을 담담히 기록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을 애써 과장하거나 포장하지는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발전적 논의를 더해가고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다.   
       
   마지막 책장을 넘긴 독자라면 이중직 목회에 대한 교회 안에 오랜 숙의가 필요함을 절감할 것이다. 과거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는 경직된 사고를 경계해야 하고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현실을 인정하는 포용이 선행되어야 한다. 쉽게 비난하거나 정죄할 일도 아니고, 비난 받거나 자존감이 무너질 일은 더더욱 아니다. 생업을 이어가는 목회자 자신만의 목회 문법과 신학을 정립해 가는 과정 그리고 노동을 대하는 목회자와 그리스도인의 변화된 마음새 또한 준비되어야 한다. 단순히 목회는 고귀한 일이고 노동은 저급한 것으로 여기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이미 들어 닥친 현실과 다가올 앞날에 맞춰갈 수 없다. 여기에 일과 목회 사이에서의 적정을 유지하는 균형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엄격한 잣대 또한 필요하다. 균형추의 중심이 한쪽으로 잘못 기우는 순간, 어느새 목회는 등한히 되고 그 소득으로 만족하는 직장인 혹은 더 많은 이익에 골몰하는 업자로만 남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생계와 사명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고 살아가야 하며 살아내야 할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저마다에게 있다. 목회자와 그리스도인이 겪어내야 할 삶의 자리가 거룩한 봉헌이 되기까지, 긴 호흡과 묵묵한 걸음이 절실한 이 때에 <텐트메이커>는 교회 안과 세상 밖을 잇는 소중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백성창 목사 (이천창전교회)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3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