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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성격장애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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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5월 23일 (목) 02:23:12 [조회수 :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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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불안정과 충동성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

내가 경계선 성격장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십 년 전 영화 “베티블루37.2(1986)”의 주인공 베티역을 맡은 ‘베아트리스 달’의 미친 듯한 연기를 보고 난 이후였다. 극 중 내내 진짜 미친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충동적 행동을 하는 여주인공이 마지막에 자신의 오른쪽 눈을 뽑아 병원에 입원한 장면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저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찾아보다가 그 주인공이 바로 경계선 성격장애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영화 ‘얼굴없는 미녀(2004)’의 여주인공 지수도 경계선성격장애자이다. 짙은 마스카라와 헝클어진 머리, 붉은 립스틱을 하고 몽환적인 표정을 지어보이는 김혜수의 연기는 베아트리스 달 못지않았다. 최근 Mnet "달리는 사이“에서 가수 선미가 경계선 성격자애로 진단받아 치료받았다고 고백했다. 굉장히 어렵고 용기있는 고백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녀는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해요“라고 말했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여러 성격장애 중에서 30-6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성격장애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약 세배 정도 많이 나타난다.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증상은 ‘불안정과 충동’이다. 나 자신과 남에 대해서 늘 마음이 불안정하고 극과 극을 오고 가기 때문에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경계선 성격장애자는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특정 요인이 불안을 야기하게 되면 극단적인 정서 변화, 충동성을 나타낸다. 불안정한 대인관계, 인지 왜곡, 우울, 반복적 자기파괴, 피해망상 등의 행동을 보인다. 다음 9가지 중에서 5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경계선 성격장애에 해당된다.

1. 현실 혹은 상상 속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2. 상대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거나 헐뜯는 등 양극단을 오가는 특징이 반복된다.
3. 자신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안해한다.
4. 과소비, 성문란, 난폭운전, 폭식 등 두 가지 이상의 자기 파괴적 충동을 보인다.
5. 반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한다.
6. 수 시간 동안 강렬한 초조감과 불안감이 반복된다.
8. 까닭 없이 크게 화를 내거나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다.
9. 일시적인 스트레스와 관련된 망상 또는 다중인격성 언행을 보인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양극단을 어지럽게 오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태는 기분과 대인관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어제는 최상의 행복감에 젖어 있다가 오늘은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최악의 기분이 드는 상태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우울해지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고 자기가 살 가치가 없는 존재로 느껴진다. 절망감이나 심한 자기혐오로 인해 자기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깊은 우울 상태가 지속적이지 않고 간헐적이라는 게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다.

이렇게 극단을 오가는 경향은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항상 자기를 지켜주며 애정 결핍을 치유해 줄 사람을 갈구한다. 그렇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급상승해서 이 사람이야말로 자기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는, 그 사람을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굳게 믿거나 부모의 역할을 상대방에게서 구하며 점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상대가 과도한 기대감이 부담스러워 뒤로 물러서거나 이제 질렸다는 듯 한 태도를 보이면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필사적으로 매달리거나 관심을 끌 행동으로 내닫는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과 충동적인 행동들로 인해 상대방은 공포를 느끼고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끝장나고 만다. 이런 식으로 대인관계를 반복하는 사이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상처입고 피폐해지기 일쑤이다.

그렇다면 왜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양극단을 오가는 행동과 정서의 특징을 가질까? 이런 불안정의 원인은 심각한 애정 결핍감과 의존하려는 사람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다. 이런 심리가 유해한 여러 행동으로 나타나서 주변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조종당해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런 심리가 극대화되어서 표출되는 것이 자해행동이나 자살기도이다. 자살 시도와 그로 인한 주변사람들에 대한 심리적 통제가 경계성 성격장애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자살 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어서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을 거부하거나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조차도 ‘정말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에 일시적으로 그 사람을 받아들여 애정이나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자살하려던 사람이 건강해지면 애정과 관심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계성성격장애자는 애정과 목숨을 저울질하는 위험한 도박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처음에 안타까워하던 주변사람들이 나중에는 지치고 질려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러면 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절망에 빠져 자기를 보다 더 드러내는데 몰두하게 되어 불행한 결말을 초래하기도 한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자기를 싫어한다. 자기는 별 볼일이 없는 열등한 존재라고 과소평가한다. 더럽고 추악해서 존재할 가치조차도 없다고 여긴다. 산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여긴다. 그들의 심한 자기부정은 종종 약물 남용이나 무절제한 연예와 섹스, 인명 경시행동, 절도와 같은 위법행위로 발전하기도 한다.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에 가볍게 행동하고, 조금이라도 따뜻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몸을 허락하거나 앞뒤 생각 없이 결혼하기도 한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이런 자기부정이나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의 공허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침울해지기 쉽다. 침울해지지 않으려고 자기를 잊게 하는 자극제를 항상 필요로 한다. 연예, 섹스, 약물, 자해, 소매치기 등의 짜릿함이 그들의 기분을 고양시켜 우울이나 공허감으로부터 구해준다. 이들이 이해득실에서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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