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음식을 먹고, 쇼핑하고, 여행할 때마다 탄소를 배출한다. 또 직장이라면 출퇴근, 운송, 발전, 산업 공정, 농업과 같은 비즈니스 활동에서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전 세계는 기후 재앙을 피하려고 파리 협정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했다. 감축을 위해서는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 더구나 지금 당장 탄소 배출량을 모두 줄인다고 해도 대기 중 탄소는 여전히 과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곳에서 배출되는 것까지 줄이는 활동을 해야 한다. 탄소제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직접 상쇄하는 일에도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 개인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다른 곳에서 줄이는 것을 일컬어 탄소상쇄라고 하는데 일종의 보상제도다.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심거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풍력발전소 건설에 돈을 투자하는 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탄소상쇄가 부유한 국가나 부유한 기업에 오히려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회의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탄소상쇄를 부정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그 잠재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면 기후는 물론, 생물 다양성 보존, 인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를 줄이고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서의 정책과 제도, 시민의 탄소중립 실천은 중요하고 계속되어야 한다.

만약 탄소상쇄를 하고 있다고 해서, 지금 사는 대로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한다면 곤란하다. 탄소상쇄를 하는 행위는 배출량을 줄이는 거보다는 더 쉽고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들 수 있다. 그래서 종종 우리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습관적 행동을 바꾸지 않게 하는 구실이 되곤 한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탄소상쇄를 한다면 지금 배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상쇄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지금 당장 배출하는 탄소를 ‘0’으로 줄인다 해도, 이미 대기 중에 지구 회복력을 잃게 할만큼의 과한 탄소가 있으니 그 또한 줄여야 한다. 플라스틱이 바다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 이상으로, 이미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미 배출된 것들을 상쇄하는 일 또한 우리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를 두고 불공평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 땅에 자신이 허락받은 것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자와 후손들, 신음하는 피조물들을 입장에 서 보자. 책임을 전가하거나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탄소중립이나 탄소상쇄 모두 논쟁할 것 없이 우리가 모두 수행해야 할 과제이다.

물론 출발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배출량을 기본적으로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탄소발자국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영향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3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전 세계 1인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3톤까지 낮춰야 한다. 현재 전 세계 평균은 4.6톤이고, 호주가 15.6톤. 미국이 14.6톤, 캐나다가 14.9톤, 우리나라는 12톤에 이른다. 매년 1톤씩 먹고 입고 이동하고 쓰고 버리는 것에서부터 변화를 만들면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 자신, 우리 교회공동체 안에서 탄소발자국 자가진단(http://eco-christ.com/green)을 하고 목표를 세워보자.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