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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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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5월 03일 (금) 03:11:03
최종편집 : 2024년 05월 03일 (금) 03:12:52 [조회수 :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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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한겨레출판, 2015)

연속으로 국내 소설을 소개한다. 세상이 어수선할 때는 소설 읽기가 제일이다. <잠실동 사람들>은 2013년 <모던 하트>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정아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은행원, 헤드 헌터, 통·번역가 등 다양한 자신의 사회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전작 <모던 하트>가 서른일곱 헤드 헌터의 일상을 통해 학벌이 계급으로 작동하는 사회를 그렸다면, <잠실동 사람들>은 계급을 상승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교육'을 좇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잠실동 사람들>에서 특별히 잠실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잠실은 70년대에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조성했던 5층짜리 아파트 단지 네 개를 모두 밀어버리고 30층에 가까운 고층 아파트로 가득 채운,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전형과도 같은 동네입니다. (…) 이것이 제가 소설의 배경으로 잠실을 택한 이유이고, 또한 이 소설이 잠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이유입니다.” (작가의 말, 460쪽)

<잠실동 사람들>은 서민 거주지였던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세워진 고층 아파트 사람들의 욕망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욕망은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실현된다.

”비록 나는 주류에 끼어들지 못했지만 내 아이들은 주류로 살게 하리라. 주류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선 주류가 되게 하리라. 한 번뿐인 인생, 아이들이 세상의 부와 권력을 실컷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집이 가난하다고, 촌년이라고 놀림당하는 설움을 자식들에겐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90쪽)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아이를 매개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부모의 이기심만을 다루지 않는다. 교육 시장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는 대학생, 주과목이 아니라서 홀대받고, 태어나서 줄곧 교육 서비스 대접에 익숙한 아이들과 학부모를 매일 마주해야 하는 교사, 모욕감과 치욕감을 견디면서 엄마들 눈치를 살피는 과외 교사와 학습지 교사, 입시에 악착같이 매달린 듯 보이지만 아이의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는 떠도는 소문에도 쉽게 흔들리는 갈대 같은 부모 등 다양한 삶의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잠실동 사람들>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살고 있는 잠실이라는 공간을 문제시하고 있다. 공간은 고층 아파트와 길 건너 빌라촌으로 상징되며, 두 곳은 결코 선을 넘을 수 없는 냄새부터 차이 나는 공간이다. 영화 <기생충>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저렇게 좁고 냄새나는 곳에 사람이 살다니” (18쪽)

요사이 고급 아파트 이름 끝에 팰리스(Palace)나 캐슬(Castle)이 즐겨 붙는 것처럼 이미 아파트 단지는 주거의 근간인 동시에 구분과 배제의 공간 점유 방식으로 역할하고 있다. 소설 속 길 건너 빌라촌 사람들은 잠실 아파트를 동경해 마지않지만 잠실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나 대치동‘으로 향하고 있는 까닭이다.

"자본주의 도시에서 거주분화는 시장능력을 획득하기 위해 필용한 희소자원에 대한 차별적 접근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교육기회에 대한 - 가족, 지리적 관계와 공동체, 교실과 대중매체로부터 나오는 경험 등 넓은 의미로 이해되는 - 차별적 접근은 시장능력의 세대 간 전이를 촉진시키고 전형적으로 이동기회의 제한을 가져온다. 이 기회들은 매우 구조화된 나머지 화이트컬러 노동력이 화이트칼라 근린관계로 재생산되고, 블루칼라 노동력은 블루칼라 근린관계로 재생산되어 구조화된다. 그 공동체는 재생산의 장소에 적합한 노동력이 재생산되는 재생산의 장소이다" 
(<도시의 정치경제학>,데이비드 하비, 한울, 1995, 156쪽)

진광수 목사 (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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