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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날씨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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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5월 14일 (화) 05:03:54 [조회수 :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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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주일 단위로 비가 내린다. 가뭄 끝에 오는 비는 반갑고 고마운 비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일종의 낭비다. 요즘 내리는 비가 어쩌면 낭비가 아닐까. 작년 이맘때는 매우 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5월부터 여름 더위 같은 기온으로 파닥거렸던거 같은데, 이번 5월은 요상하다. 한낮과 저녁의 일교차가 크다. 따뜻하기도 하고 쌀쌀하기도 한 것이 종잡을 수 없다. 해는 반짝 뜨기도 하고, 구름을 잔뜩 머금고 운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싸늘한 바람을 몰고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날씨는 농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월 어린이날 즈음에 삼일 내내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먹을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예전에는 밭 한쪽을 비어 작물을 심었는데 올해부터는 온전한 텃밭으로 가꾸는 공간이라 꽤 넓은 땅에 이것저것 사다가 심었다. 다 심고 나니 음~~~ 잉여 공간이 많이 보였다. 더욱이 비닐을 씌우지 않고 작물을 심어서 그런지 흙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작물은 마치 풀처럼 위로 삐져나온 모습이다. 잘못하다간 작물을 풀이라 착각하여 뽑을지도 모르겠다. 풀어서 사는 만두(견)가 종종 고추를 심은 두둑에 발을 딛고 있으면 쫓아가 혼을 낸다. 그러면 만두는 저만치 도망가서는 꼬리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며 역정을 내는 나를 우두커니 쳐다본다. 땅콩을 심었는데 이번에도 만두는 긴 주둥이로 심은 땅콩을 꺼내 먹고 있었다. 또 한바탕 난리를 쳤다. 간혹 말썽을 피워도 쉬이 눈을 감아주는 이유는 자유롭게 풀어놓은 만두 덕분(?)에 아직은 산동물들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쪽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두더지는 물론이려니와 다람쥐, 고라니, 새를 잡으러 동서남북을 휘젓고 다닌다. 

밥상의 먹을거리 작물은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황무지와 진배없는, 흙보다 돌이 더 많이 보이는 돌짝밭이다. 게다가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은 6시간이 최고다. 이것도 날이 좋아야 6시간이지 날이 궂거나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때는 푸른 하늘, 맑은 하늘, 햇살 가득한 시간을 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날씨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제대로 된 밭으로 거듭날 수 있으려면 3년은 기다려야 해서 올해부터 3년은 그러려니 하고 관리하려 한다. 물론 그 3년 동안 나의 수고와 물자의 투자가 두둑할 때 그것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저 바깥의 작물은 무럭무럭 자라는데 나의 밭의 작물은 아침저녁으로 들여다 볼때마다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먹을거리보다 더 빨리 올라오는 풀 한 포기 더 뽑고, 주저앉은 두둑을 좀더 돋아주고, 벌레를 잡거나 쫒아내는 행위로 마음 쓰이는 작물을 위로할 뿐이다. 

심상치 않은 날씨 때문일지도, 농부들의 나이가 많아지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점차로 내 주위의 농토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비가 많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음성의 대표적인 작물이라 했던 인삼이 최근 들어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꽤 인기있던 작물이었는데 최근 재미를 봤다고 한 농가는 없다. 그래서 그 밭이 복숭아밭으로, 논으로(밭이 아니라 논으로 만드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바뀌었다. 휴경지로 남아있는 밭도 꽤 된다. 따지고 보면 내가 콩을 심는 밭도 꽤 넓은 땅이지만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은 반 정도나 될까? 나도 올해 들어 농사를 짓는 것이 꽤 힘에 부친다고 여겨 매우 고민이다. 이번 여름의 날씨가 어찌 될지, 만약 요즘과 같이 일주일마다 비가 내리거나 궂은 날씨가 이어진다면 아마 난 올해로 농사를 짓는 것을 멈추지 않을까. 그저 집 앞의 작은 텃밭으로 만족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내일 수요일도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하고 있다. 기온도 낮은 20도지만 밤은 10도 이하다. 내가 있는 산 밑은 그보다 더 낮다. 작물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더 안쓰럽게 변할 것이다. 그리고 잔뜩 골라낸 돌과 아직도 파내야 하는 돌이 있는 공간에 무엇을 심을지 여전히 갈팡질팡한다. 심상치 않은 날씨에 내 마음도 갈짓 자를 여러 번 쓰고 있으니 날씨가 돕지 않더라도 어서 무엇이든 심어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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