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이기주, 황소북스, 2020)

사랑이라는 단어만큼 흔한 말도 없거니와 이것만큼 영원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수많은 정의들이 있는 것은 사랑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기주님은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주는 것인데 특히 시간을 건네주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합니다. 통장의 저금처럼 다 꺼내 쓰고 나면 제로가 됩니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위해 혹은 무엇인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만큼 사랑의 양도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식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 부모가 어느새 가족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돌봄을 받기만 하던 자식이 반대로 부모를 돌봐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찾는 경우도 생깁니다. 부모가 말합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내가 네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 같구나...” 부모님의 입에서 ‘시간’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옵니다.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식의 시간을 빼앗았다고 미안해합니다. 

시간과 사랑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사랑은 오래 참고’라고 기록했습니다. ‘오래’라는 단어는 시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참 사랑은 자기의 유한한 시간을 누군가와의 아름다운 관계를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 것입니다.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의미입니다. 자식을 위해 내어주는 시간이 빼앗긴 시간이 아닌 것처럼, 부모님의 병원행을 위해 자식이 시간을 내어준 것이 빼앗긴 시간처럼 여겨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온전한 사랑이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부 혹은 가족이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 시간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며,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도 큰 사랑입니다. 참 사랑은 시간이 없다고 핑계하지 않습니다. 참 사랑은 어떻게라도 시간을 만들어 내어줍니다. 

성육신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우리들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보내신 사건입니다. 예수님은 전 생애를 우리를 위해 내어주셨습니다. 마지막에는 몸과 피마저도 아낌없이 내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병 든 사람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전 생애는 다 사랑으로 충만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이제는 우리도 주님을 위해 시간을 내어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예배든 기도든 성경을 읽는 것이든 필사하는 것이든, 예배를 드리는 것이든 봉사하고 섬기는 것이든 시간을 드림으로 우리의 사랑을 나타내야 합니다. 가정의 달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분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건네주십시오. 부모님을 위해 시간, 스승님을 위한 시간, 자녀들을 위한 시간을....따스한 차나 커피 그리고 아주 작은 선물과 함께......

이기철(응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