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생태 위기 문제에 궁극적 해답을 주는가? 

(<성서와 환경-생태성서신학 입문>, 데이빗 G. 호렐 지음, 이영미 옮김, 한신대출판부, 2014)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환경선교 캠페인을 벌일수록 많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요약하면 과연 환경 캠페인이 신앙 활동인가? 성경적 지지를 받는 신앙 운동인가? 라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근원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많은 성도가 가지고 있는 신앙의 축이 있습니다. 첫째, 구원신앙입니다. 구원은 인간만을 위한 구원이라고 여기는 신앙입니다. 이 바탕에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우주 만물과 자연을 인간의 가치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신앙이 깔려 있습니다. 둘째, 창조신앙입니다. 창조신앙 가운데서도 창조 세계에 대한 인간의 전적인 지배와 통치권을 하나님이 위임해 주셨다고 밑줄을 긋고 믿는 신앙입니다(창1:28). 셋째, 종말 신앙입니다. 마지막 때에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우주)는 완전히 소멸하고, 하나님께서 완전히 새로운 영적 세계를 예비하셨다가 물질세계를 대체할 것이란 신앙입니다(벧후3:10-13). 

이 중에서도 종말 신앙이 갖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이들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기후 위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재해와 이상 현상은 임박한 종말을 예견하는 표식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현상은 오히려 반겨야 할 믿음의 징조로 받아들여집니다. 지금 존재하는 우주의 물질적인 요소들은 풀어지고 파괴되어야 하는 대상일 뿐이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창조 세계를 보존하는 노력은 의미 없는 일이며,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신앙관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신앙 운동이 넘어서야 하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 앞에서 성서는 과연 뭐라고 대답을 할까요? 이 책의 저자 ‘데이빗 G. 호렐’은 1967년‘린 화이트’(White, Lynn Jr.)의 논문부터 소환합니다. 일찍이 린 화이트는 ‘서구 기독교는 어떤 종교보다도 가장 인간 중심적인 종교’라면서 ‘인간의 목적을 위해 자연 정복이 가능하다고 부추켰다’고 비판했습니다. 린 화이트의 도전은 기독교 신앙을 생태적으로 옹호하려는 신학적, 성서적 작업을 부추겼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성서는 환경문제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가치 있는 자료를 광범위하게 가지고 있음을 찾아냈습니다. 이들 ‘변호론자’들은 성서 안의 생태적 지혜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들이 생태 문제를 다루는 데 긍정적인 성서 자료로 제시한 본문들은 환경적 가치와 성서의 권위를 모두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회복의 해석학’ 본문이라고 말합니다. 회복의 해석학은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환경운동에 헌신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회복의 해석학과는 다르게 ‘저항의 방식’을 가지고 성서에 접근하는 관점도 있습니다. 이들은 생태 정의에 대한 강한 헌신도를 가지고 성서를 보았습니다. 창조 세계에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본문을 만나면 이를 비판하고, 재해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다양한 해석의 장점과 약점을 다루고 생태적 성서 읽기를 위한 통합적인 노력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를 제시합니다. 

이 책의 핵심은 ‘성서 본문의 생태적 연구와 다양한 해석’을 다룬 2부에 있습니다. 2부의 내용은 ∙창조세계에 대한 인간의 지배? ∙타락과 홍수-모든 생명체와의 언약 ∙피조물의 찬양과 인간의 주변화 ∙예수와 땅-복음서와 생태 ∙바울과 우주의 구원 ∙평화로운 미래의 창조세계 ∙우주적 재난에 대한 묵시적 전망 등입니다. 저자가 각 장을 서술하는 방식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창세기 1장의 난제들을 ‘회복의 성경읽기’와 ‘저항의 성경읽기’라는 틀로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에 담긴 성서의 유산을 어떻게 재조직할지 신중하게 질문하는 방식입니다.

저자는 3부에서 ‘생태적 해석학을 위한 제안’을 결론으로 제시합니다. 그는 성서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가장 그럴듯하게 주석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비근한 예로 노예제도를 옹호하기 위해 성서를 이용한 것을 떠 올립니다. 그러면서도 역사 속에서 성서 해석에 ‘교리의 렌즈’가 적용되었던 점을 소개합니다. 물론 교리라는 렌즈는 의심의 해석학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p.218). 

첫째는 어거스틴의 예입니다. 어거스틴은 성서의 중심 가르침을 하나님과 이웃 사랑이며 이것이 성서를 해석하는 지침원리라고 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루터의 예입니다. 루터 당시의 종교적 전통에서는 죄의 용서에는 참회와 방종한 삶의 대가가 따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에서 핵심으로 삼게될 교리를 발견합니다.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는다’는 칭의론입니다. 이는 바울 서신에 대한 깊은 주석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칭의는 성서를 읽는 중요한 관점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생태신학의 경우에도 유사하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도 해석학적인 유연성과 생태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평적이고 조직적으로 성서를 읽자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성서를 읽던 옛 방식을 깊이 성찰하게 된다면, 생태적 위기를 다루는 성서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단순히 성경이 이렇게 말한다는 주장을 피하자며 현대의 가치를 반격하기 위한 도구로 성서를 이용하지 않기를 또한 제안합니다. ‘성서와 환경’은 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라 최근의 생태 성경 읽기의 후속 작품들의 성과에 비하면 한계가 뚜렷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성경의 다양한 생태주의 본문을 전체적으로 깊이 다루는 기쁨을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후에 계속해서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는 <나의 지구를 부탁해, 데이브 부클리스, 2020>와 <창조 세계 돌봄, 조나선 무, 2022>등을 꼽아봅니다.

이광섭목사 / 전농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