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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데기 죽데기
조주희  |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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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4월 29일 (월) 23:01:14
최종편집 : 2024년 04월 29일 (월) 23:04:25 [조회수 :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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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데기 죽데기> 권정생 지음, 바오로딸, 2004)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에도 이스라엘이 난민촌을 공급하여 어린이 9명을 포함하여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였다는 뉴스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동화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로 잘 알려진 권정생 선생님이 지으신 동화 ‘밥데기 죽데기’는 우리 역사속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더 이상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온 책이다.

2004년 개정판 책머리에 쓰신 선생님의 글에도 그와 같은 바람이 들어가 있다.
‘이라크에서 전쟁 때문에 사람이 자꾸 죽어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총알 하나에서 탱크나 폭격기까지 다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요? 온 세계 여러 어린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세요.“

권정생 선생님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해방 후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돌아오셨지만 가난 때문에 가족과 헤어져 객지를 떠돌며 일하다가 19살부터 페결핵을 앓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평생을 병과 함께 고통 가운데 사셨다. 33세부터는 안동의 일직교회의 종지기 생활을 하며 낮고, 작고, 가난한 것들을 보듬어 동화와 시 등등의 글들을 내셨다.

선생님은 “아름다운 인간성과 소외된 생명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인간성을 되찾자는 의미와 더불어, 조국 분단의 슬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도 작품 안에 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라고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신 것과 같이 작품들에는 그와 같이 애쓰신 흔적들이 녹아져 있다.

한번은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우리 아동 문학이 과연 어린이를 위해 무엇을 했기에 이런 상을 주고받습니까. 차라리 우리 아동문학만이라도 상을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시며 상패와 상금을 돌려보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 떴다 하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텔레비전 “느낌표”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의 책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정하여 연락하였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행복한 경험 가운데 하나가 책방에서 자기 손으로 책을 고르는 일인데, 왜 그런 행복한 경험을 텔레비전이 없애려는 거냐.”고 하며 거부하셨다.

   
 

밥데기와 죽데기는 산 속에서 50년 동안 혼자 살던 늑대 할머니가 영감과 자식들을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장에서 산 달걀 두 개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든 아이들이다. 할머니는 이 아이들을 잘 훈련시켜 ‘아름답게, 깨끗하게’ 원수를 갚으러 서울을 가게 되는데.....
중간 중간 멈추어 서서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 안의 몇 장면을 소개해 본다.

먼저는 약초 팔러 간 장터에서 장사꾼과의 대화.
“싫소, 오만원은 받아야 하오.”(할머니) “삼만 원도 비싼데 오만 원을 달라면 이 물건 팔기는 글렀어요.” “오만원도 싼데 삼만 원이라니 당신 이것 사기는 글렀소.” 할머니도 지지 않고 맞받아친다. (산골에서만 살아 온 할머니가 시장 장사꾼에게 제대로 값을 못 받을까 걱정되었는데 꿀리지 않고 제대로 흥정을 하는 품새가 참말로 멋졌다.)

 “왜 하필이면 통똥에 달걀을 담가 두었어요?” “모든 목숨은 모름지기 가장 밑바닥에서 엉망진창으로 견뎌봐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로 알게 된단다. 똥통에 들어가 보지 못하면 똥통 같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겠니? 그리고 이 더럽고 흉측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겠느냐? 너희는 그렇게 모질고 야무져야 한다.”

(이 책에서도 똥-애기들이 말만 들어도 재미있어하는~!!-이 자주 나오고 귀한 것들이 똥에서 만들어 진다.)

“에고 답답해라. 그래, 그런 길고 복잡한 역사 같은 건 그만 두고, 그래 남한 군인하고 북한 군인하고 누가 못된 짓을 했냐?” “그게 말이에요, 누가 잘못한 걸 설명 못 해요. 사람들은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했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누가 더 힘이 센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늑대 할머니는 때로는 버스비를 아끼려고 아이들의 나이를 속이기도 하고 끊임없는 잔소리로 밥데기 죽데기를 힘들게도 하지만 결국 원수가 가졌던 딱한 사정을 알고는 원수도 갚지 못하고 원수 갚으러 돌아다니며 알게 된 세상의 슬픈 일이 사라지도록 온 힘을 다해 뭔가를 하게 된다.

이야기에서 나온 것 같이 세상의 슬픔이 사라지게 되면 좋으련만...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잠깐이라도 그날을 꿈꾸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주희 (회사원/색동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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