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 이야기>, 김혜란 최은영 공저, 도서출판 대장간, 2013)

  “한국 사회는 이제 더 이상 단일 문화를 지향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 책을 시작하는 머리글에 쓰여진 문장처럼 우리 주변 곳곳에 많은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 이주외국인은 165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단군의 자손, 단일민족 등의 개념은 지나간 이념일뿐 이런 선입견으로 인해 파생되는 배제와 차별이라는 현실을 바로잡아야한다. 

  수년 전 공장을 운영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직원으로 두고 있던 한 기업가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목사님,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사람과 똑같이 월급을 줘야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아 이제 이주민들에 대한 처우도 많이 좋아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날의 대화를 곱씹어보니 그 날의 뉘앙스가 얼마나 왜곡되었었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들에게 한국사람들과 똑같은 월급을 준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고 아쉽다는 차원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이주민의 삶을 살아보았던 두 명의 여성신학자(김혜란, 최은영)이 다문화적 상황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어떻게 성숙하게 이 변화에 대처해야하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대안을 찾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쓰여졌다. 이와 같은 대응이 한국교회에 필요한 이유는 성경을 마주하는 한국교인들에게 수천년 기록된 성경상의 유대적이고 남성중심적인 표현과 주제들을 아무런 필터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도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에 기록된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하나님의 면모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읽고 학습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예컨대 ‘유대인은 선택받은 민족이고 이방인은 죽어 마땅한, 아니 반드시 진멸해야하는 대상이야.’와 같은 개념이다. 

  이런 성경의 이야기는 현재의 기독교인에게도 영적 우월주의에 빠져 살게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두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12명의 인물들에 대한 관찰은 우리에게 새로운 믿음의 관점을 갖게 되는 좋은 도구가 된다. 이 12명의 인물들은 성경 안에서 주인공이라기보단 엑스트라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남성이 아닌 여인으로,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으로.. 

  “요한복음에서만 그린 사마리아 여성의 대화이야기에서 짚어낼 독특한 점이 있는데, 이 대화를 시작한 이가 예수님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말을 걸어서는 안 되는 사마리아 여성에게 먼저 건넸다는 점은 바로 인종, 성별, 종교라는 테두리로 갈라진 관계를 회복하려면, 그 상한 관계를 치유하는 구원사역을 달성하려면 예수님 스스로 먼저 그 테두리, 그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p.162-163)”

  2004년 개봉한 ‘슈퍼스타 감사용’이란 영화를 보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야구선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프로경기 통산 1승 14패의 성적을 기록한 어찌보면 성공보단 실패에 가까운 감사용이란 인물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주인공이 될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바라기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나를 가두고 있던 틀을 벗어나고 장벽을 넘어선다면 한국인, 기독교인, 남성 등의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넘어서 더 크고 높은 하나님의 마음과 관점을 소유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박상원 목사 (이천만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